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5-11-21   487

<안국동窓> 한나라당과 투기꾼

부동산 투기는 ‘망국병’이다. 그것은 소수의 투기꾼에게 엄청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대신에 다수의 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평생을 저당잡혀도 ‘지상의 방 한 칸’을 장만할 수 없는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을 수 있겠는가? 불행하게도 한국 사회는 극소수 부동산 투기꾼에 의해 다수의 시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꾼들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것이 ‘사회주의’라고 우기곤 한다. 그러나 이 ‘색깔론’이야말로 부동산 투기꾼들이 얼마나 사악한 존재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투기는 본래부터 자본주의의 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자본주의의 형성사를 되짚어 보자.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는 지주와 자본가의 투쟁을 통해 형성되었다. 자본주의가 확립되기 이전의 봉건주의에서 지주는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고 호의호식하고 있었다. 자본가는 소작인과 노동자를 동맹세력으로 거느리고 이런 지주의 지배를 끝내기 위한 ‘시민혁명’을 전개했다. 그 결과 자본주의가 확립될 수 있었다.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지주의 불로소득이 지배하는 곳에서 자본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

한국 자본주의를 가리켜 흔히 ‘천민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이것은 한국 자본주의의 운영방식이 극히 천하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점에서 그렇다는 것인가? 무엇보다 두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정경유착에서 잘 드러나듯이 부패가 만연해 있다. 부패가 돈을 버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부동산 투기가 만연해 있다. 자본가들이 지주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주가 되어 가능한 많은 불로소득을 챙기려고 한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는 것이 ‘사회주의’라고 우기는 자들이야말로 이러한 한국형 천민자본주의의 전위대이다. 그들은 부정부패와 부동산 투기를 통해 챙기는 막대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한사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해외 골프여행을 즐기고 이른바 ‘명품’ 수집을 즐기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내 집의 꿈을 접는 것은 물론이고 노숙자가 되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양극화’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의 핵심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동산 양극화’의 정도를 보여주는 ‘부동산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소유에 관한 한 한국 사회가 거의 완전한 불평등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1%도 안 되는 부동산 부자들이 50%가 넘는 부동산을 좌지우지한다는 조사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1%도 안 되는 부동산 부자들의 불로소득과 호의호식을 위해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는 없다. 정부의 ‘8ㆍ31대책’은 여러모로 미흡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부동산 투기를 진정하는 효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관련된 정책의 법제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한나라당의 딴지걸기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한나라당은 ‘세금과의 전쟁’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내걸고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혜훈(서초갑), 이종구(강남갑), 윤건영(비례대표, 서초구 잠원동 거주)의원 등이 그 선봉에 서 있다. 부동산 부자들의 대표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부동산 투기대책의 무력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부자들을 유력한 돈줄로 삼고 있는 보수언론이 가세해서 1%도 안 되는 부동산 투기꾼의 나라를 지키려고 한다.

한나라당의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딴나라당’의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한심한 행태를 넘어서 지극히 위험한 행태라는 데에 있다. 정녕 한나라당은 반자본주의적 ‘부동산 투기꾼 정당’인가? 만일 그렇다면 이 나라는 정말 불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거대야당을 부동산 투기꾼들이 점령하고 있는 나라에 도대체 무슨 희망이 있을 수 있겠는가?

부동산 투기꾼은 반자본주의적인 ‘공공의 적’이다. 부동산 투기꾼이 지배하는 한, 한국 자본주의는 언제까지나 천민자본주의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꾼은 시민의 희망을 짓뭉개는 악랄한 ‘공공의 적’이다. 그들은 평생을 저당잡혀도 ‘지상의 방 한 칸’은커녕 어느날 갑자기 노숙자가 될 수도 있는 나라를 만든다. 한나라당이 정말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공당이라면, 즉각 ‘부동산 투기꾼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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