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3-10-27   503

<김창엽의 건강세상만들기> 담배값 인상, 누구를 위한 것인가

최근 담배값 인상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에서는 국민건강을 위하여 담배값을 인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편에서는 건강을 빙자하여 국민부담을 늘리려는 시도라고 경계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정부부처 사이의 의견도 엇갈리고, 시민사회단체도 이 문제를 꺼내기는 부담스러운 눈치가 역력하다.

여기서 새삼 담배가 해가 크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참은 아니다. 사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 같은 말을 되풀이할 필요가 별로 없다. 게다가 해롭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반복한다고 해서 담배를 덜 피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말로 해로움을 강조한다고 해서 담배를 덜 핀다는 증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고 있을 흡연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더할 뿐이다.

말이 쉬워 그렇지 담배를 끊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오죽하면 세계보건기구나 다른 나라에서 흡연을 일종의 질병, 더 정확하게는 마약중독과 같은 범주의 ‘약물남용’으로 규정하고 있을까. 온갖 종류의 방법들이 거론되지만 막상 ‘증명된’ 금연방법은 극소수이다. 매해 첫날부터 벌어지는 금연 열풍이 좋은 예이다. 시작은 요란하지만 몇 달 안가 뱀꼬리 마냥 흐지부지 되돌아온다. 이주일씨의 눈물겨운 호소도, 차마 보기에 끔찍한 겁주기도 흡연을 확 줄이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담배끊기는 그만큼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숱한 이벤트와 광고, 교육에도 불구하고 흡연율이 세계 최상위권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걸 보라.

적어도 금연에 관한 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에 비해 실적이 형편없는 데에는 이유가 따로 있다. 하나는 담배끊기를 만만하게 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으레 그렇듯 ‘상식’만으로 덤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금연 정책은 오로지 개인의 결단과 의지만 강조한다. 게다가 그걸 전달하는 방식도 구태의연한 강의나 ‘겁주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만만하게 상식만 갖고 덤벼서는 담배와의 전쟁은 백전백패다. 만날 ‘결단하라’를 외쳐봐야 소용없다. 개인의 의지박약을 탓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것으로는 사회적 성과를 올리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제 본론이다. 담뱃값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 그것도 큰 폭으로. 이유는 담배값으로 딴 목적의 재정을 마련하려는 것이 아니고, 이것이 ‘과학적’인 금연정책이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금연방법에 대한 전세계의 연구를 다 뒤져도 금연효과가 확실하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은 두세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법에 들어간다. 오해가 있을까 봐 다시 강조하지만, 이건 재정정책이 아니라 건강정책이다.

과학적 근거는 이렇다. 미국의 연구에서는 담뱃값을 10% 올리면 담배 소비가 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청소년의 소비감소가 더 커서, 담뱃값이 10% 올랐을 때 이들의 소비는 12% 줄었다. 올해 미국 국립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조사한 내용도 비슷하다. 2003년 담배를 피는 미국 고교생의 비율은 29%로 지난 99년보다 6% 포인트 줄었는데, CDC는 중요한 이유를 담뱃값이 오른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 담배값을 올리는 정책이 목표로 하는 집단은 따로 있다. 바로 청소년이다. 최근 통계청은 우리나라 고3 학생들의 흡연율이 30.2%, 전체 고교생의 흡연율은 23.6%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담뱃값을 올리자고 할 때 절반의 목표는 바로 이들이다. 결국, 청소년의 건강이 국가의 미래일진대, 담뱃값 올리기를 누가 왜 두려워하는가.

덧붙일 말 한가지. 담배값을 올리면 저소득층이 더 많은 부담을 하게 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니다.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 주장은 저소득층의 금전적 부담만 생각하고 이들의 ‘건강부담’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즉, 담배로 인한 건강피해가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담배 때문에 더 많이 죽고 더 많이 앓는 저소득층의 건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담배값은 올려야 한다.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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