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22-02-08   196

[사회보장 분야 대선과제 시리즈 칼럼②] 정권이 어떻게 바뀌어도 노년은 온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 소득보장, 공공의료, 돌봄의 국가책임 등 사회보장 강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시민들이 감염병 위기 속에서도 정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대선후보들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를 희망합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시리즈 기고를 통해 이번 대선에 꼭 제시되어야 할 사회보장 정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두번째 주제는 적정한 수준의 노후보장을 위한 개혁입니다. 

 


적정한 수준의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개혁에 ‘합의합니까?’

 

이은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

 

 

대선 정국에서 드디어 후보자들의 입을 통해 연금개혁이 등장했다. 기대하고 봤던 첫 TV 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득의양양하게 ‘말로만’ 연금개혁에 합의한 것을 자기 성과로 정리하면서 토론회를 마치는 웃픈 광경이 연출된 것이다.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이니 ‘합의합니다’ 하면 소위 알고리즘 같은 것을 통해 제도가 알아서 정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후의 삶을 지탱해 줄 적정한 수준의 현금을 연금이라고 한다. 매달 약속한 금액이 통장으로 들어오게 되는 돈은 개인의 생애주기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준비하게 된다. 노년기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득 중단의 위기가 모든 이들에게 공통으로 다가오는 것을 알기에 이 시기를 준비하는 제도를 일찍이 만들어 왔다.

 

대한민국의 국민연금은 35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야 공적 노후소득 보장의 방식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 제도는 대선이 있을 때마다 문제로 등장했고 여전히 못 미더운 존재가 되고 있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맞춰 제도를 수정 보완하는 것은 정부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임이자 역할이다. 그런데 이 제도에 대한 오래된 오해들이 개혁 방향을 호도하고, 오해는 불신의 기반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오해는 연금제도가 단순히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정부가 보관했다가 돌려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정부에게 적금을 들고 개인이 모든 노후자금을 준비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큰 오류이다. 수익비, 수지불균형과 같은 단어는 연금제도를 개별적인 적금상품으로 생각해서 나타나는 착각이다.

 

공적연금은 내가 일하는 동안 나를 고용한 사람과 함께 부담하고(보험료 기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함께 일정 기간을 기여하는(장기 가입 유지) 조건을 담보로 모두에게 노후의 생계 비용을 조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정부가 조세로 긴급히 생계를 보조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는 동안 매달 보험료를 내고 낸 보험료는 노령세대에게 적정한 수준의 노후소득으로 전달된다. 즉 내가 당장 낸 보험료는 내 노후를 위해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앞 세대에게 이미 지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1000조 가까이 쌓인 기금은 무엇인가?

 

아직까지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가 보험료를 받는 수급자보다 많아서 생긴 잉여금이다. 잉여금의 규모가 크니까 투자를 통해서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연금제도에서 후세대라는 개념은 딱 시점을 정해서 규정지을 수가 없다. 지금 당신이 국민연금 가입자라면 20대부터 60대 초반까지 모두 지금의 노년세대를 보험료로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연금개혁,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바꾼다는 말인가?

 

제도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수정될 수 있다. 제도를 구성하는 근간이 달라졌다면 거기에 맞춰서 합리적으로 변형되어야 한다. 연금개혁은 필요하다. 다만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변화된 상황을 인식하고 수정 보완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연금개혁을 꺼내기 어려웠던 이유는 달성할 목적, 변화된 상황에 대한 인식, 제도 개혁의 우선순위 등 제도를 구성하는 사안 사안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금제도 안에는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모으고 투자하고 노후의 자금을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과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모두 들어있다. 따라서 연금개혁의 상자를 여는 순간 합의할 안건들이 쏟아진다.

 

연금개혁 참고 이미지. 노인이 걸어가는 뒷모습과 돈의 이미지

 

 

‘정권이 바뀌어도 노년은 온다’라는 바뀌지 않은 사실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고치고 먼저 손을 대야 할지를 건건이 합의해야 한다. 그래서 5년마다 재정계산을 4번이나 했고, 무엇을 먼저 고칠 것인가를 가지고 지난한 논쟁을 하고, 그래도 답을 찾기가 어려우니 정부가 바뀌면 대통령의 의지를 통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는 개혁을 달성했으면 하는 소망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시절이 완전히 바뀌었다면 과거의 제도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틀을 짜는 것도 필요하다. 코로나가 사회를 많이 변화시키기는 했지만 세상이 단절되었다가 다시 시작되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부터 노동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정규직이라는 일자리는 사라지고, 보험료 부담의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노동을 하고 있으며, 일하는 동안은 조금씩 기여한 보험료를 통해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정확히는 노인을 부양하는 방법)이 아직까지는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적은 비용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적정한 수준의 노후를 다수의 사람들이 그럭저럭 보낼 수 있는 비용들을 지금의 보험료를 통해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 위기는 30년 혹은 50년 후가 될 것이다. 하지만 3월에 새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30년 후의 미래를 책임지도록 지금 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를 묻기도 어려운 일이다.

 

연금개혁에 합의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자

 

방송으로 합의한다고 했으니, 본격적으로 연금개혁을 논의해 보자. 우선 연금개혁의 목표에 동의하고 합의해야 한다. 제도의 목표가 전체 노인의 적정 노후소득보장이라면, 미래를 위해 돈을 더 많이 쌓아 놓는 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인지(보험료 인상), 노후에 어느 정도 현금이 들어오면 좋을지(소득대체율), 구조를 먼저 바꾸는 것이 필요한지(연금통합)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노인들의 소득수준이 왜 차이가 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 격차는 간단하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 40년 이상의 역사가 들어있다. 공무원연금과의 통합은 임금체계부터 고쳐야 하는 일이다. 지금 노인세대가 부양 받는 비용과 30년 후 노인이 될 세대가 부양 받는 방식은 달라질 수도 있다.

 

오로지 현금이 아니라 각종 서비스가 노인에게 무료로 적용되면 현금을 쓸 일이 없어질 수 있다. 여기에 연금가입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고 싶어도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사각지대), 같이 부담하지 않는 사람들 등 또 다른 결의 과제들도 대기하고 있다.

 

논의는 환영한다. 다만 개혁 방향을 논의하기에 앞서 제도 안에서 구분되지 않는 세대를 운운하면서 시민을 갈라치기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현세대가 누구이며, 이들이 현재 연금제도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길 바란다.

 

개혁 합의라는 문을 여는 순간 더 크고 방대한 합의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누구나 차별 없이 노후에 적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함께 살기 위한 바람을 실현하고자 하는 제도의 목표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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