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6-09   2088

가족복지의 삼각함수

1983년 KBS방송은 6·25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을 찾아주는 특별 생방송을 실시했었다. 급격하게 몰려드는 뜨거운 반응으로 방송은 장기화되었다. 30년간 생사도 모른 채, 같은 남한 땅에서 제 각각 상처를 부여안고 살아 온 사람들이 방송의 힘 덕택에 부모님을, 자식을 그리고 형제자매들을 만나게 되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진 방송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잃어버렸지만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혈육을 30년만에 상봉하는 그 순간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당시의 화면들이 눈앞에 선하다. 상봉의 감격으로 오열하는 사람들, 심지어 실신하는 사람들, 눈물을 훔치며 목이 메어 진행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사회자의 모습이 선명하다. 참으로 세계적이고 세기적인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매일 아침마다 KBS-1TV에서는 ‘아침마당’이라는 프로를 하고 있다. 그 중 수요일 아침에는 ‘그 사람이 보고 싶다’라는 코너를 방영한다. 이것도 오래 전에 가족들과 헤어진 사람들을 상봉케 해주는 프로다. 주로 60년대에서 70년대 사이에(50년대와 80년대도 종종 보인다) 가족들과 생이별을 당해야 했던 당시의 어린이나 청소년이었던 사람들에게 이제 그 부모나 형제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들이 가족들로부터 버려지거나 이별을 당해야 했던 가장 주된 이유는 가난이었다. 그리고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 가출 등도 주요한 이유였다. 당시 우리 사회에는 가난했던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너무 가난해서 식구를 줄이려고 자식을 남의 집에 맡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더 잘 사는 집에 가서 그 자식이나마 배부르게 먹으라고… 오늘날의 잣대로 본다면 이렇게 엄청난 아동학대가 또 있을까 싶다. 생지옥 같은 가난은 가족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결과적으로는 가족들을 해체시키고 말았다.

지난 어버이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카네이션을 달아주면서 느닷없이 엄마와 아빠는 절대로 이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느닷없는 엉뚱한 부탁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사정인 즉, 자기네 반 누구누구와 다른 반의 누구는 부모가 이혼을 하여 고모네 집, 외가 등에서 살고 있고,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분이 안 계시다는 것이었다. 자기는 카네이션을 드릴 분이 있어 행복하니 이런 행복을 깨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또는 상담가들의 얘기를 통해서 많은 가정이 이혼으로 파탄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린이가 이혼한 가정의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자기 부모에게 그런 걱정을 할 정도라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지난 2001년 연간 혼인 건수는 320천 건으로 2000년보다 14천 건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반면에 이혼 건수는 2001년 135천 건으로 2000년의 120천 건보다 15천 건이 증가했으며 이것은 70년의 12천 건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혼 건수의 변화를 보면, 1990년 45.7천 건, 1995년 68.3천 건이던 것이 1998년 116.7천 건으로 급증한 이래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 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이혼율이 높은 나라라고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전반적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또 혼인연령이 늦어지고, 학업연장이나 경제활동에 따라 결혼시기가 지연되고 있으며, 개인주의적 성향이나 여권의식의 향상에 따라 독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족이 개인의 욕구 특히 여성의 인간다움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억압하는 전통적 경향을 유지하는 것이 이혼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볼 수 있다. 이혼한 사람들은 자녀의 양육도 회피하는 경향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노부모를 직접 모시는 비율이 감소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지만 이혼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녀조차 양육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가족은 전쟁과 산업화로 파괴된 이래 해체가 가속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물리적 가족파괴,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인한 가족의 분열과 해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렇다 할 문제해결의 프로그램을 갖지 못했다. 이제 개인화된 의식은 성장하고 가족의 규범과 문화는 이에 따르지 못하여 가족은 갈수록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 같다. 그리하여 가족의 벽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남성 중심의 가족문화는 여성들로 하여금 가족이라는 제도적 틀을 기피하게 하며, 이는 아동과 노인의 부양문제를 심각하게 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유행하는 소위 기러기 아빠는 남성주의적 가족문화에 대한 보복현상의 하나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의 가족문제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부양을 받아야 할 아동(또는 노인)의 삼각함수를 이룬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이제는 사회복지의 기본 축으로 가족복지를 자리매김하는 정부의 정책과 사회의 실천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양성평등의 가족문화를 확립하면서 아동과 노인의 부양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난도의 해법이 요구된다.

윤찬영 /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사회복지학 pjyoonc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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