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1-02-22   2237

[칼럼] 무상복지는 승자독식 ‘정글’을 ‘공원’으로 바꾸는 것


미국 서부의 한 선술집에서 술을 일정량 이상 마시는 단골손님에게는 점심을 공짜로 대접했단다. 손님들은 너무 흡족했을 것이다. “공짜점심은 없다” 현대경제학의 거두 폴 사무엘슨은 이에 대한 본질을 환기시켰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결국 자신이 지불한 엄청난 술값에 이미 점심값이 충분히 지불된 상태라고. 그리하여 시장의 거래에서 결국 대가를 치루지 않고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고. 틀리지 않은 말이다. 특히 국가로부터 무엇을 얻는다는 것은 어디에선가 납세자의 부담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말로 이제 새로울 것 없는 상식이다.


그러나 공짜는커녕 점심도 얻어먹지 못한다면? 이미 술값으로 과도한 비용을 지불했건만 점심도 할인도 받지 못하고 그 가게의 화려한 샹들리에로, 고급 술잔으로, 호사스런 벽그림으로 쓰여지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더군다나 정부가 나의 세금으로 온통 길바닥에, 강바닥에, 호화청사에, 분양장사용 아파트에 쏟아 붓느라 우리 집이 교육비, 의료비, 어린이집 보육비, 주택부금으로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면?


최근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이 무상복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면서 복지 ‘망국(亡國)’론과 복지 ‘흥국(興國)’론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복지선진국에 비해 직·간접적으로 가계 소득을 정부로부터 보전 받는 정도가 약하다. 소위 복지라는 혜택으로 전체 정부 재정의 반의 반 만큼을 받는다. 이에 비해 대부분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정부 재정의 반 이상을 복지혜택으로 돌려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인들, 관료들, 그리고 지식인들 일부는 국민에게 “공짜점심은 부도덕하다”고 설파한다.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급기야 경제가, 국가가 망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미 내가 충분히 대가를 낸 것이므로 공짜가 아니라 당당하게 향유할 권리라고. 경제개발기구 국가들의 평균에 비하면 아직도 100조원 가까이 덜 내고 있다고. 복지 때문에 거덜 난 국가는 없다고. 그리스·아르헨티나는 과도한 복지 때문에 망한 국가가 결코 아니라고….


우리 사회는 지금 복지 없는 경제성장에만 매진한 결과 ‘정글의 법칙’만이 지배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 세상 풍파에 대해 홀로 대처해 나가는 정글북 사나이, 패자부활이 없는 승자독식의 사회가 그 결과다. 복지와 함께 성장하는 길을 달려온 선진 복지국가들은 이러한 정글을 ‘공원’으로 바꾸어 놓았다. 누구나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가시덤불을 없애고 죽음의 늪을 치워 버렸다. 정글의 비극을 맛본 국민들은 모두의 공원을 위해 자신의 능력에 비례해 세금을 냈고 그 결과를 함께 향유하고 있다.


지금의 무상급식 논란은 본질적으로 정글이냐, 공원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다. 정글 속에서 지친 영혼과 함께 불안하게 혼자의 점심을 먹느냐, 제법 잘 조성된 공원에서 모두 편안하게 점심을 먹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결국 이 선택은 ‘공짜’ 점심의 문제가 아니라 ‘편안하게 함께하는’ 점심의 문제인 셈이다.
















이태수 /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 이 칼럼은 세계일보/로컬세계 2월 21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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