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부실한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 공청회, 정부의 복지 철학 부재 반영

복지 대상에 ‘약자’정체성 부여, 선별적 복지 추진 계획 공고히 해

지속가능한 재정 매몰, 구체적인 복지국가 방향성 설정되지 않아

보건복지부는 어제(11/29) 오후 1시 30분,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 및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 공청회’를 열고 향후 5년간 제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과 제1차 사회서비스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안’)의 주요내용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공청회를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으나 공청회 패널 구성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약자부터 촘촘하게,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약자부터 두터운 복지, ▲전 생애 사회서비스 고도화, ▲사회보장 체계 혁신을 3대 전략으로 내세웠지만 선별적 복지 추진 계획을 공고히하고, 지속가능한 재정에만 매몰되어 구체적인 복지국가 방향성이 설정되지 않은 문제를 드러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윤 정부의 복지국가에 대한 철학 부재를 드러낸 기본계획안과 시민의 의견이 배제된 부실한 공청회 구성을 비판하며, 사회보장 제도 운영의 공공성 제고와 제도의 보편성 강화, 그리고 이를 위한 재정 역할부터 분명히 설정한 기본계획안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안의 비전을 ‘약자부터 촘촘하게,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로 설정해 복지의 대상에게 ‘약자’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결국 원칙적으로 복지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 ‘약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주민을 내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약자’는 누구이며,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이는 정부가 보편적 복지의 확대 강화를 통한 선진 복지국가로의 지향을 포기하고 잔여적, 선별적 복지에 치중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이와 별도로 이번 기본계획안은 한국 복지국가의 오랜 과제로 남아있는 상병수당 도입 및 병가 권리 법제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소득기반 고용보험 체계 개편, 국민연금 대상자 확대 등의 영역에서 일부 의미있는 제도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2024년 예산안에 상병수당이나 의료급여 관련 예산이 전년에 비해 오히려 삭감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과연 이 정부가 약자복지라는 이름으로 이번 기본계획안에 포함된 의미있는 정책이나마 책임있게 실행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되려 긴축재정이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약자’복지가 ‘약한’복지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또한 정부는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추진, 이미 민간이 장악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시장의 수가를 조정하고 이용자 비용 부담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비급여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취약계층은 최소한의 서비스만 받을 수 있도록 체제를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공급주체를 다변화하겠다며 민간 참여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명목으로 모태펀드를 조성하고, 민간 기관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사회서비스분야에 금융 자본의 유입을 허용하여 결국 시장화 하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 기본계획안에서는 일부 서비스 대상 및 시간을 확대하고 양질의 공급자를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앞서 언급했듯 사회서비스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재정 투입 없이 어떻게 사회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할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사회보장 체계 혁신도 마찬가지다.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효율화와 기술혁신을 통한 복지체감을 제고하겠다고 하지만, 실질을 따져보면 정부는 국민연금의 정책목표인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을 통한 사회적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재정건전성만 주창하고 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기반을 개선하지 않고는 재정적 지속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연금재정은 사회적 부담의 총량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정부 재정이 분명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지금은 기금의 고갈 문제를 부각시키며 세대를 갈라치기하며 연금 제도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할 때가 아니라 제도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할 때이다. 정부 역시 전지구적 대변환에 의해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복지국가의 근간이 되는 사회적 연대‧신뢰는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역할 축소와 민간보험 활성화 정책이야말로 사회적 연대와 신뢰를 훼손해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기반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명심하고, 이를 기본계획안에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 복지국가의 수준이 중부담·중복지 수준에 도달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규모 추정치는 14.8%로 OECD 국가 중 맨 밑에서 다섯 째로 낮은 수준이며, OECD 평균인 21.1%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만 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이 계속해서 삭감되고 있고, 정책에 대한 재정 지출 의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 사회통합 증진이 이루어 질 리 없다. 강한 긴축재정 기조 하에서 약자복지, 고도화 등의 말로 포장된 정부 정책이 얼마나 추진될지도 미지수다. 결국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와 보편복지의 확대를 통한 복지국가 실현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기본계획안에 포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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