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민간 병원 지원 확대하는 지원대책 폐기해야

재정 절감 이유로 국민의 의료이용만 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없이 제도의 지속가능성 요원

정부는 어제(12/8)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필수의료 기반을 회복하겠다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이하 지원대책)을 내놓고, 공청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한 탓에 과잉진료가 발생, 국민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결국 건강보험 보장률은 늘지 않았다며 건강보험의 지출을 통제해 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하고, 절감된 비용은 필수의료에 사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문제진단과 해결방안 모두 잘못됐다. 본인부담상한 기준을 높이는 방법 등으로 의료 이용자 지출만을 통제하고, 비급여의 급여화 전략을 재검토하는 지원대책은 결국, 보장성 축소 방안이다. 보장성을 강화해 시민 누구나 의료비 부담 없이 치료받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건강보험 도입 목적에 역행한다. 게다가 주요핵심으로 제시한 필수의료 강화 명목의 민간병원 지원 대책은 이번 정책의 목적이 국민건강이 아니라 민간지원에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건강보험 제도 무력화를 시도하는 윤석열 정부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번 지원대책을 당장 폐기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마련에 힘을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빌미로 의료비 본인부담금 상한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시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이나 우리나라는 그 기준이 높고, 비급여를 포함하지 않아 실효성 제고 요구가 지속되어 왔다. 그런데 정부는 그 기준을 낮추기보다 되레 본인부담을 높여 국민들에게 더 큰 의료비 부담을 지우겠다고 한다. 또한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으로 추진된 비급여 급여화 전략 중 MRI, 초음파 급여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보장성을 후퇴시키는 시도라 몹시 우려된다. 과잉 진료의 문제는 비급여 급여화 전략이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까다롭게 적용되지 않은 검사 기준에서 찾아야 한다. 결국 정부는 95%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병원에서 수익성을 좇아 비급여 중심의 상업화된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는 눈 감은 채 국민 부담만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과잉진료로 인한 재정누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불제도를 개편하고, 적정진료, 적정수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공병원을 확대하는 구조적 개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재정을 통제한 비용으로 중증⋅응급, 분만, 소아환자 중심의 필수 의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필수의료를 매우 협소하게 규정한 데다 공공수가라는 이름으로 민간병원을 지원하겠다는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병원에서 필수의료를 강화하지 않은 것은 민간 위주로 공급이 맡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민간병원에 수가를 더 준다 한들 인구가 적고 수익이 낮은 의료취약지에 민간이 병원을 설립하고,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는가? 결국 공공 중심으로 공급체계를 재편하지 않고서는 이번 정부 대책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필수의료를 진료할 의사 인력 확충, 간호사 처우 개선 방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감염병 상황에서 만성적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여실히 드러 났고, 급속한 고령화로 더 많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것이 주지의 사실인데, 정부는 이러한 객관적 사실은 눈감고 실효성없는 대책만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OECD 국가 평균 80%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약 6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답보상태인 건강보험 보장률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높아져만 가고, 이로 인해 재난적 의료비 발생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가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결코 해결 할 수 없다. 국민들의 의료이용을 재정 지출 절감이라는 이유로 제한하고, 민간병원을 지원하겠다다는 이번 지원대책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 사회적 위험으로 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보험의 목적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재정 중심으로 국민들의 의료 이용을 제한하면, 그 피해는 전적으로 국민들이 보게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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