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4-15   645

[복지동향174호] 편집인의 글

아버지의 꿈, 아버지의 유산

 

김보영 l 영남대학교 지역및복지행정학과

 

미혼의 청춘 남녀들에게 결혼에 대해서 자주 하는 조언 중 하나가 결혼 후에 배우자가 어떻게 될지 알고 싶다면 그 부모님을 잘 관찰해보라는 것이다. 결혼 배우자로서 어머니 또는 아버지의 행동은 자녀에게 은연중에 학습되어 있고, 그 것은 그 자녀가 결혼 후 배우자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족치료 등의 분야에서 이런 ‘원가족’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가령 가정폭력 아래 자란 자녀가 이를 혐오하면서도 같은 폭력적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만약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면 부부교육이라든지, 부모교육 등을 통해서 자신의 부모가 아닌 더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학습을 다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권 초기의 박근혜 대통령의 난조를 보면서 이 같은 ‘원가족’ 이론이 생각나는 이유는 그의 독특한 배경 때문이다. 대통령의 자녀로 자라나고 또한 어린 나이에 퍼스트레이디가 되어야 했던 과거는 정치인으로서 그를 규정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어릴 적 가족의 저녁식사 자리의 대화가 국민과 나라에 대한 걱정이었다는 그에게 애국심이나 국민에 대한 책임감과 같은 것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치인으로서 정도만을 고집하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의 면모 역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에 대한 의지에 담긴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국민행복시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중산층을 복원시키고, 국민을 원초적 삶의 불안에서 해방시키겠다고 말할 때 정말 그런 나라를 만들고자하는 의지가 읽힌다. 몇 년 전 그가 직접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고 말했던 것과 같이 이것은 경제성장으로 가난으로 부터의 해방을 일구었던 아버지의 꿈을 복지국가로 궁극적 완성을 이루는 그의 일생의 사명감과 같은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아버지의 유산은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다. 독재의 불행으로 이어졌던 아버지의 리더십을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민주화된 시대의 바람직한 대통령의 리더십을 다시 학습하고 구현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박근혜 정부가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 초기 최저 지지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인사 난맥상은 그 극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집권 한 달간 낙마한 인사가 7명으로 과거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낙마한 숫자를 벌써 채웠다. 노무현 대통령은 중앙인사위원회를 통해 민주적 과정을 존중했던 것으로 유명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인사실패 원인으로 그의 독단적 스타일이 자주 지적된다.

 

복지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과제를 가지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현대 복지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시작한 대통령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금제도, 산재보험제도, 의료보험제도 등이 모두 그 때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복지제도들이 정말 국민 복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정권안정이나 경제발전의 수단이었다는 것이 주된 비판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주요 권력기반 안정을 위해 지금까지도 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공무원, 군인 연금을 먼저 도입했고, 의료, 산재보험을 도입할 때도 더 보호가 필요한 대상 보다는 경제발전에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5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복지제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될 때 수단으로서 적합하지 않는 국민은 사회적으로 더욱 소외되기 쉽다. 그래서 그동안 도시 빈곤층, 노인, 장애인 등이 철저히 배제되어 온 역사가 있다. 자립과 자활을 강조하는 현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없진 않다. 분명 현금급여 중심의 한계를 넘어 사회적 위기에 보다 적극적이고 예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자칫 이것이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보수주의와 만나 기본생활보장이라는 복지제도의 기본기능이 약화되는 퇴행으로 귀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실 지난 달 이루어진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자립과 자활의 핵심 대상이 되어야 할 장애인은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몇 가지 정책추진 내용이 보고 자료에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을 뿐 실제 업무보고와 토의 과정에서 주요 주제로 언급되진 않은 것이다. 물론 국정과제에는 다양한 그간의 장애계의 요구가 들어있으므로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자립과 자활에 대한 기조가 적극적인 복지제도의 형태로 나타날지 아니면 국가의 부담을 덜기위한 수단적 의미로 나타날지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지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심층주제로 장애인을 삼았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후의 변화와 과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발달장애인법 제정 등의 주요한 과제와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 주거권, 정신장애인 인권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장애관련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분석과 목소리를 담았다. 물론 그 외 복지쟁점에 대한 시선도 잊지 않았다. 주요 동향으로 요양병원과 간병노동, 협동조합과 지역복지, 대학개혁과 교육 공공성을 주제로 다루었다. 이번 달 복지동향도 이 땅의 복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유용한 양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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