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대통령은

갑자기 원고 부탁을 받고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평소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이기도 했고요, 언제부터 내가 이렇듯, 많은 일에 무관심한 사람이 되어버렸나, 마음이 뜨끔하기도 하더군요.

‘왜 내가 이렇게 정치에 무관심해져버렸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바빴던 수능 공부의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에게 실망을 많이 해서인 것 같습니다. 정신없던 고3시절, 가끔씩 뉴스와 신문을 볼 때마다 언제나 정치면은 정치인들의 신경전과 말싸움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 언제부터인가 그것이 지겨워져 신문을 볼 때면 앞의 몇 장은 그냥 넘겨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조금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이젠 대학생이 됩니다. 사회복지학과 02학번입니다. “사회”를 공부하는 대학생으로서, 그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잘 지켜보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많이 실망스럽고 짜증나고 지겹겠지만, 나의 관심이 그 혼탁한 세상을 바꾸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학생의 입장에선 교육제도

우선 저는, 교육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을 바랍니다. 12년간의 긴 공교육, 그 속에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답답함”이었습니다. 단 한번의 시험이 운명을 가르는 현실, 게다가 너무나 쉽게 바뀌어버리는 여러 제도들. 이곳 저곳 치이며 참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언제나 말만 거창한 교육제도. 그 속에서 겪어야할 수십만 학생들의 괴로움쯤은 교육부-청와대에선 잘 모르고 계실 것입니다. 학생들의 고통과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실 수 있는 분이 대통령이라면, 우리 교육 현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입니다.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즐겁고, 좀 더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분, 학생의 입장에서 많은 걸 배려해 줄 수 있는 분이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

그 다음으로는, 국민을 참으로 사랑할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지니신 분을 바랍니다. 국민을 단순한 “한 표, 한 표”로 보지 않고 진심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넓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대통령이셨으면 합니다. 특히 어두운 곳, 우리사회의 사각지대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제, 통일, 외교 등. 이른바 “굵직한” 사안들에 치우치지만 말고 힘겹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가까운 우리 이웃들을 큰 관심과 큰 사랑으로 감싸주시길 바랍니다. 아직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저지만 참 안타깝게 느끼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도시빈민, 철거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어려운 일들을 확실한 정책과 든든한 지원으로 명쾌한 매듭을 지어주셨으면 합니다.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는 대통령

또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쁜 시간 틈틈이 국민의 생활 가운데 찾아 들어와 몸소 많은 것들을 느끼며 생생한 이야기에 귀기울일 줄 아는,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분이라면 좋겠습니다. 저 멀리 높은 곳에 앉아 계신 대통령 말고, 바로 옆 생활현장에서 자주 뵐 수 있고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가까운 대통령을 바랍니다. 그리고, 인간미 넘치는 정답고 편안한 모습의 대통령이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굳은 표정, 딱딱한 말씀만 하는 어렵기만 한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좀 더 친근감 느껴지는 다정한 모습의 대통령이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행사를 늘린다든지 국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분이 대통령이 된다면 “아, 저분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 라는 믿음이 생길 것 같습니다.

자랑스러운 대통령

마지막으로, 국민 모두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그런 멋진 분이 대통령이셨으면 합니다. 모두가 존경하는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나라의 큰 어른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아직은 투표권도 갖지 못한 어린 저이지만, 이런 제 작은 소망이 이번 선거에서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02 대통령선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