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23-09-07   1087

[언론기고] 모두를 위한 연금정치 ③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에서 빠진 내용, 바로 이거였다

국민연금 목적은 안전한 노후 보장, 소득대체율 인상 이뤄져야

1일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에서 발표된 5차 재정계산위원회(아래 재계위) 보고서에는 결국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실리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보고서에서 빠진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재계위 보고서의 중심 내용은 현행 국민연금의 낮은 보장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보수적 재정프레임에 따른 여러 가지 장기 재정방안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노후보장이 공적연금의 존재 이유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그 보고서 한 귀퉁이에 간신히 구겨넣기에는 너무 크고 중요했다.

보고서에는 담지 못했어도 국민연금제도의 주인은 결국 국민이기에 어떤 형태로든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득대체율 인상을 제기하는 이유, 방안, 효과 등을 살펴보자. 소득대체율 인상을 위한 재정방안은 다음에 별도로 다룰 것이다.

단 한 번도 의제가 되지 못한 소득대체율 인상

5차 재정계산위원회에서는 스무 번이 넘는 회의가 있었지만 소득대체율, 아니 넓게 봐도 노인빈곤과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문제는 단 한 번도 주요 의제가 되지 못했다. 막바지에 이르러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다수안/소수안으로 담을 것인지 여부 등을 논의한 것이 전부이다.

재계위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노인빈곤율이 40% 이하로 떨어진 것을 언급한다. 그러나 고령인구 증가 속도를 보면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지 않는 한 빈곤 문제 크기는 줄어들지 않는다. 한 연구에서는 현 제도 유지 시 노인 인구 비중이 40%가량인 2060년에도 노인빈곤율이 26~28%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사회 전체의 빈곤 문제 개선 전망은 밝지 않으므로 국민연금으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점점 더 많은 국민에게 주요 노후보장수단이 되고 있다. 노후준비를 하는 경우 국민연금이 주된 수단이라는 응답은 2005년 3.9%였던 것이 2021년에 59.1%로 증가하였다(통계청 2005년 및 2021년 사회조사).

국민연금 보장기능 강화는 향후 30~40년 노인빈곤 예방의 핵심임에도 재계위는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재정논리에 갇혀 국민연금의 역할은 최소화한 채 각자도생하는 노후를 정책의 기본값으로 상정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국민연금, 지금 얼마나 낮으며 미래에는 어떠할까?

알려진 것처럼 국민연금의 현 급여 수준은 노후빈곤 예방에 미흡하다. 2022년 말 노령연금액이 월 60만 원 이하인 사람이 수급자의 70% 이상이다. 평균 급여액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액 62.3만 원(2023, 1인 가구)과 비슷한 수준이다. 즉 꾸준히 기여를 해서 보장받는 국민연금이 빈곤함을 증명하고 제한적으로 보장받는 생계급여와 별로 다르지 않다.

1인가구 노후 최소생활비는 124만 3000원, 적정생활비는 177만 3000원인데(2021년 국민노후보장패널 9차), 적정생활비의 60%를 국민연금제도가 감당하려면 보장수준이 2021년 가치로 평균 102만 원 정도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국민연금 저급여 원인을 짧은 연금제도 역사에서 찾았다. 하지만 1988년에 도입된 이 제도의 미흡한 보장성을 이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없다. 제도 역사가 길어져도, 2093년 국민연금 급여수준(실 소득대체율)은 30% 이하로 예측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까운 미래에 문제는 더 심각한데 2030년보다 2050년 수급자의 급여수준은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 은퇴자보다 2050년 은퇴자가 더 오래 보험료를 내고 더 늦게 은퇴함에도 미래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오히려 더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2007년 국민연금 급여삭감 조치로 인해 지금도 매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산식의 소득대체율은 매년 0.5%p씩 떨어져 2023년 현재 42.5%이고 2028년에는 40%가 된다. 2007년 이후 소득대체율이 떨어지는 시기의 가입기간 비중이 더 큰 젊은 가입자일수록 급여삭감 영향은 더 크다. 그래서 2050년에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현 수급자보다 더 오래 보험료를 내도 보장수준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급여는 국제비교로도 낮다. 평균임금 가입자는 물론 저임금, 고임금 가입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평균임금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이 낮은 국가는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아일랜드 등 소수이다(OECD, 2021). 기초연금을 고려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020년 기준 한국과 OECD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필요 노후생활비를 보아도, 공공부조를 고려해도, 국제비교를 해도 국민연금 급여액은 너무 낮다. 그 핵심에는 2007년 이후 소득대체율 하락이 있다. OECD도 2016, 2020, 2022년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권고했다.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위, 국회의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 제안도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포함하였다.

공청회 보고서에 들어가지 못한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2025년부터 소득대체율을 50%로 조정하는 것이었다. 2007년~2028년의 소득대체율 60%에서 40%로의 삭감을 중단하고 이를 절반가량 되돌리는 것이다.

이는 우선 2007년 국민연금 삭감 영향을 크게 받는, 앞으로 30~40년 동안 은퇴하는 이들의 노후보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자 함이다. 즉 국민연금을 현 노동인구 다수에게 노후빈곤을 예방하도록 재설계함으로써, 초고령사회의 노인빈곤 위험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노인 중 국민연금 수급자 비중은 2050년에는 80%를 훌쩍 넘긴다. 앞으로 상당한 보편성을 갖추게 될 국민연금 보장수준을 높이는 것은 안정적 노후에 대한 시민권을 강화하는 길이다.

소득대체율 50% 인상시 국민연금 급여는 얼마나 늘어나나?

국민연금을 계속 40%로까지 떨어뜨리면 평균 급여수준(소득수준과 가입기간을 반영한 평균소득대체율)은 2060년까지도 26~27%대에 불과하다. 추계기간 말인 2093년에도 30% 이하이다. 재계위 보고서대로 한다면 기금은 보유하겠지만 저급여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2025년에 50%로 올리는 경우, 급여수준은 2050년에 30%를 넘고, 2060년에 35%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5년에 소득대체율을 50%로 한 번에 올려도 급여인상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2025년 이후 가입기간이 짧은 중고령가입자(2007년 급여삭감의 영향이 적었던)에게는 급여인상 효과가 적고, 2025년 이후 가입기간이 긴 나이가 적은 가입자(2007년 급여삭감의 영향이 컸던)일수록 급여인상 효과는 크다. 그래서 소득대체율을 올릴 경우 젊은 가입자일수록 미래로 갈수록 국민연금 인상 폭이 크다. 즉, 2007년 급여삭감 조치의 파괴적인 영향을 회복시키는 직접적인 조치가 소득대체율 인상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급여 인상이면 충분한가? 그렇지 않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국민연금 급여(실 소득대체율)가 현재 가치로 약 100만 원(가입자 평균소득이 300만 원일 경우 소득대체율 33%가량)을 넘기려면 2050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산식의 소득대체율 인상은 보장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을 필요로 한다. 국민연금에 더 오래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료 지원 확대, 가입 연령 높이기, 출산과 군복무 크레딧 확대 등이 수반될 때 소득대체율 인상의 효과는 더 커진다. 2023년 기준 60만 원을 조금 넘는 국민연금 급여액이 평균 100만 원을 넘기려면 여러 정책수단이 함께 사용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의 변화 가운데 고용불안정성이 높은 이들을 국민연금에 가입시키는 지원이 중요하다.

소득대체율 인상 없이 국민연금 보장성을 높인다는 환상

일각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 없이 크레딧 등 보험료 지원 확대만으로 국민연금 보장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득대체율 인상론이 소득대체율 인상과 가입기간을 늘리는 조치를 동시에 구사해야 국민연금이 그나마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데 비해, 이는 효과가 제한적인 한 가지 수단만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첫째, 소득대체율 인상은 국민연금 급여의 기본 구조를 조정하는 것으로 출산 여부, 군복무 여부, 소득 지위,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가입자에게 더 넓게 보장성을 강화한다. 일례로 크레딧 강화는 이미 출산하거나 군복무를 마친 가입자와 질병, 장애 등 다양한 이유로 출산이나 군복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용이 없다. 사회적 공헌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이를 보편적인 조치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둘째, 재계위 보고서에 담긴 크레딧 강화 방안은 출산과 군복무 각각에 대해 약 12개월 정도의 국민연금 가입 인정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보험료 지원 논의는 추상적이다. 이것만으로 기대할 수 있는 국민연금 인상 효과는 적다. 셋째, 소득대체율 인상은 급여산식 자체를 바꾸는 것으로 장애연금, 유족연금, 배우자 급여 등 여러 형태의 보장을 한꺼번에 개선할 수 있다.

요컨대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과 소득대체율 인상은 함께 추구해야 하는 보장성 강화 전략이다. 전자는 독자적인 보장성 강화 방안이라기엔 한계가 많고, 그나마 보고서가 제시한 방안도 함량 미달이다.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으로 국민연금 축소를 메운다고?

일각에서는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으로 국민연금 축소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소득층은 기초연금이, 중간층은 국민연금이, 고소득층은 퇴직연금이 역할을 한다는 계층분리적 접근인데, 이는 다양한 소득계층 간의 연대에 기반한 국민연금의 기본 구상에 배치되는 것은 물론 논리적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

우선 기초연금은 조세방식인만큼 미래 대상범위와 급여수준을 미리 확정할 수 없다. 즉, 미래 국민연금이 줄어들어도 기초연금이 역할을 늘린다는 약속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기여제도인 국민연금 수준이 낮아지면, 비기여제도인 기초연금을 높이기는 더욱 어렵다. 국민연금 수준이 올라가야 기초연금도 빈곤대응 기능을 할 수 있다.

소득 상층에게 퇴직연금제도가 작동할 것이라는 주장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제한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퇴직연금 대부분은 일시금으로 해소되거나 본격적인 연금수급 전까지의 가교연금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종신노후보장제도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즉, 세제 혜택 덕분에 퇴직연금시장은 팽창했지만, 퇴직연금은 평생의 노후보장제도로 자리잡지 못했고 언제 그리될지 불투명하다. 더욱이 국민연금 강화 대신 조세 지원으로 퇴직연금 등 사연금을 강화하는 것은 역진적이다.

남은 이야기

가족부양 공백이 커진 가운데, 국민연금이 노후보장이라는 본래 목적을 충실히 실현해야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 이는 국민들이 제도에 동의하고 재정책임 증가를 수용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국민연금 인상은 미래 인구의 주축인 노인이 안정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성장과 고용을 뒷받침하여 경제공동체를 유지시킨다.

소득대체율 인상론은 노후보장에 대한 적극적 대안을 제시한 만큼 연금개혁 논쟁에서 중요한 한 축을 이루었고, 차별화된 재정 패러다임에 기초한다. 보수적 재정프레임으로 재단된 채 기울어진 보고서의 구색 맞추기 용으로 다뤄질 수는 없다.

오마이뉴스 원문보기

<모두를 위한 연금정치> 시리즈
①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반쪽짜리 보고서’ 내놓을 셈인가
② 재정계산 기금운용발전전문위 활동을 마치며… 기록되지 않을 이야기들
③ 국민연금 재정계산 공청회에서 빠진 내용, 바로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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