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5-03   558

복지부의 병원활성화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보건복지부, 병원활성화대책 발표

지난 1월 15일 보건복지부는 병원 경영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병원 활성화 대책"이라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병원활성화 대책」의 주요 요지는 선택진료제 확대, 병원급 진료과목 축소, 인력 기준 완화, 병원의 임대허용, 개방병원에 비전속의 상주, 공보의 민간배치, 요양병동과 요양병동 인력기준 완화 등 여러 대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복지부 정책에 대해 참여연대는 1월 16일「이번 대책은 국민의 편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병원의 경영난 해소에 집중되어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편익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와 예측 없이 병원경영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라는 입장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또한 4월 11일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도 「정부의 ‘중소병원활성화방안’은 결국 중소병원의 2차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1차의료기관 간의 경쟁에서 생존을 기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결국 1차-2차-3차로 연결되는 의료전달체계를 파괴하는 방안일 뿐이다. 또한 이 방안은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초래하여 사회적 비용을 늘리게 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소병원활성화 방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등 병원노동자의 입장에 중점을 두고 "병원활성화 대책"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밝혀 보고자 한다.

건강의 문제마저 효율성과 경쟁논리로 바꾸는 병원활성화 대책

지난 1월 15일 보건복지부는 병원활성화 대책의 추진 배경에 대해 경영이 어려운 중소병원을 위한 정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건강의 문제마저도 효율성과 경쟁이라는 시장 논리로 바꾸겠다는 의도이며, 선택진료제의 확대 등은 돈이 있는 사람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 정책이다. 의료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하고, 의료가 의료진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우리 나라의 경우 과연 규제완화가 현 시기 필요한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이번 정책이 도입되는데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는 중소병원의 경영 문제와, 병원 활성화 정책 도입에 따른 문제점에 국한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병원경영 과연 어려운가?

병원협회와 의료계는 병원 도산이 많을 정도로 병원경영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병원측과 의료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어렵다는 말을 그대로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병원의 도산은 회생이 거의 불가능한 일반 중소기업의 도산과는 내용적으로 다르다. 왜냐하면 병원 경영이 어려워 도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수입이 더 좋은 큰 병원을 개설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수입이 안정적인 의원으로 변경하기 위해서 도산했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의약분업 전후로 의료기관수가 거의 변동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 이후 병원과 의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의약분업 전후 의료기관별 진료비 수입(수익)역시 종합병원은 약간 감소하였지만 대부분 전문병원과 병원, 의원급에서는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경영 어려움에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의약분업 직전인 1999년 11월 15일 보건복지부 주관 하에 시민ㆍ사회단체, 의료계, 약사단체, 공익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만들어진 「환자 알권리 및 병원 경영 투명성 확보 방안」의 사회적 합의를 의료계가 전혀 지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이 어려우면 솔직하게 병원 경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도 어렵지만,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특진제도 확대는 의료계의 특혜일 뿐, 진료비인하로 이어지지 않아

병원활성화 대책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중 국민의 건강권 확보, 병원노동자의 고용불안과 관련된 몇 가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환자가 의사를 선택하여 진료를 볼 수 있게 하는 선택진료(특진)를 확대하였다. 종전에는 선택진료를 볼 수 있는 의사들의 범위를 80%로 제한하였는데, 100%로 확대시켰다. 선택진료를 확대한 이유에 대해 선택진료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80% 제한에 묶여 선택진료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의사들간에 위화감 조장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선택진료제를 확대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선택진료를 할 수 있는 세부 진료에서 선택진료를 할 수 있는 항목을 줄였기 때문에 환자들도 진료비용 감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조치가 발표되자 병원에서는 선택진료 조건을 만들기 위해 의사들에게 허겁지겁 조교수 직함을 달아주는 웃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 나라와 같이 환자의 알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고, 의료정보가 의료진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심각한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진료비가 낮아질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즉 이번 조치는 또 다시 정부가 의료계에게 특혜를 주는 조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개방형병원, 비전속의 제도의 문제점

둘째, 정부의 대책 중에 「개방형 활성화 및 비전속 의사 제도 도입」이 들어가 있다. 원래 개방형 병원이란 의원급에서 수술이나 검사가 필요한 경우 중소병원의 남는 의료장비나 시설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최근 추진된 개방형 병원 활성화는 이러한 제도와 무관하게 의원에서 진료를 보는 의사가 아니라, 병원에서 상주하면서 근무를 하는 비전속의 제도로 변질시켰다. 하나의 예로 이 제도가 도입되자 00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제도 도입 직전까지 한 달에 800만원 정도 월급을 받았는데, 비전속의로 계약하면서 월 2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결과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우선 하나는 같은 병원에서 똑 같이 진료를 보는 의사인데 병원에 정식 고용된 의사는 800만원을 받고, 고용되지 않는 의사는 2000만원을 받아간다는 점이다. 이는 의사들간의 위화감 조성뿐만 아니라 고용된 의사들의 경우 돈을 많이 가져가는 그 의사에게 환자를 넘겨버리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이러한 문제는 심각하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의료의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환자들의 진료선택권한이 거의 없는 우리 나라 같은 상황에서는 진료 실적에 다른 의사 수입보장은 과잉진료, 과잉 검사를 가져올 것이 명확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진료비 부담 증가는 환자의 개인부담 증가와 보험재정 파탄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여진다.

병원노동인력의 고용불안정책으로 이어져

셋째, 병원의 인력기준을 완화 조치, 병원 시설의 외부임대, 적은 인력이 필요한 요양병동 운영 등 대부분의 대책이 병원의 인력 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 병원을 활성화하겠다는 조치가 의사들 월급에 비해 1/4 – 1/10 정도밖에 안돼는 간호사 등 병원 노동 인력을 줄이는 고용불안 정책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즉 고용불안이란 말이 적용되지 않는 의사들에게 수입을 더 보존해 주기 위해서, 병원노동자들은 생존권까지 박탈시키겠다는 희생 논리가 바로 이 정책의 본질인 것이다.

의료제도개선 각계의 의견수렴으로 결정되야

「병원 활성화 대책」언뜻 들어보면 참으로 듣기가 좋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의료계의 수입 보장을 위해 또 다시 환자와 국민의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제도가 바뀌면 진료비 부담이 달라지게 되며 따라서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환자나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고 있는 노동ㆍ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제도로 인해 실업과 고용불안을 겪게 될 수밖에 없는 40만 병원노동자들의 의견은 반드시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정부는 또 다시 의사들의 수입을 늘려주기 위해 일방적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참여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할 정부가 또 다시 일부 이익 집단의 의견만을 들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오류를 범하고 있다. 더욱이 「병원 활성화 대책」이 앞으로 우리 나라 보건의료제도 및 보험재정 그리고 국민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전혀 예측하지 않은 채 졸속행정으로 추진되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보면서 노동자, 국민 그리고 병원노동자의 한사람으로서 답답함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국민의 권리는 거져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권리를 요구하고 행동으로 나설 때만이 얻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특진제 폐지 및 개선> <병원임대 및 비전속의 제도 도입 저지> <공공의료 확대> <민간의료보험 도입저지> 등을 요구하면서 미흡하나마 대정부 투쟁을 추진하고 있다.

양건모(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노조 의료개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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