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1999-04-08   498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즉각 제정하라

국회는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안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반드시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는 IMF 관리체제 이후 1998년도에 ­5.9%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1999년 2월 현재 실업자 수가 178만 5천명에 달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제위기로 인한 소득 상실의 고통이 우리 사회의 주변계층에 집중되고있다는 사실이다. 자식과 생이별을 한 사람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그리고 주거없이 떠도는 노숙자들은 모두 주변계층에 속한 사람들이며, 20만으로 추산되는 결식 아동들도 바로 이들 주변계층의 아동들인 것이다. 이들 주변 계층에게 최소한도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일은 사회정의를 추구하고 인권을 옹호해야 할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그러나 국가는 주변계층에 집중되고 있는 사회해체, 가족해체 현상의 심각성을 과소 평가하고 임시방편적이고 미봉적인 실업대책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업 계층별 특성에 따라 종합적인 생활안정사업을 실시하여야 할 책무가 있는 정부는 안일한 현실 인식과 고질적인 부처이기주의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실업대책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에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실직자 보호를 위한 실업대책 강화방안』에서 “최소한 먹고 입는 문제와 자녀교육 의료는 국가에서 지원한다”고 선언하였으나, 그 방안은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 추가지정이라는 미봉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부처이기주의에 따른 비효율적인 실업대책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에는 7000억원을 추가로 지정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사 등 해외연수과정을 신설하여 예산을 배정하는 등 일관성을 결여한 실업대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길은 뚜렷하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는 이러한 헌법의 국민생활보장의 원리가 국민들의 생활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는 작년 12월 28일 국회 보건복지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이 해체위기에 처한 주변계층의 생계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표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노동 불능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생계보호를 제공하는 현행 생활보호법의 전근대적인 구빈법적 발상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진일보된 법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법안은 날로 증가하는 주변계층들의 생활안정을 통하여 가족해체와 사회해체를 미연에 방지하여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거시적인 경제효과를 갖는 제도적 장치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사회적 자원을 최우선적으로 배분하는 사회정의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이 법안은 근로능력이 있는 자발적 실업자에 대해서는 급여을 제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두고있어 저소득층의 근로의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정부 재정 능력의 한계를 지적하는 입장도 있지만 현행수준으로 생계보호비를 지급한다 하더라도 추가소요예산은 1조2천억 정도로 추산되어 1999년도 종합실업대책 예산인 16조원의 약 7.5%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비효율적 실업대책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의 올해 예산이 1조5천억원임을 감안할 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의 제정에 따른 추가소요예산을 우리 사회가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통과될 경우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실업자의 근로의욕 저하로 복지체계가 제대로 구축된 선진국에서 만연된 이른바 ‘복지병’이 번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기획예산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실업대책에 투입되는 예산은 도로 건설처럼 언젠가 회수되는 투자가 아닌데다 소득이전적 공적부조는 망국병을 초래한다”라고 발언하여,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족해체에 따른 인권상실과 사회해체 현상의 심각성에 대한 무감각성과 무책임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논리는 현재와 같이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일하지 못하는 저성장 고실업의 현실에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급여의 수준은 결코 근로의욕을 감퇴할 정도로 넉넉한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최저생계만을 보장하는 최소한도의 수준으로 이 정도의 급여수준 때문에 근로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람이 근로를 포기한다는 것은 지나친 기우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실업가구 중 약 61%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비참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정부가 복지병 운운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에 반대하는 것은 결국 헌법에서 부여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만약 정부와 국회가 예산상의 이유로 혹은 행정체계의 미비 등을 이유로 기초생활보장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연기하거나 무산시킬 경우, 우리는 이를 국민의 생존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로 보아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대국민적인 홍보활동과 더불어 강력한 대정부 투쟁운동을 전개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국회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국회는 이번 상반기 내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반드시 제정하여야 한다.

하나. 정부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저생계비를 결정하여 공표하여야 한다.

하나.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사회복지전문 요원의 확충 등을 통하여 제도의 효율적 체계화를 이룩하여야 한다.

1999년 4월 8일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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