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7-06   1533

사회복지공무원의 이름으로 살아내기

지금은 비가 주룩주룩 오는 6월 말이다. 나는 얼마후면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생활을 한지 1년이 되는 새내기이다. 내가 1년 동안 어떻게 사회복지를 실천해 왔을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사회복지직에 있으니 참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는 작은 음료수를 손에 꼬옥 쥐어주는 할머니, 열심히 일하겠다며 자활하여 성공한 아저씨, 간병인과 연결되어 무지 좋아하는 장애인들…. 이런 기분 좋은 일들을 어찌 글로 표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항상 이렇게 기분 좋고, 보람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그 중에는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근거리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민원들도 있다.

한 동에 사회복지공무원을 괴롭히는 수급자 2~3명은 꼭 있는 법. 그 중에 제일은 알콜중독자가 아닐까? 그분이 수급자면 그러려니 하겠다. 수급자도 아닌 알콜중독 아저씨들이 무턱대고 떼를 쓰고 시비거는데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정말 무섭다. 이 아저씨들은 와서 소리지르고 욕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가끔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나타나서 농약이나 칼로 겁을 주며 대뜸 ‘사회복지가 뭐냐’며 한참을 사회복지학 강의를 하는 분들도 계신다. 이런 분들은 파출소에서도 어쩌지 못한다.

잠깐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일하는 사회복지 상담실 구조를 보자. 내가 있는 동의 경우, 상담실이 유리벽이 아닌 일반 벽으로 되어 있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밖에서 알기 쉽지 않다. 더구나 여자 사회복지사인 나 혼자서만 담당하는 곳이다. 이 정도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때로 상담도중 위와 같은 일을 한 번이라도 겪게 되면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심하면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일을 겪고 나는 3개월 동안 밤마다 가위에 눌렸었다.

두 번째 문제의 민원은 정신질환자이다. 이 경우 유형이 다양하여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신분열의 경우, 환각이나 환청까지 들려 정신장애인 본인의 안전은 물론 주변사람들의 안전까지도 위협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에게 가족이 약을 제대로 챙겨 먹이면 괜찮지만 가족이 없는 경우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불을 피워놓거나(동네사람들이 민원내면 다 사회복지 공무원 책임), 지나다니는 사람들한테 싸움 걸고, 또한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여 생계비 나오는 날마다 한바탕씩 난리가 일어난다. 이 경우 정신보건센터와 연결하여 입원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나 병원 측에서는 보호자 및 보증인으로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을 지목한다. 참 난해하다. 최근 우리 동의 경우는 다행히 그 분의 형제를 찾긴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알콜중독자나 정신질환자 혹은 일반인들에게 협박이나 위협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의 문제만이 아니다. 내 주위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도 비일비재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일로 치부된 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전국적으로 떠들썩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얼마 전 광주에 있는 모동사무소에서는 사회복지공무원이 동사무소에서 수급대상자와 내연의 남자인 정신질환자에게 바닥에 머리를 찍히는 폭행을 당하여 머리와 목 부상으로 입원하는 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직들의 대다수가 여자이고, 혼자 사실조사를 다니는 등 위험한 일들은 주위에 산재해있다. 또한 그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위험의 중앙에 서있는 사회복지공무원을 위한 방어수단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마련되지 않았다. 누구나 사회복지공무원은 어려운 사람들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을 지켜주는 안전망은 부재하다.

광주 모동사무소의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대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제고 없이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정신적·신체적 위협을 간과한다면 제2, 제3의 사고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어렵게 만들어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그리고 그 법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권리를 찾아주고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공무원, 그들의 안전과 권익이 보장될 때에야 수급자에게는 더욱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요청으로 성명을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자주-

경기도 ○○동사무소 사회복지전담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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