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회는 돌봄의 국가책임 위해 돌봄예산 확대하라

‘약자복지’ 무색하게 턱없이 부족한 돌봄 인프라 확충 예산
정부 자연증가분으로 자화자찬, 국회가 바로잡아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2023년 정부 예산안 발표 시정연설에서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복지’를 추구하겠다 밝혔다. 시민 모두의 권리로서 보장해야할 사회보장권을 약자에 한정하는 선별적 접근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2023년 정부 예산안을 면밀히 살펴보면, 악화하는 경제 상황과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거치며 드러난 양극화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예산임을 알 수 있다. 보육, 아동·청소년, 노인 돌봄 분야의 공공인프라 확충 예산은 대거 삭감되었고 일부 현금 급여 예산만이 확대되었다. 감염병 상황에서 돌봄의 공공성이 더욱 강조되었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돌봄의 국가책임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돌봄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그 약속이 허울 뿐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국회는 예산 심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연령, 장애, 질병 등의 상황에 관계 없이 누구나 존엄한 돌봄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돌봄 투자가 필수적이다. 돌봄 예산 확대 없이는 돌봄의 권리는 고사하고 정부가 약속한 ‘약자복지’조차 실현할 수 없다.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돌봄공공연대)는 국회에 공공돌봄인프라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 

2023년 복지분야 관련 예산은 사실상 삭감됐다. 총액은 전년 대비 11.8% 수준으로 증가하였으나 대부분 저출생 고령화 등으로 인해 대상자가 늘어난 급여의 자연증가분이고, 추경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삭감에 가깝다. 특히나 돌봄 분야 예산은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아동돌봄의 경우 현금성 지원만 늘었을 뿐 공공인프라 확충 예산은 대폭 삭감되어 아동의 안전한 돌봄권을 위한 어린이집 확충 및 기능보강 예산이 축소되었다. 수요가 많고 학부모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초등돌봄예산의 경우 교육부 소관인 초등돌봄교실 시설확충 예산이 100% 삭감되었다. 노인돌봄도 마찬가지다. 공공노인요양시설 예산이 전년대비 20%나 삭감되었고, 공공요양시설이 1-3%밖에 안되는 열악한 상황에도 신축 예산은 전혀 편성되지 않았다. 2025년 초고령사회로의 돌입을 앞두고도 사회적 위험을 방기하겠다는 것이다. 돌봄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또한 미미한 수준의 자연증가분만 반영했다. 여기에 정부는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과 다함께 돌봄센터 지원사업, 노인요양시설 확충,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 등 전국적으로 차별없이 시행되어야 하는 복지서비스를 일반회계에서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로 이전했다. 보편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사업의 회계를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특별회계로 이전하게 됨에 따라 안정적인 돌봄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 이러한 돌봄 예산 편성은 공공인프라 예산을 축소하고 일부 현금 지원만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소극적 재정 운용 기조를 확연히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유례없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더욱 심화했고 시민은 돌봄, 소득, 고용의 위기와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차년도 예산안에서는 이런 사회적 위기를 타개할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 특히 감염병 상황에서 돌봄의 책임이 가족과 여성에게 전가된 상황을 목도하고도 대폭 삭감된 돌봄의 공공인프라 확충 예산은 이후 우리 사회에 다가올 재난 등의 위험에서 같은 상황의 반복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돌봄의 공공성 강화와 국가책임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는 가속화하는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다시 한번 돌봄공공연대는 국회가 윤석열 정부의 각자도생, 민영화 기조의 돌봄 예산 편성을 반드시 바로잡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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