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7-06   722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무엇을 어떻게, 왜 상설화하자는 것인가

국민연금기금의 규모는 2003년도 중에 100조원을 돌파하여 우리 나라 일반회계 예산과 맞먹는 규모를 이루고, 이후 최고 GDP의 6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계속 몸집을 불려나갈 전망이다. 단순히 노령연금의 책임준비금으로서만 아니라 여유자금을 금융부문에서 운용하는 기금운용방식 때문에 국내 및 국외의 금융시장에서 독립적인 경제변수로서 작용하게 된다. 98년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기금운용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기관으로 공단 내 기금운용실을 기금운용본부로 개편하고, 기금이사와 펀드매니저를 두는 한편, 기금운용에 대한 계획, 감독 및 평가기능을 담당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및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의 구성에서 가입자대표 및 가입자단체에서 추천한 전문인의 비중을 늘림으로써 견제장치를 강화하고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의 강제예탁 규정을 폐지하고 필요할 경우 국채를 매입토록 함으로써 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연금기금을 차용할 가능성도 차단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규모가 크고 또 아직 연금제도 자체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금기금과 관련해서 나도는 입소문이나 신문기사는 항상 불안감 내지 불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기금운용을 잘못해서 주식에서 손실을 보았다든지, 정치자금으로 다 가져다 쓰고 발표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적립되어 있는 돈이 별로 없다든지 지금 현재 아무리 열심히 보험료를 내도 노인이 되었을 때는 기금이 고갈되서 실제로 연금을 받을 가능성이 없을지도 모른다든지 하는 등 오해와 소문의 버전도 다양하다.

이같은 소문이 사실무근이라고 하더라도 전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제도에 대해 국민 스스로 재정의 안정성과 노후보장의 확실성을 자신할 수 있는 통제와 확인의 장치를 마련할 필요는 분명히 있으며 바로 이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오다가 최근 보건복지부가 실무적인 안을 만들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상설화와 관련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행 기금운용관련체계의 문제점

앞서도 잠시 언급한 것처럼 98년 연금법 개정의 주요 성과 중의 하나는 공자금 강제예탁 규정의 폐지와 기금운용위원회의 민주성 강화였다. 그러나 이는 기금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또 다른 고민을 불러왔다. 정부에 일정규모를 예탁하던 관행이 없어지면서 기금운용본부에서 여유자금으로 운용해야하는 기금의 규모가 급증하고, 연금기금이 채권 및 주식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졌다는 점과, 이에 발맞추어 기금운용본부도 계속적으로 증원·보강되어 온데 반해 운용조직을 감독할만한 기구와 시스템이 불완전하다는 점이었다. 비록 민주성이라는 측면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연간 4회 정도 회의를 개최하는 기금운용위원회, 특히 위원들이 단체대표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실제적인 계획 및 평가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우며, 현재의 체계가 너무 불충분한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었다.

표를 보면 국민연금기금운용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주체별로 기능이 정리되어 있다. 현행 국민연금법 84조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및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에 기금운용지침, 기금운용계획, 기금운용의 성과 평가 및 기금의 운용 및 사용내역, 자산의 구성 및 회계처리 등에 관한 사항과 제반 관련 사항을 심의 및 의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관을 기금관리와 운용의 최종적 책임자로 하고, 기금운용본부는 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된 기금운용계획에 따라 연간 및 월간 자금운용계획을 세워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금운용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비상설기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국민연금기금의 투자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투자대상도 다변화되면서 운용조직의 규모도 비대해질 뿐 아니라, 그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력도 커지는 반면, 관리감독은 산만하고 비상시적인 체계에 의존하여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표> 국민연금기금운용 의사결정 과정별 기능

*표빠짐

2003년 4월 국민연금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재정안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기금운용수익률이 연금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 지적하였는데, 1%의 수익률 제고는 3.7% 보험료율 절감 효과를 초래한다고 추계하였다. 우리 사회의 초고속 노령화를 직면해서 노후보장은 앞으로 사회정책에서 최대의 현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수정적립방식을 고수하면서 연금재정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금운용조직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며, 이러한 투자의 전문성은 감독의 독립성을 전제로 확보될 수 있다.

바로 이 맥락에서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외부적 견제 장치가 지극히 취약하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기금운용 관리감독에 대한 최종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의 인력이 충분치 않으며,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을 발휘하기에도 취약한 구조이다. 그리고 기금운용의 성과평가는 전문적 감시기구에서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나 현재는 연금공단 산하의 국민연금연구센터와 외부전문기관에 위탁된 연간 평가에 의존하며, 이를 기초로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가 연간성과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특히 기금운용에 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기능이 비상설기구로서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98년의 개정 국민연금법으로 내용이 채워진 기금운용위원회는 일종의 “정치·사회적 합의구조” 정신에 입각해 구성된다. 이러한 민주적 정신은 연금기금운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치적 위험”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기금정책 수립과 기금운용 관리감독 등 실질적 기능행사에서는 근본적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하는 국민연금법의 법조항에는 기금운용조직 및 복지부와 상대적으로 독립된 기구에 의한 기금운용의 감시와 감독이라는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비상설기구라는 조직의 한계는 중장기적 기금정책수립, 기금운용조직에 대한 일상적 관리감독 기능을 행사하는 데 결정적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기금운용위원회는 스스로의 집행능력을 갖추지 못한 비상설기구이기 때문에 장기 기금정책수립, 기금운용조직에 대한 일상적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구조이다. 또한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가 금융자산의 운용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여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작성하여 상정하는 안건들을 주마간산 식으로 심의하게 되는 비전문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무평가위원회가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일부 보완하고 있으나 역시 비상설기구이며, 방대한 기금운용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전문성, 조직구조 등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 한계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직면하여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및 가입자단체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금운용계획 – 전문적 자산운용 – 그에 대한 성과평가 시스템, 즉 계획 – 집행 – 평가(Plan – Do – See)의 역할분담을 전제로 기금운용 전반적인 체계가 정비되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상설화를 둘러싼 그간의 논의들

2000년 국민연금연구센터에서 출간한 보고서를 시발점으로 삼아 참여연대의 공청회, 보건복지부 산하 중장기투자정책위원회가 제시한 기금운용위원회 개편안 등은 논자마다 조금씩 주안점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책임성, 효율성, 투명성, 독립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컨대 중장기투자정책위원회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3가지 개편안으로 ①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을 민간전문가로 교체, ②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의 상설기구화, ③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기구화 중 선택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공청회 또는 복지부의 회의 등을 통해 노정된 상설기구화안에 대한 논의 과정은 상설화의 원칙으로 언급되는 전문성, 책임성, 투명성, 독립성이 어떤 맥락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구체화될 수도 있음을 예견하게 한다. 예컨대 독립성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부 및 시장의 논리로부터 중립적인 구조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혹자에게는 기금운용전문조직의 독립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문성은 말그대로 연금기금을 여유자금으로서 운용 또는 운용에 대해 감시·평가할 수 있는 전문적 소양을 의미하며, 그 전문성의 지점이 기금운용전문조직과 상설화된 기구로서 기금운용위원회에 모두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는 듯하다. 책임성과 관련해서도 기금운용계획수립, 성과에 대한 평가 및 전문 투자기관으로서 기금운용본부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는 점, 즉 기금운용체계 전반에 대해 권한과 책임의 소재가 분명히 규정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기금운용전반과 관련된 책임의 주체가 누구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듯 하다. 이러한 이해의 차이는 상설화될 기금운용위원회가 수행해야 할 주된 업무와 그 기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를 곧 전문적 자산운용기구의 독립으로 이해하고 있다. 현행 기금운용본부체제로는 최고 400조를 넘어 적립될 연금기금의 전문적 운용에 부족함이 있으며,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본부는 독립된 하나의 기구로서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기금에 대한 운용에 전념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방식은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적 투자회사 내지 확대된 자산운용조직과 동일시한다는 점에서 상설화 논의과정에서 강조되어온 매우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주장의 기저에는 전문적 자산운용을 허용한 현행 기금운용체제 속에서 이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이 강화되어야만 하겠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기금이사를 고용하고 전문 펀드매니저를 영입하면서 연금기금을 불려나가지만 이에 대한 평가와 감독은 비상설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연금관리공단의 감사실, 보건복지부 및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대한 감사원의 정기 또는 수시감사, 국회 등으로 분산되어 있다. 다층적인 감시체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책임소재가 불명확하고 국민들이 연금기금에 대해 가지는 불신과 오해 등을 고려할 때 상시적인 감시와 견제의 기능으로 정착시켜서 기금운용의 전문성에 따르는 투명성을 견지해야 백년대계로서 연금제도의 안정성을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 상설화논의의 출발점인 동시에 핵심이다.

이렇게 볼 때 상설화될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원칙을 충실히 살려나가는 선에서 독립기구로 만들되, 그 조직은 기금의 중장기적 운용 전략 수립, 기금의 규제원칙 수립, 기금운용의 성과 평가, 그리고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일상적 감독업무 수행 등의 기능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편제되어야 할 것이다.

상설화의 기본방향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대전제는 가입자들의 신뢰를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기금운용이 자의적으로 또는 정부의 불순한(?) 개입에 의해 객관적이지 못하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불신은 공적 연금제도의 토대를 뿌리로부터 흔들 수 있는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상설화된 기구는 기금운용이 전문적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이전에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뢰는 지금까지의 논의의 맥락을 되짚어볼 때 연금기금운용체계 전반에 걸쳐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고 있다는 점과, 현재 기금운용위원회가 갖고 있는 참여민주주의의 정신이 계승되는 속에서 확보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기금운용에 관하여 정부로부터의 간섭 등을 배제할 수 있도록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특정부처에서는 독립된 정부기관으로서 위원회의 위상을 확보하고, 위원의 모집, 심사 및 위원추천 등의 과정에서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연금가입자대표 등을 포함하여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참여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가입자의 참여는 비상근 위원 형식으로 유지하거나, 가입자단체의 추천권 등을 적극 활용하며, 기금운용전반에 걸친 사항을 가입자 단체 등 전 국민에게 공시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가입자에 대한 상시적인 보고 및 질의·응답체계를 통해 해결해볼 수 있겠다.

기금의 규모 및 사회경제적 효과를 고려할 때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위원회에 경제 및 금융전문가의 비중을 늘리고, 크게 기금계획(내지 투자정책), 운용성과에 대한 평가 및 보상결정, 준법감시 및 재정추계 등과 관련된 전문위원회를 설치하여 기금운용과 관련된 계획과 평가, 감시의 기능을 규정하고 전문 운용조직으로서 기금운용본부에 대해 명확한 기금계획을 제시함과 동시에 성과 및 준법여부 등에 대한 감시를 담당하여 자산운용조직과 견제 및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기금운용에 대한 관리감독의 일상성을 확보하면서 기존의 산만하고 비상시적인 기금감독체계를 일원화하고 상시화시킨다는 목표에 주안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엄규숙 /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kyusook@kh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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