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4-15   2349

[칼럼] ‘깔때기 행정’,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복지증세만이 답이다

‘깔때기 행정’,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복지증세만이 답이다

 

류만희 ㅣ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올해 들어 3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이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소중한 자신의 삶을 거두어버렸다. 안타깝다고 말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엄중하다. 그들은 단란한 가정꾸밈을 앞두고 있었고,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또 우리 사회의 평범한 시민으로서, 공무원으로서 자신들의 본분에 충실했던 이들이다.

 

사회복지 공무원의 하루는 법정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시작되는 듯 보인다. 최근 보도를 통해서 알려진 사회복지공무원의 하루 시작을 보자. 예외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그의 하루는 새벽 5시 30분 전화벨로 시작되었다. 자신이 담당하는 독거노인 수급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병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그가 담당하는 복지업무의 수급자 중 상당수가 독거노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일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예외적이면서 동시에 일상적인 경우가 될 수 있다.

 

사회복지공무원은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 등에 대하여 항상 그 생활 실태 및 가정환경 등을 파악하고, 사회복지에 관하여 필요한 상담과 지도를 한다”.고 사회복지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유독 눈에 “항상”이라는 단어가 신경 쓰인다. 여기서 항상은 사회복지를 필요로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사회복지 공무원에 그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업무의 과중함의 정도를 피부로 느낄 수 없지만,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은 ‘항상’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까닭에 업무의 과중함은 일상화되어 있었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업무의 과중함은 “깔때기 행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깔때기 행정이라는 표현은 필자가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강의하면서도 참으로 생경하게 들렸다. 세부전공의 차이를 넘어 사회복지공무원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을 이 지면을 빌어 반성을 해본다.

 

깔때기 행정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에서 시행을 결정한 모든 복지시책의 실행이 주민센터의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집중되는 현실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량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는 2006년 395만 명에서 2010년 1,017만 명으로 무려 157%나 증가하였다. 각종의 복지사업의 가지 수 역시 58.2%나 증가하였다. 2010년부터 시작된 보편적 복지논쟁이 복지정책과 프로그램으로 실현되는 과정에서 복지업무는 더욱 증가하였을 것이라는 예상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과중은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으며, 모든 것은 그저 전달체계의 개선으로 정리되었을 뿐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전달체계 개선의 수준은 실제 필요한 인력에 턱없이 부족한 충원계획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실제로 사회복지공무원은 2007년부터 10년까지 불과 383명 증가에 그쳤다.

 

사회복지공무원의 확충에는 더 이상의 고담준론(高談峻論)이 필요하지 않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실만큼 엄중한 요구가 어디에 있나? 굳이 전달체계 개선이라고 말하지 않고, 사회복지공무원을 더 이상 죽음으로 몰지 말고, 충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요구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방송 토론 중 깔때기 행정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미루어 짐작컨대, 사회복지공무원의 과중한 업무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부하건대, 사회복지공무원 확충 문제를 또 다시 예산타령으로 버무리지 않았으면 한다. 당초 계획이라면 2012년부터 14년까지 사회복지공무원 7,000명을 충원해야 한다. 그런대 문제는 중앙정부의 사회복지공무원의 인건비 지원을 3년에 한정하고, 이후에는 전액 지방재정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방안이다. 지방세 수입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과연 무슨 재정으로 감당하겠는가? 또 다시 예산타령으로 충원계획은 그저 계획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답을 구해야 하는가? 효율적인 재정운영, 지하경제의 양성화도 있지만,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증세를 말해야 한다. 얼마 전 13년 예산 중 복지예산 100조에 달한다고 하여, 일부 보수언론에서 복지포퓰리즘, 퍼주기 복지라는 공세를 편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국민부담률은 07년에 비하여 11년에는 더 낮아진 것이 현실이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증원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복지수요 증가는 계속되는 상황에서 증세는 재정의 효율적 운영과 함께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증세를 통한 복지를 하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아니었는지를 반성하고, 진정성 있게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것도 국가의 최고정책결정자에게 필요한 자세이다. 끝으로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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