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3-09-30   270

‘나누면서 키우는’ 새 사회통합모델 구축을

<참여연대/한겨레 공동기획 좌담> 분배와 성장 두 날개로 난다

이 좌담은 참여연대와 한겨레가 공동으로 기획한 ‘분배와 성장 두 날개로 난다’ 시리즈의 마지막 기사로,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킨 ‘균형성장’의 추구 방안을 찾아보고자 마련되었다. 편집자주

▲ 이정우 정책실장/이혜경 교수/나성린 교수 ©한겨레

참석자

–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 이혜경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원장

–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사회

– 김연명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전통적 질문이지만 분배와 성장은 상충하는 것이어서 양립할 수 없다고 보는가

이정우(이정)=두 가지가 항상 상충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 한국사회는 얼마든지 분배와 성장이 조화를 이루고, 양립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한마리의 토끼보다는 두마리의 토끼를 추구하는 게 (정책적으로) 맞다.

나성린(나)=성장과 분배는 충분히 같이 갈 수 있다. 하지만,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하다. 성장하지 않으면 나눠줄 것이 없다. 한국은 정책의 무게를 성장 60%, 분배 40%로 둬야 한다. 우리는 이제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수준이고, 중국의 거센 도전도 받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가장 고통받는 계층이 서민이다. 성장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이혜경(이혜)=분배 없는 성장 없고 성장 없는 분배 없다. 직접적인 재분배보다 사회통합을 광범위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시장의 실패가 국가중심적 복지정책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 지구적 상황변화와 미래의 변화를 고려해서 새로운 사회통합모델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분배-성장’ 두 토끼 가능

▲ △ 27일 낮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분배와 성장 두 날개로 난다’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사회=구체적으로 분배와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란 어떤 것인가

=정부가 불필요한 간섭을 줄이고, 기업하기 좋은 투자여건을 만들어 주면 성장은 저절로 간다. 성장을 위한 정책이 분배와 상충하지 않는다. 시장에 맡겨 놓아서 가난한 사람이 생기면 적극적 분배정책을 펴고, 중산층 이상에 대해서는 사회보험정책을 펴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우리와 비교하는데, 그쪽은 소득이 3만~2만5천 달러다. 우리 수준에 맞게 복지정책을 펴야한다.

사회=투자와 생산이 연계되는 복지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이혜=전세계적으로 ‘소비적 복지’에서 ‘생산적 복지’ 개념으로 가고 있다. 21세기 복지국가에서는 인적자원에 투자하는 쪽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투자적 복지국가 개념이다. 예를 들어 탁아소를 만드는 것이다. 시장과 국가 등 복지사회의 기초가 바뀌고 있다. 우리도 바뀐 상황에 기초한 복지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정=일자리 창출은 세계적 과제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청년실업 해결 등이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핵심 과제이다. 그 다음이 부동산 문제 해결이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빈부격차의 원인이 되고, 고임금 요구의 바탕이 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또 엄청난 교육열과 교육투자가 생산적 인적자본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도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 과제다. 보육의 해결에 참여정부가 대단한 관심을 갖고 예산을 투입하려 한다.

=복지에 예산을 과다 투입해서,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정=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는 비판은 수용하기 어렵다.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줄었다는데, 그동안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았다.

사회=분배예산 강조했다고 하는데, 노무현 정부의 성장분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복지 쪽을 늘리면서 사회간접자본 투자 쪽을 줄이는 예산편성의 기조가 우려스러운 것이다. 부동산 문제를 키우는 근본원인 가운데 하나가 교육문제이다. 교육평준화를 완화하면서 부동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 우리는 작은 국가고, 대외의존이 커 외부 충격에 굉장히 약하다. 체질을 강화하면서 분배정책을 펴야 한다.

이혜=기본적인 청사진, 노선의 천명이 필요하다. ‘생산적 복지’를 한 단계 높인 게 ‘참여복지’라면, 전체적인 전망이 제시되야 할 시점이 지났다.

이정=‘빈부격차 완화와 차별 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과거보다 좀더 잘하고 있다. 5대 차별의 시정 등이 총선 전에 하나씩 나올 것이다. ‘생산적 복지’처럼 멋진 간판은 없지만, 고령화 사회와 노동문제, 농업문제 등을 병행발전시키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정면으로 다루려 한다.

분배가 자본주의 정당화

사회=1980년대 이후 서유럽이 복지노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진단도 있지만, 미세한 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혜=분배를 포기하는 정부는 민주주의에서는 없다. 분배정책을 환경변화에 맞게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문제다. 성장과 자본주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분배다.

=서유럽은 분배와 복지를 포기한 게 아니다. 복지제도의 비효율과 재정적자가 국가경쟁력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고령화에 대비하면서 지속가능한 구조로 바꾸려는 것이다. 어떻게 복지와 국가경쟁력, 두 가지를 모두 잡을 것인지 고민 중이다.

이정=80년대 이후 여러나라에서 복지제도에 관한 개편을 시도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소득보장’에서 ‘일자리 찾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최선의 복지는 일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도 개혁을 해서 (소득을 보전해 주는) ‘웰페어(welfare)’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워크페어(workfare)’로 바뀐 것이다.

사회=연금개혁은 우리에게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어떻게 끌고 가야 되며, 이번 개혁안은 어떻게 봐야 되나

이정=세계적 추세가 더 많이 내고, 덜 받아가는 쪽이고, 또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아가는 쪽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다른 선진국은 (보험료율의) 15% 또는 그 이상이지만, 한국은 9% 수준에 그치고 있어 오래 지탱하지 못할 것이 명백하다. 전체적 추세나 방향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노후에 받게 되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5%로 낮출 경우에는, 개인연금이나 직장연금 등으로 보충해 나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 국민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공무원·군인연금 등에 대한 형평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사회=국민연금 기금은 앞으로 2~3년이 지나면 150조~200조가 쌓이는데 어떻게 운용할지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문제는 지금의 연금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운용되게 하느냐는 것이다. 좀더 보험료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논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금운영은 안정성과 수익성, 두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독립적 기금운영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혜=이번 개혁안은 국민연금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재정안정화에 중점을 뒀다. 재정안정을 위해 수입과 지출의 균형에만 맞추다 보니,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연금의 재정건전화를 위해 급여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보는데, 이럴 경우 중간층 이하의 연금 액수가 최저생계비 이하로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정=급여수준을 낮추지 않으려면 보험료 자체가 높아진다. 공적연금 수준이 최저생계비도 보장하지 못한다면, 보험료를 높일 수밖에 없는데, 얼마나 환영받을지 의문이다. 유럽처럼 저소득층에게는 국가에서 사회보험료의 일부를 납부해줌으로써 기업의 고용부담을 줄여주고, 고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립적 기금운영위 구성해야

=지금 개혁을 해도 저소득층은 낸 것에 비해 더 받는다. 저소득층의 문제를 연금 자체만으로 해결하기는 힘들고, 최저생계비에 안될 경우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보완해주면 된다.

사회=분배는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조정이 힘들다. 국내에 네덜란드 모델이 소개됐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사회적 협약기구의 가능성은 있나

이정=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로, 외국자본을 유입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살길인데 지금 같이 전투적이고 불신으로 가득 찬 노사관계로는 불가능하다. 임금이 이렇게 빠르게 오르고 노사분규가 심한 나라는 개방화시대에 살아남기 힘들다. 네덜란드 같이 작은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개방형 노사협약을 타개책으로 생각할 수 있다. 노조의 경영참가 논란이 불거졌는데, 노조를 기업 안에 묶어두면 임금인상이 최고의 목표가 되고 사회적 협약의 가능성은 별로 없다. 싸우는 것은 중앙의 수준에서 하고, 기업 안에서는 협력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스웨덴, 네덜란드, 아일랜드처럼 기업 안에서 협력하는 기구가 경영참가다. 경영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직원 35명 이상 직장의 노조는 전부 경영참가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게 사는 길이다.

=이해 당사자가 자신의 이익을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는 문화가 우리는 아직 없다. 양쪽 모두 합리적이어야 한다. 당분간은 힘의 논리나 시장의 논리에 의해 서로 부딪치고 깨지면서 또 경제가 망가지면서…, 결국에는 서로 타협을 하지 않고는 안되겠구나 하는 절박함을 느껴야 한다. 〈끝〉

정리 한겨레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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