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약자복지, 서비스 고도화 허상
사실상 삭감 예산으로 민생과 약자 기만하는 예산안
‘선택적’ 약자복지가 ‘약한 복지’로 전환될 위험성과 공공성 결여·서비스 차등화 초래할 서회서비스 고도화 실체 지적
오늘(10/31)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2024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을 ▲기초생활보장 분야, ▲보육 분야, ▲아동청소년복지 분야, ▲노인복지 분야, ▲보건의료 분야, ▲장애인복지 분야,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를 중심으로 분석한 <2024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하는 ‘약자복지’와 ‘사회서비스 고도화’가 예산을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 분석하고 평가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약자복지를 실현할만큼 충분한 예산을 배치하지 않았거나 모호한 기준으로 약자를 선발하여 일부 증액하였습니다. 또한 디지털, 바이오 산업에 대한 막대한 신설 예산과 장애인 개인예산제, 사회서비스원 예산 삭감 등의 영역에서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표방한 사회서비스 시장화 시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편성한 2024년 보건복지 분야 총지출은 2023년 대비 12.2% 증가한 122조4538억 원이고, 사회복지 분야의 예산은 13.7% 증가한 104조8139억 원입니다. 2024년 총예산 증가율이 2.8%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건복지 분야 예산은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이 증액된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무책임한 감세, 연구개발예산 일괄 감액 논란 유발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예산내용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2024년 보건복지분야 예산 편성은 강도 높은 재정 개혁을 통해 ‘약자복지’의 실현을 기본방향으로 정했으나, 사실상 삭감에 가까운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며 ‘민생과 약자를 논한 일종의 기만’으로 보입니다.
기초생활보장 분야
2024년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2023과 비교해 8.8% 증가한 20조8261억 원이며 이는 기준 중위소득 인상 및 선정기준 상향에 따라 생계급여 예산이 25.4% 증가한 점에서 기인합니다. 다만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은 여전히 적용되며, 수급자 가구별 실질 급여 인상분은 미미한 수준에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긴급복지 사업 예산은 전년대비 13.6% 증가하였으나 이는 자연증가분을 반영한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의료급여는 지난 해에 비해 약 1.8% 감소했으며 부양의무자 기준 또한 여전히 남아 있어 빈곤 해결에 대한 가족 책임을 앞세우고 국가의 공적 부양 책무를 희석시킨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약자복지’가 ‘약한 복지’로 전환될 위험성이 높습니다.
보육 분야
보육 총예산은 전년 본예산 대비 14.4% 증가했습니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부모급여 신설로 ‘현금을 제공’하는 복지 부분의 예산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할만합니다. 보육과 돌봄의 사회화보다는 오히려 재가족화 방향의 위험성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보육은 제공되어야 하지만 일반예산 사업이었던 어린이집 확충과 기능보강사업의 경우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로 이전되었습니다. 수당을 통해 개인의 선택지를 넓히는 정책뿐만 아니라 보육 인프라를 견고하게 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과 관련 정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응당 이뤄져야할 공적 돌봄의 의무를 사적 영역인 가족에게만 지우지 않도록 보육을 사회적 소비로 안착시키는 재정 전략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번 예산안은 ‘약자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복지’ 그리고 ‘보육의 인적·물적 혁신을 통한 사회서비스 고도화’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복지 분야
2024년 보건복지부 아동·청소년 예산은 전년 본예산 대비 0.62% 감소했고 다부처(여성가족부, 교육부, 기획재정부)의 아동·청소년복지 예산은 전년에 비해 3.3% 증가했습니다. 아동 수의 감소로 인해 아동수당이 크게 감액되는 한편 아동발달지원계좌와 모자보건사업 등은 큰 증가폭을 보였습니다. 아동안전 전문교육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고, 아동정책조정 및 사업관리를 위한 연구비 예산도 삭감되었습니다. 초등돌봄 사업 예산에서도 종사자 인건비는 늘었으나 환경개선비는 전액 삭감되는 등 지역아동센터 환경 개선이나 돌봄서비스 공급 확대를 위한 노력은 불충분합니다. 여성가족부 예산에서는 아이돌봄 지원 예산이 크게 확대되어 돌봄수요 충족에는 기여했으나 초등돌봄 시설의 개선 및 확충 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용효율성이 높은 가정중심의 보호서비스에 치중하고 있다는 한계는 남아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으로 편성된 사업은 대체로 감액편성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약자복지의 기조와는 배치되는 예산 편성’이며,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필요한 ‘종사자 처우 개선’에 대한 예산 편성이 거의 없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노인복지 분야
2024년 노인복지 총예산은 작년 대비 11.2% 증가했습니다. 기초연금을 포함한 노인 1인당 총예산은 전년에 비해 4.8% 증가했습니다. 세부사업별 예산을 확인한 결과, 주로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대상자 규모의 확대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인건비 증가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형 일자리의 단가는 인상되었으나, 인건비 외의 서비스 단가는 대부분 물가 상승률조차 반영하지 못한 채 동결되어 사업별 서비스의 질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의 재정부담이 급속히 확대되었기 때문에 재정 안정화를 위한 국민의 부담 가중은 신중히 고려해야 하며 재정의 국가 기여분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더하여 노인요양시설의 약 98%를 민간이 차지하는 기형적 공급구조에서 벗어나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서비스의 질을 신속히 개선해야 합니다. 약자복지를 외치면서도 정작 예산안은 노인의 소득과 돌봄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책정되지 않았으며, ‘사회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노력도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보건의료 분야
보건의료 예산은 약 4% 증가하였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예산을 제외한 보건의료 예산은 전년 대비 19.5% 감소했습니다. 재난적 의료비 예산은 무려 348% 증가했지만 부족한 보편적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을 개선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재난적의료비 발생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은 전년 대비 98.7% 삭감되어 사실상 폐기와 다름없습니다.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진료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과소 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가의 기본책무를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형 ARPA-H 프로젝트(R&D),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 등 보건 산업 관련 영역에는 604억 원의 예산을 새롭게 편성했습니다. 신종감염질환 예방사업연구는 삭감한 채, 디지털, 바이오산업 분야에 치우쳐 진행되는 투자의 효용성이 의심됩니다. 약자복지는 ‘생색’만 내고, ‘보건의료산업화’는 적극 추진하려 하는 방향성이 드러나는 예산안입니다.
장애인복지 분야
2024년 장애인복지 총예산은 작년 대비 10.1% 증가하여 전체 예산 비율에 있어서 정체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의 증가분은 전체 예산 증가의 60%를 차지할 정도이지만 이 역시 지난 몇 년간 장애인활동지원 예산 증가에 비해 적은 수준입니다. 발달장애인 지원 사업 예산은 증가했으며 특히 최중증 발달장애인 주간 개별 및 그룹 1:1 지원 사업 등이 새롭게 시작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확대 기조로 해석하긴 어렵습니다. 탈시설 확충을 위해 꾸준한 투자가 요구되는 장애인복지시설 기능보강 예산과 장애인자립생활지원 예산은 대부분 감액되었으며, 정부의 공약 사업이자,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개인예산제’ 정책은 추진 의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장애인복지 분야의 예산은 일부 증액이 있지만 ‘약자복지’라기보단 ‘매우 소극적인 현상유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
2024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예산은 전년 대비 5.2% 하락했습니다. 주된 이유로는 사회서비스 설립 및 운영 예산이 2023년과 비교해 41.3%나 삭감되었고, 공공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 예산이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 예산으로 이관됨에 따라 전액 삭감된 점이 꼽힙니다. 행정안전부 소관으로 배정된 읍면동 단위 스마트복지안전공동체 구축 예산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에서 이관되며 행정안전부의 복지전달체계 예산 총량도 크게 줄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약자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중요성이 증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예산은 대체로 감소했으며 증가한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의 예산 마저도 전년 대비 2.5% 소폭 상승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약자복지’와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위해서는 예방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추가적인 예산 확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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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보고서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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