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2-15   1019

복지시설 개혁과 지역사회의 역할

에바다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8월 7일 연대회의 측 인사들이 재단 이사진의 다수를 차지한 이후 에바다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는 달리 계속 악화되고 있어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태가 공대위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지난해 10월 26일 농아학교 교장실의 유리창 등 집기가 파손되는 것을 시작으로 구재단측 일부인사와 농아원생들이 신임 윤귀성 이사장(안중 안세치과 원장) 및 이사진의 취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윤귀성 이사장이 운영하는 치과병원 앞에서 집회를 가져 영업행위에도 지장을 주었으며, 평택시청 앞, 평택역 등에서도 집회를 갖는 등 신임 이사진 취임을 반대해 왔다. 또한 평택참여자치연대를 비롯한 공대위에 속하지 않은 지역내 시민단체들의 에바다 정상화운동 참여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구재단측 지지자들이 몰려와 참여자치연대 사무실에서 난동을 일으키고, 그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경고성 테러행위를 자행하기도 하였다.

현재 에바다 학교는 무기한 휴교상태이며, 학교장은 학생들에 의해 쫓겨나 정문 출입을 저지당하고 있는 상태이다. 신임 이사진은 그동안 직무대행 체제로 있었던 복지재단 산하의 농아원 원장을 새로 임명하고 1월 7일과 10일, 14일 등 몇차례에 걸쳐 정문 진입을 시도했으나 원생들의 강력한 저지로 좌절되었다. 구재단측은 에바다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데도 공대위측이 재단을 장악하려하고 있다며 신임 이사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이다.

에바다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 반성

5년간 지속되어 온 사태 앞에서 많은 지역사람들은 무기력감과 식상함,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해도 현재의 법체계 아래서는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도 팽배해 있다. 에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는 공대위나, 연대회의 소속 단체들이 듣기에는 거북할지 모르지만 시민들에게 에바다는 더 이상 관심과 동정, 참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바다문제가 형식적으로는 해결의 가닥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첨예한 갈등이 반복되면서 지역사회와의 괴리가 깊어지는 상황 앞에서, 먼저 지역 내 시민단체로서 자괴감 어린 반성을 할 수밖에 없다.

96년 11월 27일 재단측의 부당한 횡포에 항의하는 에바다 농아원생들이 농성을 시작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에바다복지회 문제가 5년이 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올 것이라고는 처음 이 문제에 개입할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에바다 문제가 처음 터질 당시에 지역사회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국적으로 여론화되고 나서야 평택시민들도 에바다가 평택시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일반 고아원으로만 여기고 있던 에베다 재단의 가혹한 인권유린행위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에바다 문제는 금방 지역 내의 큰 사회적 관심과 동정을 이끌어 내면서,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에바다복지회 비리재단 퇴진과 정상화”를 촉구하는 평택지역 대책모임이 구성되게 되었다. 그러나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한창 만들어지고 있는 시기라서 상대적으로 복지시설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적었던 때였기에 느슨한 연대틀 속에 지원자의 측면으로만 접근을 하였다. 고질적으로 진행되어 온 사회복지시설의 옳지 못한 관행과 문제점을 바로 잡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만 접근하다보니 시설문제의 특수성을 간과한 오류들을 보였던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 좀 더 지역사회의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까지 포함한 폭넓은 연대와 섬세한 실천들을 내왔다면 지금까지 어렵게 끌어오지는 않았을 거라는 아쉬운 반성도 하게 된다.

복지시설의 개혁방향

시설비리는 지역사회와는 단절된 폐쇄된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기에, 지역사회와의 연관이 중요하다. 그간 사회복지시설을 보면 기부자에 의해 운영이 독점되기 일쑤고, 그러한 폐쇄적인 운영에 지자체와 시민들의 무관심이 결합하여, 그나마 지원되고 있는 예산조차도 적절하게 운영되지 않는 등 많은 비리와 인권침해가 일어나도 모른 채 방치되어 왔다. 에바다복지회도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지역에 있는 시설이라는 것을 많은 시민들이 알았듯이 지역사회와는 단절된 채 운영되어 왔던 것이다. 오랫동안 시설 내에서 고립되어 있다 보니 사회와의 단절속에 시설생활자들의 사회적 자립은 불가능해 졌고, 이것이 현재도 새로운 이사진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역복지시설의 개혁을 위해서 우선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사회복지시설주체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조직화이다. 평택의 경우 5년이 넘게 에바다 시설비리 문제를 풀기 위한 투쟁이 전개되어 왔지만, 사회복지시설 주체들과 시민사회단체사이에 간담회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퇴진운동에만 매달려 왔다. 조직을 만들고 연대의 틀이 강화되지 않는 한 복지시설에 대한 일상적 감시와 개혁은 불가능하다, 지역사회의 참여가 뒷받침되지 못한 채 전개되어 온 에바다 투쟁은 지역으로만 놓고 본다면 지속적으로 장애인과 시설문제를 연구하고 실천할 주체를 형성하지 못한 실패한 싸움이다. 에바다 투쟁이 지역현안을 전국적인 문제로 사회문제화하는 성과는 있었지만, 지역적으로는 고립되어 진행되어 오면서 지역사회 복지시설의 변화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평택에서는 비인가 수용시설의 비리가 또다시 발생했지만 지역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복지시설을 지역사회와 연관시키고, 시민의 관심을 높여내는 것이 복지시설을 개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 점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을 꼭 부탁드리고 싶다. 지역사회에서 복지시설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복지시설주체와의 유대 및 시민사회단체의 사회복지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필수이다. 지역의 조건으로 사회복지시설주체들의 참여가 쉽지 않다면 시민사회단체에서 복지운동에 대한 사업과제를 발굴하고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이슈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연대의 폭을 넓히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복지시설의 개방화 정도에 따른 차등지원책을 통한 기존 시설의 환경 변화를 강구하는 정부 차원의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아울러 지자체의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정직 공무원들이 대개 시설감독을 맡고 있어 효과적인 지도 감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에 대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행정지도상의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 시설운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합리적인 시설운영을 위한 기준이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만들어져 담당 공무원들이 투명하게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역할

평택참여자치연대는 지역사회의 개혁을 위한 다양한 실천을 전개해 왔지만, 시설문제만 놓고 보면 거의 한 일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복지시설은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사회와의 연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2의 에바다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운동역량이 취약한 중소도시의 경우 사람과 조직을 준비하지 않으면 효과적 대응이 쉽지 않다. 지역에서 사회복지활동가를 발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중소도시일수록 사회복지 활동가들의 주도적 활동은 지역복지, 특히 인권의 사각지대인 시설의 문제를 개혁하는 데에 큰 역할과 성과를 내올 수 있다. 지방의 시민사회단체에는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서 증대되는 복지정책에 대한 효과적인 개입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역현장의 다양성을 고려한 섬세한 실천사업을 내오기 위한 복지시설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잠재적 참여자를 훈련시키고 사회복지활동가로 성장시켜 내기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 사회복지학교나 복지시설, 사회복지 종사자들과 연관된 캠프 등을 활용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복지시설의 개방과 투명성 실현을 위한 조례재개정운동도 모색해 봤으면 한다. 한편으로는 시민사회단체간의 풍부한 연대활동을 강화하여 일상적인 복지시설에 대한 감시와 참여를 이루어내야 한다. 이사회 및 운영위원회에 지역사회 대표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지자체의 시설관리 감독 기능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후원해 내는 네트워크 구성과 사회복지운동의 전문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부단한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복지노조, 시설종사자 등을 지원하면서 시설비리 고발센터를 운영하는 방안도 모색했으면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운동에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지방화시대에 걸맞은 지역주민들의 사회복지과제 실현 여부도 역시 주민참여에 의한 사회복지운동단체의 활성화와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구성에 달려 있다 하겠다.

이은우(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