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22-12-01   251

[공동성명]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대책’에 부쳐

발굴은 고도화, 발굴 이후 대책은 공백?
‘발굴 기술’이 아니라 ‘빈곤 해결’이 필요하다

지난 11월 24일,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모두가 행복한,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목표로하는 이 제도는 위기 정보의 개수를 39종에서 44종으로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담고 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제도 개편의 목표가 ‘발굴’이 아니라 ‘제도 개선’에 있음을 지적해 왔다. 이번 대책 역시 위기정보의 개수를 늘리고, 위기 가구에 경찰을 통한 강제개문을 가능하게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우려스럽다. 위기가구를 찾아내기 위한 기술 개발, 정보통합에 대한 계획은 촘촘한데 반해 그렇게 ‘발굴’된 가구들에게 어떤 복지가 전달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1) 등록주소지 기반 사회보장제도의 개선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복지제도는 등록주소지와 실거주지가 일치하는 장소에서 신청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채권추심으로 인해 주민등록을 쉬이 할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나 일정한 거처를 확보하지 않았거나 등록주소지가 아닌 곳에서 지내고 있는 홈리스, 거주불명등록이 된 이들은 사회보장제도를 이용하기 무척 까다롭거나 불가능하다. 수원 세 모녀부터 신촌 모녀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이를 ‘발굴 실패’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2년에 불과한 임대차계약,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빠르게 오르는 집값, 가족과의 불화, 벼랑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붙잡은 채무가 폭력적인 추심으로 이어지는 모든 국면에서 가난은 주거불안을 동반한다. 주소지와 실제거주지가 일치해야 한다는 제도운영은 행정에 편리하지 복지 신청자의 편의에 맞춰져 있지 않다.
2009년 거주불명등록제가 도입된 취지는 주소지가 없는 이들에게도 선거권과 사회안전망 등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주민등록말소자가 거주불명등록자가 되었을 뿐 실제 사회보장제도를 신청하기 위한 절차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거주불명등록자는 일단 거주불명에 따른 과태료를 납부하지 못해 신청을 포기하거나, 아직 거주불명등록이 되지 않은 사람은 마지막 주소지로 돌아가서 사회보장제도에 진입하라는 종용에 놓인다.
2021년 모텔에서 사망한 영아 가족은 가난 때문에 모텔 방을 전전하였으나 주소를 등록하지 않아 사회보장제도의 바깥으로 번번이 밀려났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가 경찰의 도움으로 부모를 찾은 순간 엄마는 체포당했다. 친구에게 47회에 걸쳐 빌린 돈 1153만원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으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지명수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폭력적인 채권추심, 가족과의 불화, 낙인 등 주소 이전을 꺼리는 상황은 방치한 채 정부의 계획대로 실거주 사실에 대한 정보를 무작정 통합하면 빈곤층은 더 까다롭게 자신의 위치를 숨길 수밖에 없다. 사회보장제도로의 진입이 수급권자에게 새로운 징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발굴이 아니라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움직이는 제도가 필요하다

한편 주소지가 없거나 실제 거주지가 등록된 주소지와 다른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신청권은 이미 보장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보장’(지침365쪽)을 통해 1달 이상 실제 거주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될 시 법19조에 의거 이를 실제 거주로 인정, 주민등록번호 및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를 부여해 수급자격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주소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른바 ‘발굴’에 실패하는가? 부양의무자가 있으나 부양받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특례가 있지만 적용받지 못하고(방배동 김씨),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은 이용할 복지제도가 없다는 부정적인 정보를 더 강조하고(송파 세모녀), 비국민과의 이혼 ་ 가족관계 해체 등 까다로운 관계를 공적자료로 입증하라 요구(탈북 모자)받은 이들은 ‘발굴’되지 않아 문제를 겪은 것이 아니다.
사회복지 인력 부족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는 인력 부족만으로 해명되지 않는다. 지자체의 재정부담이나 업무증가에 따른 기피, 빈곤층에 대한 혐오, 부정수급 담론, 까다로운 제도와 지침, 행정기관의 조사와 결정은 분업하고 입증책임과 실패에 따른 결과는 수급권자에게 오롯이 떠넘기는 불균형에 이르기까지 빈곤층 복지제도의 다양한 면모가 가난한 이들을 마지막까지 함정에 빠뜨린다. 이른바 ‘적극 행정’이 가능한 요건은 무엇인가? ‘사각지대 발굴’, ‘찾아가는 복지’, 심지어 ‘양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는 정부 아래에서도 왜 가난한 이들은 매번 빈손으로 주민센터를 나서야 하는가?

3) 한국의 다면적 빈곤상황에 대한 재인식을 촉구한다

현행 복지제도는 첫째,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대폭 상향시켜야 하고 둘째, 급여 신청자의 상황에 맞춰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 ‘00동 모녀의 경우 통장에 수백만원이 남아 있었다고 하니 빈곤문제는 아닌 것 아니냐’,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는데 사망한 사람은 이미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를 받은 셈이니 사회적인 죽음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냐’는 질문은 우리 사회 빈곤 정책의 앙상함을 고스란히 닮았다. 현대 한국 사회 빈곤의 모양은 다양하다. 빈곤은 필요한 만큼의 소득이나 자산이 없는 곤란에 더불어 비 존중, 낙인, 상처받은 자긍심, 불안과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심각한 물질적 결핍을 겪는 이들에게조차 아주 작은 문만을 개방하는 한국의 빈곤정책은 이 다면적 빈곤 현실을 다루는데 실패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목적하듯 빈곤 정책이 모든 이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고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가난에 빠진 이들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가난을 덜 발생시키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 일자리, 공동체, 가족, 주거권의 파괴와 같은 우리 사회 가장 약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상실하는 자원을 모두의 권리로 세워나가는 것이 바로 빈곤정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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