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6-09   605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해!!

장애인복지신문사에서 1년여를 취재기자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장애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 중에서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박혀 있는 장애인, 즉 어려운 생활 속에서 동정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많은 수의 장애인들이 개인의 안녕을 위해서가 아닌 장애인 전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1년여의 짧다면 짧은 그 시간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이다.

장애인에게 있어 이동권은

지난 14일 지하철 1호선 송내역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출구를 찾기 못해 헤매다가 선로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단체를 주축으로 한 여러 사회시민 단체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추락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철도청장의 공개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강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19일에는 지난해 5월 발생한 발산역 사고에 대한 서울시청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가 26시간여 동안 서울시청 장애인복지과를 점거하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고 점거를 풀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하철을 세우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이동권은 인간에게 있어 생존권이다. 사회적으로 기회가 적은 장애인들에게 이동권은 어찌 보면 비장애인들보다도 더 보호되어야 할 더 중요한 권리일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 이동은 생명을 담보한 힘든 걸음걸음이 아닐 수 없다. 앞에서 서술한 사고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버스는 물론이거니와 지하철을 이용함에 있어 비장애인이 10여분을 걸려 이동할 거리를 장애인은 몇 시간을 걸려 가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수많은 계단을 통과하자면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안전상의 문제를 배제하고라도 오랜 시간의 소요, 마치 동물원 속의 원숭이가 된 것 같다는 한 장애인의 말처럼 사회의 그릇된 시선 등 많은 어려움 속에 노출된다. 또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의 넓고 높은 간격으로 인해 혼자서는 도저히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없게 되어 있다. 서울시에서는 단계적으로 전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전까지 계속해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의 간격 등 기타의 문제는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투쟁의 현장 속에서 만난 사람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장애인 이동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은 당당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에 걸쳐 지하철을 이용해 집회와 시위 장소로 모인다.

장애인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집회 및 시위에 가보면 상당히 역동적인, 때로는 과격한 모습들을 종종 보게 된다.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고 선로 속으로 뛰어들고 경찰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지 않는다. 몸을 사리지 않고 군중 속에 뛰어들어 당당한 권리임에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이동권을 요구하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건강한 몸으로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하는 스스로가 새삼 부끄럽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들의 그런 움직임이 사회의 인식을 조금씩이라도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우리들의 시선이 잘못된 것이라고 그들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극적인 목소리로 관계당국을 비판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고 사회로 나와 솔직한 목소리를 낸다. 때론 그들의 그런 모습에 비장애인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최선이고 옳음이기에 절대 굴하지 않는다. 그들의 그런 이야기를 관계당국은 귀 기울이지 않지만 그런 움직임 하나 하나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사회속의 당당한 주체로

백 번 이야기해서 한 가지가 변화한다면 충분히 그들은 행동할 것이고 이야기 할 것이다. 장애인은 약한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장애인들은 적어도 그릇된 세상에 옳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당당한 주체임이 분명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권리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그들이 지금까지 내가 만나 사람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숙미 / 장애인복지신문사 기자, kkot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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