[기자회견] 故 정유엽 학생 1주기, 추모 행진과 기자회견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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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3. 18. 목요일, 고 정유엽 학생 사망 1년 추모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1. 기자회견 취지

  • 오는 3월 18일이면 지난해 3월 대구에서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사망한 17세 정유엽 학생의 1주기가 됩니다. 지난달 22일 정유엽 아버지는 아들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채 희생된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해 의료공백 문제 해결과 공공병원 확충하는 데에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하며,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료 한걸음 더’ 도보행진을 시작했습니다.
  • 정유엽 사망 1주기를 추모하고 공공의료 확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하여 보건·의료·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정유엽 학생 사망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2. 주요내용
  • 정동사거리에서 시작한 추모행진에는 정유엽 학생 아버지를 비롯해 제2의 정유엽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의료 확충을 바라는 시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행진단은 정유엽 1주기 추모의 의미를 담아 흰 국화꽃과 시민들이 직접 만든 공공병원 종이모형을 들고 청와대까지 행진했습니다. 지역의료원이 없는 경산, 울산 등 지역이름을 딴 병원모형들과 정유엽 학생을 기리는 ‘정유엽 공공병원’ 등 다양한 이름의 공공병원 종이모형들이 행진에 함께 했습니다. 
  •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사회로 진행된 이번 추모 기자회견은 권영국 정유엽사망대책위 자문변호사의 여는말로 시작하였습니다. 이어 정유엽 학생 아버지께서 아들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채 희생된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해 의료공백 문제 해결과 공공병원 확충하는 데에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하는 등 지난 한 달동안 경산부터 서울까지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료 한걸음 더’ 도보행진을 한 취지를 밝히고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 공공의료가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 이어진 연대발언에서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지난 1년 의료공백으로 제2, 제3의 정유엽이 발생했고 여전히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더 이상 의료를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영리화에만 집중해서는 안되며 천리길을 걸어온 정유엽 아버지의 공공의료 확대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공공의료 확대를 염원하며 앞장서주신 정유엽 아버지께 감사를 표하며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강 의원은 정부가 의료공백에 대안을 세우겠다고 한 약속을 환기하며, 앞으로도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는 감염병 위기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병원을 촘촘히 만들고 구멍뚫린 국가의 보호가 강화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뜻을 밝혔습니다. 
  • 고운 코로나19의료공백실태조사단 활동가는 정유엽 님이 사망한 이후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의료공백의 상황에서 치료거절과 건강악화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의료의 공백이 안전의 공백이고 인권의 공백임을 지적하며, 근본적 대책 마련 없이 K방역에만 의존하고 차별과 배제는 방치하는 현 정부의 태도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이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공백 해결과 의료공공성 강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국민들의 삶은 힘들어져 가는데, 여전히 정부의 대책은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정부와 국회는 예비타당성 문제 등으로 인해 공공병원을 확충하기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공공인프라 확충 없이 힘없고 소외된 계층의 희생을 담보로 이 상황을 넘기고자 하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전국에서 공공의료를 원하는 단체들이 함께 ‘좋은 공공병원만들기 운동본부’를 준비중에 있으며, 운동본부는 열악한 우리의 현실을 알리고, 의료 취약지에 지역 주민들이 맘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공공병원이 충분히 세워지도록 운동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 기자회견 중간에는 정유엽 학생과 같은 나이의 고등학생 홍수인 님이 적은 추모시를 낭독하고, 꽃다지의 추모노래와 함께 정유엽 학생 영정에 헌화하는 순서도 가졌습니다. 이어 이향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정유엽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마쳤습니다. 

3. 추모 행진과 기자회견 개요

  • 일시 : 2021년 3월 18일(목) 오전 10시 (추모행진), 11시 (추모기자회견)
  • 장소 : (행진) 정동사거리~청운효자동주민센터 / (기자회견) 청와대 분수대 앞 
  • 주최 :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료 한걸음 더 수도권 모임⋅
  •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건강과대안⋅보건의료단체연합⋅무상의료운동본부⋅
  • 참여연대⋅코로나19의료공백실태조사단⋅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비모임
  • 기자회견 순서
    • 사회 :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 여는 말 : 권영국 (정유엽사망대책위 자문변호사) 
    • 취지 발언 : 정성재 (고 정유엽 학생 아버지)  
    • 발언1 :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 발언2 :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 발언3 : 고   운 (코로나19의료공백실태조사단 활동가)
    • 발언4 :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 헌화 : 모두 함께 
    • 추모노래 : 꽃다지 
    • 기자회견문 낭독 :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보도자료[원문보기/다운로드]

기자회견문

의료공백은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을 권리의 박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의료공백에 대한 책임있는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의료공공성 강화와 공공병원 확충하라

오늘은 정유엽 학생 사망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3월 18일 정유엽 학생은 꼭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17살 나이로 사망했다. 유가족은 아들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고자 아들의 치료를 호소했던 병원에서, 대구시내에서 왜 내 아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려달라며 꼬박 1년을 싸워왔다. 그러나 고열에 시달리던 아들이 병원 문 밖에서 방치될 수 밖에 없었던 사태에 대해 그 어떤 책임 있는 이들의 설명도, 사과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문제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손실이 정유엽군의 문제만으로, 그리고 대구경북 지역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차, 3차 파고에서도 수도권과 전국의 의료공백과 병상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의료공백과 공공병상 부족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대책을 세우는 대신 케이(K)방역을 내세우며 문제를 덮는데 급급했다.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료 한걸음 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건강했던 아이의 갑작스런 죽음이 너무 비통해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희생자가 유엽이만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K)방역으로 이런 고통들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 때문에, 아버지는 370km를 유엽이와 함께 걸어 유엽이의 1주기에 여기에 왔다.

지난 1년 유가족과 함께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내용은 변함이 없다. 정유엽 학생을 비롯한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진상조사와 이에 대한 입장과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 의료공백 사태의 구조적 문제인 공공병상을 확충하고 의료공공성 강화 방안을 내놓으라는 것.

고 정유엽 학생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시기 국가가 마련한 ‘국민안심병원’을 찾아갔다가 코로나 환자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응급치료를 외면당해 사망했다. 그 시기 대구지역에서만 초과사망자가 338~900명 가량 발생했다. 공공병원이 충분했고 공공의료가 제대로 갖추어졌더라면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생명들이다. 대구에서 유독 초과사망자가 많았던 것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 등의 국가적 재난 상황 발생 시기에 국가나 지자체가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는 공공병상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주된 원인이다. 국내 전체 병원의 병상 중 공공병상은 9.6퍼센트 수준으로 10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전체 의료기관 중 5.5퍼센트 밖에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세계적인 팬데믹을 대응하고 있는데 어떻게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가? 정부가 의료공백 문제를 외면하고 실태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이 턱없이 부족한 국가 책임의 방기, 즉 공공의료의 부족 문제를 가리고 이윤 중심의 시장화된 케이(K)의료의 진실을 가리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람 중심의 의료공공성이 아니라 돈벌이와 시장화로 내맡겨지 ‘케이(K)의료’의 문제를 ‘케이(K)방역’이라는 행정권력 강화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대응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케이(K)방역으로 죽음을 가릴 수는 없다. 케이(K)방역의 포장지로 의료공백을 지우고 메꿀 수도 없다. 공중보건의 위기는 총체적인 의료공공성 강화와 함께 충분한 공공병원과 의료인력  확충을 통해서야 겨우 대응 가능하다. 의료공공성 강화 없는 케이(K)방역 강화는 의료공백이라는 누군가의 불안과 공포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버틸 수 있는 차별적 조치들과 행정권력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의료공백을 겪고 있는 이들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져 있을 수 있다는 정부 차원의 인식이다. 의료공백은 팬데믹 시기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모든 사회적 제도의 ‘공백’은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더 우선적으로, 더 치명적이다. 공공병원을 코로나전담병원으로 지정하면서 공공병원을 이용하던 노숙인, 쪽방 주민,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들은 자신이 이용하던 공공병원을 국가가 빼앗아가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가난한 환자들은 그나마 의지했던 공공병원들에서 떠밀려나 비싼 민간병원을 이용해야 했거나, 아니면 아파도 참았고, 아파서 참다 병이 악화되거나 죽음에 내몰렸다. 이런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이들에 대한 정부의 보호조치가 전무하기 때문에, 이들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 주목을 덜 받기 때문에, 5.5퍼센트 밖에 안되는 공공병원의 이용권리를 이들로부터 국가가 먼저 빼앗을 수 있었다. 공공병원 소개령은 대통령이 명할 수 있으나, 대통령은 5.5퍼센트의 공공병원 밖에 의지할 수 없는 가난한 국민들이 그럼 어디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대답해야 했다. 해결해야 했다.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했다. 

다시 정유엽의 이름으로, 그리고 정유엽과 함께 공공의료 한걸음을 내딛은 시민들의 이름으로 우리는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는 고 정유엽 학생의 죽음을 진상 조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공백에 대해 실태 조사에 나서라. 또한 5.5퍼센트 밖에 안되는 공공병원을 가난한 환자들로부터 빼앗는 것으로 케이(K)의료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의료공공성 강화의 방안을 마련하라. 

오늘 우리는 고 정유엽 1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함께 정유엽 학생을 추모하며, 슬픔을 딛고 함께 내딛은 이 소중한 공공의료 한걸음 한걸음으로 더 힘차게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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