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24-05-22   756

[언론기고] 연금개혁 공포마케팅 유감… ‘노후빈곤 불안 해방’이 시민의 선택이다

미래세대 의견 핑계 대고, 누적적자 부각…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라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세계 연금개혁 역사에서 공론화가 시도된 사례는 아마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그런 공론화 결과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강화안(소득대체율 50%-보험료 13%안)이 재정안정화안(소득대체율 40%-보험료 12%안)보다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격차로 더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물론이고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이 나서서 공론화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심지어는 공론화 결과를 폄훼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연금개혁논의를 제안한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일축하고 숙의민주주의의 한 방안인 공론화를 밀어붙인 주체가 정부・여당이었고, 나아가 공론화를 하면 재정안정론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사람들이 지금 공론화 폄훼에 급급한 전문가들이었다는 점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저들이 공론화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들고 있는 주요 근거는 연금개혁 논의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출생세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면 OECD 등의 국제기구에 가서 OECD는 왜 미출생세대의 의견을 반영한 연금개혁방안을 제시하지 않느냐고 따지시라고 말이다.

또 저들은 미출생세대의 의견은 당연히 재정안정론일 것이라고 단정한다. 미출생세대는 엄청난 보험료 부담을 질 것이므로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강화안을 거부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공론화를 통해서 미출생세대의 의견을 못 물어봤다고 비판하면서 대체 무슨 수로 미출생세대의 의견이 확실하다는 듯 예측한단 말인가?

누적적자라는 공포 프레임

또 저들은 공론화에서 소득보장강화안이 누적적자를 더 늘리는 방안이라는 설명이 충분히 됐다면 소득보장론이 선택되지 않았으리라고 주장한다. 누적적자라는 지표는 그 개념이 학계에서 합의된 것도 아니고 많이 사용되는 지표도 아니며 특정 인사의 돌출 주장일 뿐이다.

하지만 최근 공론화 진행 과정에서 공적연금의 주무부처가 국회 연금개혁특위에 보고하는 문건에 누적적자를 포함해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경솔한 태도를 보였다. 더 나아가 공론화 과정에서 재정론자들은 이런 돌출적인 주장일 뿐인 누적적자를 계속 강조했다. 즉, 재정론자들은 TV로 나흘에 걸쳐 생방송까지 된 숙의토론회에서 소득보장강화안은 누적적자를 늘리는 안인 반면, 재정안정화 안은 누적적자를 줄이는 방안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숙의토론회 때는 각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누적적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비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공론화의 주체인 시민대표단은 재정론자들의 누적적자 주장을 그에 상응하는 비판이 없는 상태에서 나흘 내내 들었음에도, 이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누적적자는 결국 미래세대가 엄청난 보험료 부담을 지게 된다는 공포를 조장하여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려는 것이다. 공론화의 결과 세대갈등은 실체가 없고 오히려 세대연대가 더 많이 확인되었는데도 저들은 여전히 재정론적 시각에서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접근에 매여 있는 것이다.

이런 세대갈등적 접근은 근본적으로 국민연금 재정계산 맹신에서 비롯된다. 재정론자들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재정계산에 대해 뭔가 비판을 하면 불가지론적 태도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재정계산이 사실이라는 말 자체가 틀린 말이다. 재정계산은 불가지한 미래에 대해 여러 불확실한 가정들을 전제한 것이며 그 가정들이 그 모든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모두 실현된다고 가정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결과를 추정한 것이다.

즉, 재정계산 결과는 미래에 대한 하나의 추정이고 그것도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추정치지 사실이 아니다. 재정계산은 미래를 증명한 것이 아니며 우리의 미래가 그대로 펼쳐질 것이라고 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나리오이자 참고자료일 뿐이다.

당장 작년에 실시한 5차 재정계산에서 2023년 기금적립금을 950조 원으로 가정했지만, 실제 2023년도 기금적립금은 1036조 원으로 무려 86조 원이나 잘못 예측했다. 또 재정론자들은 향후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그런데 5차 재정계산에서 실질경제성장률은 2040년대 0.7%, 2050년대 0.4%, 2060년대 이후 0.2%로 이미 매우 낮게 가정됐다. 경제가 이보다 더 나빠지리라 보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저들이 말하는 기여금 인상은 어떻게 한다는 것이며 또 기금을 쌓아둔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시민들은 이미 의사를 표시했다

최근에는 보험료 13%는 합의되었다면서 소득대체율을 43~45% 중에 합의해야 할 것처럼 하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론화 결과 존중이 우선이다. 공론화에서 시민대표단이 지지한 것은 소득대체율 50%였지 43%, 45%가 아니다.

공론화에서 논의된 보험료는 12%와 13%였는데 보험료에서는 그 둘 중 높은 것을 택하고는 합의가 되었다고 하면서 소득대체율과 관련해서는 공론화에서 논의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40%에 더 가까운 쪽으로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 즉, 시민들에게서 걷을 돈은 많은 쪽을 택하면서 줄 돈에 있어서는 더 적게 주는 논의범위를 만들어놓고 마치 그게 당연한 것처럼 프레임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대표단이 택한 것은 노후소득보장기능의 회복을 통한 최소한의 생활보장이자 노후빈곤 불안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재정문제는 최소한의 노후생활이 굳건히 보장될 것을 전제로 다양한 방안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자는 것이 공론화에서 표현된 시민들의 의사이다.

재정계산 맹신에 근거한 공포마케팅에서 벗어나 노후소득보장기능 회복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공론화 결과를 존중한 합의가 우선이다.

▶오마이뉴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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