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22-02-14   191

[사회보장 분야 대선과제 시리즈 칼럼⑥] 그래도 가난한 사람들의 대통령을 찾습니다

그래도 가난한 사람들의 대통령을 찾습니다

 

김도희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요즘 같은 분위기의 선거철에 가난한 사람들의 대통령이라니 차라리 초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든 가난한 사람들의 대통령이 되라고 주문해 본다. 생활보호제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바뀌고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 사이 셀 수 없는 송파 세모녀와 방배동 모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러져갔다. 살지 않음을 선택한다는 것은 삶과 이어진 끈들을 모두 놓았을 때 가능하다. 2020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네 명 중 한 명이 경제적 원인이라는 건조한 통계를 마주하면서, 끈을 하나씩 놓을 때마다 느꼈을 사람들의 감정을 상상해 본다. 무력감, 수치심, 모욕감, 분노, 체념, 죄책감… 위험사회의 명징한 징후이자 경고음이지만, 원인과 해법을 진단해보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으며, 오히려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기초연금제도가 실시되고 나서 노인자살률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이유와 다르지 않다.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하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최소한의 권리의 기틀이 되는 사회안전망, 기초생활보장제도이다. 

 

가족보다 사회의 책임이 앞서야 한다

 

누군가 사회안전망 바깥에서 죽음과 가까워질 때, 그의 가족이 사회보다 우선적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상과 괴리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 그러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맞춤형 급여로 바뀌면서 교육급여는 개편과 동시에, 주거급여는 2018년 10월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했다. 하지만 진짜는 딱 여기까지다. 후보 시절부터 ‘부양의무자기준 전면 폐지’를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덩치가 큰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는 미온적이었다. 2021년 10월 부양의무자기준을 60년 만에 폐지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생계급여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연 1억 원 이하)과 재산기준(9억 원 이하)을 현재보다 ‘완화’했을 뿐 ‘폐지’라고는 할 수 없는 거짓 선전이었고, 심지어 의료급여는 그 완화 계획에조차 빠져 있다.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할 경우 연간 4조 원 정도의 예산이 더 들고, 의료비를 아끼려는 사람들의 부정수급을 우려해서라는데, 이 와중에 의료급여 수급자 수는 코로나19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줄어드는 추세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급여를 보장해야 한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대상자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는 발표 후에야, 비로소 대중의 관심 목록에 기입된 ‘기준중위소득’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다. 2015년 맞춤형 급여제도로 개편하면서 최저생계비를 대신해 도입되었고, 보건복지부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매년 인상률이 정해진다. 기준중위소득이 얼마인지에 따라 수급 여부와 수급액이 정해지기 때문에 매번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그 민감성에 비해 인상률은 조촐하기 그지없다. 문재인 정부 3년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2019년 2.09%, 2020년 2.94%, 2021년 2.68%로, 평균 2.57%에 불과하다. 2022년은 5.02% 다소 오르기는 했으나 이마저 경제성장률과 물가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팍팍한 숫자다. 이 기준중위소득의 30%, 즉 58만 원 돈의 생계급여에 삶을 욱여넣지 않으면 안 된다. 주거급여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32만 원으로 서울에서, 16만 원으로 지역에서 ‘주거로서 적절한’ 공간에서 살 수 있을까. 거기에 관리비, 수리비 같은 초과지출분까지 고려하면 주거급여만으로 주거비를 충당하기란 애초에 넌센스에 가깝다.

 

세계 경제규모 10위의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한국의 사회복지예산 지출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말도 이제 지겹다. 반복되는 기대와 좌절이 심신을 지치게 하지만 그렇다고 말하기를 멈추는 건 삶을 멈추는 것과 같기에 다음 대통령에게 또다시 요구한다. 상은 차려져 있다. 숟가락에 밥과 반찬도 얹혀 있다. 먹기만 하면 된다. 정말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할 대통령,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급여를 보장할 대통령.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을, 그래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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