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료 확대, 현행 수가체계 문제점 정부 스스로 드러낸 것

의원 수입 보전 위해 특정 환자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킨 것

건정심 합리적 구성과 수가체계 개혁 시급

1. 보건복지부는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어 의원급 진찰료를 통합, 3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이는 지난 2001년 7월 진찰료와 처방료를 통합하면서 처방 의존도가 높은 내과, 소아과 등 ‘가’군 의원에게 높은 진찰료를 차등화하여 인정해준 것을 다시 외과 과목 수준으로 통합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 진찰료 통합으로 인해 손실을 보게될 ‘가’군 의원들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현행 당뇨와 고혈압에만 적용하던 만성질환관리료를 11개 군으로 확대하고, 수가도 인상하였으며, 1세 미만과 1세에서 3세의 소아진료에 따른 가산료를 차등 조정·인상하기로 하였다.

2.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영환)는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만성질환관리료 확대가 의료소비자가 아닌 의료계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만성질환관리료의 확대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엄밀한 사전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아무런 선행 조치 없이 의료계의 불만을 해소하는데만 치중하여 사실상 일부 특정 환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성질환관리료의 확대와 수가 인상, 이미 시행하고 있는 소아가산료의 연령에 따른 차등·인상 조정을 단행하였다.

3. 보건복지부는 이번 만성질환관리료 확대와 소아진료 가산료가 ‘환자들에게는 특별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만성질환자와 소아환자들에게는 서비스의 질적 개선 없이 수가가 인상되어 진료비의 상승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이는 ‘가’군 의원들의 줄어든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서 만성질환자들과 소아환자들이 직접적인 피해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의 크기가 크지 않다 하더라도 의료계 내의 수입 차이, 위화감 등의 문제를 이유로 일부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의원 진찰료의 ‘나’군 통합으로 건강보험재정이 560억원 절감된다며, 복지부가 건강보험재정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이 발표하고 있으나, 실제 ‘가’군 의원들의 줄어든 수입을 보전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나면 총 519억원(만성질환관리료 확대 및 수가 인상 : 435억원, 소아가산료 조정 : 84억원)이 소요되는 것이므로 실제 재정 절감액은 41억원에 머문다. 결국 이는 국민에게 정확한 실상을 알리기 보다는 정부의 정책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일방적인 사실만을 선택적으로 강조하는 정부의 잘못된 관행이 아닐 수 없다.

5. 그러나 보다 궁극적인 문제는 복지부가 언제나 의료계의 기득권 유지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절감 대책은 기본적으로 의약계의 수입 감소를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수입은 현재보다 절대 줄어들 수도 없고, 줄어들어서도 안 된다는 발상 아래 한쪽에서 손해보면 반드시 다른 것으로 보전해주어야 한다는 철칙은 누구로부터 부여받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부담 추가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의료계의 수입 감소에 대해서는 한치도 용납하지 않는 복지부의 행태는 지탄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6. 또한 이번 진찰료 및 수가의 조정은 무원칙한 의료 행정의 표본이며 현행 수가체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계기가 되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의 상대가치점수를 기본으로 한 행위별 수가체계가 난이도와 업무량, 투입비용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특정과목에 불리하다고 하여 진찰료를 차등화하였다가,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의료계가 불만을 나타내자 다시 통합하고, 통합한 후 다시 의료계 수입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만성질환관리료를 확대하고 인상하는 것은 현행 수가체계가 합리적 원칙에 기반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또한 현행 수가체계 하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음이 드러났고, 결과적으로 포괄수가제 및 진료비 총액예산제 등의 건강보험 지출구조의 개선만이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한 유일한 방법임을 입증해준다. 이렇게 일부 의료계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임의적인 수가 조정을 하고, 그것이 용인된다면, 수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7. 그러나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절차상의 문제이다. 금번 수가조정 등을 의결한 건정심은 지난 해 11월 보험료와 수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 가입자 대표인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농민단체협의회와 공익대표 1인까지도 탈퇴 또는 사퇴한 기구이다. 현재 보험료를 납부하는 최대 계층인 노동자와 농민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 기구의 구성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은 채 글리백 가격의 산정을 포함하여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각종 주요 결정을 강행하는 복지부의 처사는 결코 용납되기 어렵다.

가입자 단체들이 빠진 채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정심에서 이런 중요한 문제들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지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는 의료계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하기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건정심을 정상화하고, 의료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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