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획]<복지는 권리다-보육④>‘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어떻게 할 것인가’ 좌담회

“애들이 생선가게 고등어? 따닥따닥 붙어…”

[복지는 권리다-보육④]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어떻게 할 것인가’ 좌담회

복지는 시혜다? 보수진영이 유포한 논리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꼴지 복지’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복지는 시혜가 아닌, 보편적 권리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총 8부로 나눠 한국의 복지 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 기획에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여성단체연합, 전교조, 참여연대, 청년유니온(가나다 순) 등 6개 단체가 함께합니다. 자신의 사례를 기사로 올려주시거나, 댓글을 달아주시면 편집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편집자말> 

▲ 곽정숙 통합진보당 의원,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 국장, 최정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제가 얼마 전에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에 다녀왔어요. 거기 그 두 나라는 아이를 낳아서 26세가 될 때까지 국가에 의해서 보육과 교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무상으로 지급받더라고요. 26살까지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거예요.”

 

곽정숙 통합진보당 의원(보건복지위 소속)의 이야기에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 국장이 “우리는 매년 걱정이다”라고 말을 받는다.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팀장은 “애 낳기 전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라며 맞장구를 친다. 최정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미취학 아동 정책 연구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박차옥경 국장과 장윤선 팀장, 최정은 연구원 모두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이들에게 육아와 보육은 곧 ‘전쟁’이다.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실에서 ‘복지는 권리다-보육편’ 좌담회가 열렸다. 화두는 ‘국공립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왜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할까.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5%밖에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어떻게 하면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할 수 있을까. 민간 어린이집의 공공성은 어떻게 강화할까. 열띤 분위기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좌담회는 장윤선 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수천 명 줄 서기… 수요-공급 불균형 

 

– 나도 두 아이 키우는 엄마다. 국공립 어린이집 들어가려면 줄을 무지하게 서야 한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최정은 연구원(이하 최) : “저도 민간의 좋은 시설에도 보내보고 좀 열악한, 체계도 없고 뭘 가르치는지도 잘 모르겠는 시설에도 보내보고 구립도 보내봤다. 만족도는 구립이 가장 높았다. 전달사항을 꼼꼼하게 챙겨준다든가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부모를 만났을 때 이야기를 한다든가, 급·간식을 샘플링해서 보여준다든가, 급·간식 시간에 학부모들이 언제든지 와서 볼 수 있도록 한다든가 체계가 잘 잡혀 있고 보육운영위원회 운영을 잘한다. 통계상으로 보면 90% 이상의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운영위를 한다.

 

이번에 정부에서 모든 보육시설에서 운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학부모도 들어가고 교사도 들어가고 원장도 들어가고 공무원도 들어가서 협의체처럼 보육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거다. 민간에서는 이것을 지키는 시설이 잘 없다. 그런 면에서 엄마들이 신뢰하고 가격 면에서도 저렴하다. 추가비용도 적게 들고. 예를 들면 특별활동비 같은 경우, 국공립 같은 경우에는 특별활동을 선택할 수 있게끔 여지를 준다. 그런데 제가 민간에 10여 군데 이상을 다니면서 면담을 해봐도 (특별활동을) 선택사항으로 주는 어린이집은 한 군데도 없었다. 최대한 많이 하도록 하고 교재비까지 받는 어린이집도 있었다.”



– 박차옥경 국장도 아이가 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차옥경 국장(이하 박차) :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낮잠 자는 시간에 아이를 데려가서 딱 문을 열었는데, 지금도 기억난다. 왜, 시장에 가면 생선가게에서 나무상자 딱 열었을 때 고등어가 켜켜이 들어있지 않나(웃음). 그런 것처럼 아이들이 따닥따닥 붙어서 자고 있더라. 딱 자기 키만큼, 몸의 너비만큼 공간 유지하고 있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그 다음에 그 어린이집 나와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냈다. 

 

주변에 학부모들 보면, 먹는 것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특활비 항상 물어본다. ‘언니는 어떻게 했어요?’, ‘시켜야 해, 말아야 해?’. ‘그걸 왜 시키냐’라고 물어보면 ‘안 시키면 우리 아이는 그냥 혼자 있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건데. 또 정부가 12시간 기준으로 어린이집 지원을 해주는데 지금도 반일만 지원해주는 줄 알고 추가로 돈을 내는 부모들이 많다. 이런 것들은 복지부가 알려야 하는 건데 복지부가 그런 홍보를 안 한다. 어린이집에서 내라고 하니까, 이게 정부가 정한 거라고 하니까 그냥 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다.”

 

곽정숙 의원(이하 곽) : “국공립 어린이집에 수십 명 많게는 수천 명씩 줄 서 있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 서비스의 질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보육료 부담을 보면, 국공립 어린이집은 한 달에 12만6000원, 민간은 18만8000원. 특활비는 국공립은 3만 원, 민간은 4만4000원. 보육교사의 임금을 보면, 국공립은 155만 원, 민간은 114만 원. 이렇게 차이가 있다. 보육 서비스의 질은 보육교사의 임금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박차 : “‘보육은 보육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나마 국공립에서는 연차 높은 보육교사가 있을 수 있는 구조가 되고 재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나 싶다.”

 

곽 : “이처럼 비용과 서비스에 있어서 국공립이 월등하게 나은데도 불구하고 아동의 수용현황을 보면 2010년 기준으로 국공립은 10.8%, 민간은 56.5%다. 수요와 공급이 매우 큰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거다.”

 

박차 : “국공립, 법인 어린이집을 제외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민간과 가정을 합하면 전체 보육시설 이용 아동의 80% 가까이가 개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국공립 확충’ 공약 내걸었다가 ‘낙선운동’ 협박 받아”

 

– 국내 전체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에 약 5%다. 반면, 스웨덴은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80.6%, 덴마크는 70%에 이른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나는 걸까.

곽 : “기본적으로 아이를 보육해야 할 책임을 부모 개인에게 있다고 보면서 국가가 책임지려고 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복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사회, 국가공동체의 책임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육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이 숫자적으로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린이집 운영하는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국공립 설치를 막고 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도 이미 과포화상태다. 정부가 또 만들 필요가 뭐가 있나.’ 정부는 여기에 밀려서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를 못하고 있다.”

 

박차 : “2012년도 예산 심의 하면서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예산을 14개로 늘렸다가 다시 전년과 동일하게 10개로 책정했다고 들었다.”

 


– (놀라며) 전국적으로 10개?

최 :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래도 국공립 어린이집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을 하게 될 경우 지방정부 재정이 상당 부분 들어간다. 그런 부분에서 정부 의지가 정말 확고하다면 정부 운영비 지원, 분담분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지방 정부에서는 재정이 열악한 데다 민간 시설 원장들이 정치 세력화되면서 로비를 하다 보니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어려움이 있다.”

 


– 곽 의원은 실제로 보건복지위 상임위 활동하면서 민간어린이집 원장 협의회, 연합회로부터 로비받은 적 없나. 

곽 : “직접적으로 로비를 받은 적은 없는데, 지난 지방선거 때 선거지원하면서 민간어린이집 대표단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신축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거는 후보를 향해 ‘낙선대상자로 정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조직의 이권을 위해서 막무가내로 대응을 하는 거다. 이러한 경우,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후보로서는 주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국공립을 신축하는 게 아니라 민간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겠다’고 해서 낙선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다.”

 


“박원순표 어린이집 정책, 정부에 자극 줄 것”


– 지난 16일 서울시에서 2014년까지 동별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최소 2개소씩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곽 : “서울시가 어린이집 1개소당 지원을 기존의 5000만 원에서 최대 25억 원까지 대폭 확대해서 어린이집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낙후된 어린이집을 매입해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민간 어린이집 시설이 이미 과포화 상태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최 : “매우 고무적이다. 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을 서울시가 하는 거다. 지자체마다 재정자립도가 다른데 그것을 감안해서 지원 비율을 조율한다든가, 신축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기부체납을 통해 민간 소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좋은데 우려되는 점은 민간 소유 공간을 활용하되 운영 주체는 공공이 될 수 있게끔 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 같다. 이전에 대학시설 내 어린이집이나 병설 유치원에서 운영권이 바뀔 때 갈등이 따른 적이 있다. 처음부터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했으면 한다.”

 

박 : “저는 서울시가 무엇인가를 하면 전국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서울시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동별로 2개씩 확충하는 것이 좋은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서울시에서 주최한 온라인 청책워크숍에 패널로 참석했는데 박원순 시장이 유휴 공간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우선적으로 설치하겠다고 하니까 ‘저희 동네에 어디가 비었어요. 여기 해주세요’ 이런 의견이 올라오더라. 그런 걸 보면서 시민들이 공무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유휴 공간들을 찾아나간다면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확충이 될 것 같다.”

 

최 : “‘이게 전국화할 수 있는 모델이냐’를 생각해 본다면, 서울시에서 서울형 어린이집 사업을 할 때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의 90% 정도를 지원했다. 이것은 서울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울형 어린이집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공공형 어린이집의 지자체 지원 수준은 40~50%밖에 안 된다. 서울시처럼 여력 있게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또 설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운영비가 많이 든다. 결과적으로는 정부 부담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곽 : “이번 서울시 정책이 정부에 자극을 줄 거라고 본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진보정당이 꾸준히 주장해왔던 무상보육 이슈를 받아서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두고 ’20만 원 지원한다고 해서 무상보육이 실현되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

최 : “국가가 현물을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특활비와 같은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지금처럼 특활비에 상한선을 둘 게 아니라 아이들이 이른 나이에 사교육을 받아야 하나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특활을 보면, 영어, 체육… 종류 수가 100여 가지가 넘는다. 보통 5개에서 10개를 하는데 그것이 보육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발달 과정에 있는 아이들이 그것을 받아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박 : “맞다. 특별활동이 꼭 필요하다면 표준보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최 : “현금 지급에 있어서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만 0~2세 무상보육 같은 경우에는 뜬금없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아이들 키워보니까 두 돌까지는 육아 휴직이 잘 돼서 집에서 키우는 게 좋은 것 같다. 우리 애도 1년 동안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아토피도 앓고…. 어릴 때는 엄마 품에서 크는 게 제일 좋은데 지금은 어린이집 보내야 지원을 한다니까 다 시설로 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정작 맞벌이 부부 아이는 갈 곳이 없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맞벌이 부부 아이는 늦게까지 있으니까 피하게 되는 거다. 시설을 이용하고 안 하고에 따라, 소득계층에 따라 주고 안 주고 하기보다는 주려면 다, 공평하게 주는 게 무상보육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엄마 아빠들, 어린이집 원장보다 더 ‘정치적’으로”


– 무상보육 되면서 보육교사 임금은 동결이 됐다. 사실 우리처럼 하루 종일 나와 있는 엄마들에게는 선생님이 정말 중요하다(웃음). 보육교사들이 왜 이렇게 저임금, 열악한 환경에 시달릴까.

곽 : “시설운영자로서는 선생님 숫자가 줄어들수록 이익이 많이 남으니까 사람 숫자를 늘리려고 하지 않는다.”

 

최 : “보통 민간에서는 경력이 많은 1급보다는 2~3급, 이제 시작하는 선생님을 고용하면서 임금을 낮추는 것도 있고, 아동수를 최대치로 해서 선생님이 저임금에서 많은 아이들을 돌보도록 한다.”

 

곽 : “행정 선생님, 간식 선생님 따로 있어야 하는데 민간에서는 그걸 한 선생님이 다 한다. 행정 해야지, 밥 해야지. 매우 짜증스럽고 힘들다.”

 

– 서비스 수준이 낮으면 업체 간 경쟁을 통해서 퇴출되는 경우는 없나. 

곽 : “밑져봤자 본전이다.”

 

최 : “정부지원이 들어가면서 열악한 상황을 계속 유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어린이집 다니는 애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박 : “평가인증제를 재정지원하고 연동해서 정 안 되는 데는 재정지원을 안 해서 떨궈냈으면 좋겠다. 열악한 시설에 계속 돈 들어가면서 열악함이 유지가 된다.”

 

최 : “민간 시설 원장이나 이런 분들 가운데 정말 열심히 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시설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다 보니 보육이 뭔지,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잘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곽 : “총선, 대선을 앞두고 보육 현장에 있는 엄마들이 아빠들이 보다 ‘정치적’일 필요가 있다. 시설장보다 일반 학부모들 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힘을 발휘 못하는 걸까. 시설장들이 압력을 넣고 협박하는 것 이상으로 학부모들이 원하는 보육정책을 정치인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이번에 못 하면 수 년을 또 고통받아야 한다.”

 

박 :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사회적으로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면, ‘아이를 낳았는데 그 다음에 어떻게 하지’가 아니가 큰 그림이 그려졌으면 좋겠다. 한 아이가 성장해가는 과정, 과정에서 정부가 꼼꼼함을 발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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