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12-10   1396

의료급여비 증가는 당연한 현실, 더이상 축소 방치 말아야

의료급여제도 개선방안의 문제점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가 나기 시작한 작년부터 보험혜택 축소, 보험료 인상, 약값 인상 등으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커졌다. 이러한 정부 조치는 일반 환자에게는 물론 가난한 사람들이나 장애인들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가진 가정에 대해서는 사회가 최저생계를 보장해준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자들이 아플 때 의료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료급여비용의 절감 조치에 의해 오히려 그 혜택이 축소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급여제도 개선방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책을 논의하고자 한다.

환자를 병원에서 내모는 의료급여 재정절감책

최근 보건복지부의 의료급여 개선책은 높은 본인부담금과 각종 차별로 의료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는 의료급여 환자에게 더 큰 장벽과 차별로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2월부터 의료급여 1종 환자에게 식대일부(1일 1,920원)를 본인부담하게 하였다. 한달 기준으로 약 6만원을 식대로 내야한다. 복지부는 이에 따른 재정절감은 226억원이며, 입원억제 등 간접효과까지 포함하여 2002년 한해동안 약 800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급여환자중 80%가 식대본인부담금이 “많이 부담된다”고 응답하였으며 57.7%의 환자가 식대 본인부담 때문에 퇴원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1인 가구 수급자가 1개월이상 입원하면 생계비에서 8만1천원을 삭감하고 있다. 입원을 하게 되면 실제로 교통비, 간병비 등 비용이 더 들게 되며, 환자에게는 식품비가 더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1인 가구 최고 현금급여액 30만원중 8만1천원을 삭감하면 건강회복과 생계유지가 어떻게 가능할지 우려할 수 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모두 보험혜택 진료일수를 365일로 제한하는 조치(급여일수 상한제)를 취하였다. 실제로 올해 1/4분기가 지나자마자 진료일수가 90일 이상인 의료급여 환자에게 진료일수 연장신청서를 내라고 안내하였다. 연장신청서를 내지 않으면 365일이 초과되어 전액 본인부담해야 한다는 안내에 의해 일부 노인환자들은 병원에 가지 못하고 약국에서 약만 사먹겠다고 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급여일수 상한제에 의한 제도적 차별

이어 8월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요양급여일수 산정방법 안내”와 “의료급여 상한일수 연장승인 추가지침”에 따르면, 건강보험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에게는 급여혜택의 차등을 두도록 하였다.

건강보험의 경우는 급여일수 산정에서 11개 만성질환에 해당하는 질환중 2개 이상의 만성질환으로 중복하여 요양급여를 받은 경우, 급여일수가 가장 많은 고시 질환이외의 다른 요양급여일수는 제외하도록 하였다. 또한 고시한 만성질환으로 요양급여를 받는 도중, 중복하여 요양급여를 받은 다른 일반질환에 대한 요양급여일수는 제외하여 산정하도록 하였다. 부득이하게 연중 365일을 초과하여 요양급여가 필요한 경우에는 요양급여일수 연장승인을 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의료급여의 경우는 급여일수가 365일을 초과한 경우에는 무조건 연장승인 신청을 하도록 하였다. 11개 만성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는 30일 연장한 395일을 급여일수 상한일수로 규정하였을 뿐이다.

의료급여 환자들의 일부 불필요한 의료이용은 억제되어야 하지만, 정작 필요한 의료이용조차 강력히 억제하여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의료급여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며,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급여 1종 줄이기와 입원 제한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법시행령시행규칙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의료급여 대상자를 1종에서 2종으로 대폭 전환하고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상한제(60일, 정신질환자는 180일)를 도입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기존에는 근로능력이 없는 수급자만으로 구성된 세대의 구성원은 포괄적으로 의료급여 1종에 해당하였으나, 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대상자를 명시하였다. 즉 61세 이상을 65세 이상으로 상향시키고, “질병 또는 부상으로 2개월 이상 입원”할 경우를 “3개월 이상 입원”할 경우로 변경하여 대상자를 축소하는 것이다. 의료급여 대상자중에는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고 빈곤층의 노인들은 더욱 잦은 질병과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조치는 노인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는 의료급여환자에게만 입원 상한일수를 두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의료급여 환자는 60일(정신질환자는 180일)까지만 급여혜택을 주고 연장이 필요할 경우는 시.군.구청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조치는 병원이 유도하는 장기입원을 줄이려는 취지로 보이나 시.군.구청장의 승인시 의사의 소견서를 내도록 되어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의료급여 환자들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하는 경우는 퇴원시 거주지가 없거나 돌보아 줄 가족이 없는 경우로써, 이는 요양시설의 확보 혹은 최소한의 지역사회복지체계의 연계를 통한 보살핌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가 우선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개정안에는 2종 수급권자의 입원진료비 매 30일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금액(30만원)을 초과한 경우 초과액의 50%를 지급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2종 수급권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조치로써 개정안 내용 중 유일하게 의료급여 2종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2종 수급권자의 의료비를 경감시키고자 한다면, 이미 국회와 보건복지부가 합의한대로 2종 법정 본인부담율을 현행 20%에서 10%로 경감하는 방안을 시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의료급여비 증가는 당연한 현실

의료급여 재정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매년 30% 가량의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 2001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의료급여 진료건수 및 총진료비는 각각 건강보험 대비 4.09%, 11.84%를 차지하고, 의료급여 건당 진료비는 건강보험에 비해 2.89배, 진료일수(투약일수 포함)가 2.09배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의 3.5%에 해당하는 의료급여 환자가 전체 의료비의 10~15%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급여 환자 일인당 진료비가 건강보험 환자보다 높은 것은 가난한 이들이 더욱 많이 아프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현실이다. 의료이용이 높은 노인인구가 건강보험에는 6.3%인 데 비해 의료보호 대상자 중에는 19.1%를 차지하고 있다. 고액 진료비가 발생하는 건강보험 환자(만성신부전증, 혈우병, 백혈병 등 만성,중증 및 희귀질환자)들이 의료급여로 편입되거나 근로능력이 있는 2종 대상자가 질병에 걸려 1종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의료급여 재정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환자의 도덕적 해이보다는 의료공급자측의 도덕적 해이와 의료제공체계의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입원 자체는 의사가 결정을 하는 것이지 환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병상이 과잉공급된 일부 병원들이 악화된 경영상태를 보전하기 위해서 의료급여 환자를 장기입원시키는 경우가 많다. 정신병원의 경우 일당진료비가 정액제로 되어 있어 병원 측이 입원을 장기화시키고자 하는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

의원 외래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의약분업이후 병원의 진료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재정안정화 대책이후 건강보험부문의 수입증가율보다 의료급여부문의 증가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과도한 진료 및 처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의료급여 축소 방치말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비용 급증의 원인을 의료급여 환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환자로 하여금 비용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의료남용을 줄이는 것을 대책의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의료급여 대상자와 그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는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조치에 의해 의료급여 비용의 급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얻어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강보험재정, 의료보호재정의 위기도 결국은 전국민의 의료보장을 위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빈곤층 의료보장의 후퇴를 막고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이웃들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조경애 / 건강연대 사무국장, kkyd99@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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