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1-15   870

사회보험과 소득파악 전망

우리 사회의 변화 : 계층간의 갈등과 소득재분배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사회의 큰 변화를 경험해 왔다. 지난 수십년간의 변화가 잘 살아 보기 위한 경제 개발이었다면, 지난 몇 년간의 변화는 소득의 분배를 놓고 벌인 계층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었다.

1999년 4월에는 국민연금의 도시자영업자에게 확대실시를 계기로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의 갈등이 분출되었다. 자영업자의 소득이 제대로 신고되지 않고 있으므로 봉급생활자 연금불입액이 자영업자의 연금으로 이전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었다. 2000년 4월에는 의·약 분업과정에서 의사와 약사의 갈등이 불거져 나온다. 사상 유례없는 의사들의 대규모 파업으로 정부는 수 차례에 걸쳐 의료보험 수가를 올려 주면서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의사들을 달래야만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게도 의료보험의 재정파탄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효과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항간에는 의·약 분업 이후 의사들의 소득이 상당히 올라갔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심각한 의료보험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고자 의료보험 수가를 재 산정 해 달라고 유명한 외부기관에 연구를 외부에 의뢰하였지만 병·의원들의 소득자료가 분명하지 않아 수가 산정 용역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건강보험 재정 통합을 놓고 찬·반 양론이 대립하더니, 2002년 1월 8일 야당과 여당은 시끄럽기만한 지역의료보험과 직장의료보험의 재정 통합을 1년 6개월 미루기로 합의하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통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역의료보험의 흑자로 직장의료보험의 적자를 메꾸지 않겠다 즉, 소득의 재분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득파악이 안된 이유

사회보험제도를 놓고 대립하는 근저에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과 의사의 소득파악 등에 대한 불신이 깊게 깔려 있다. 사회보험이란 소득의 재분배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사회통합의 수단이다. 그런데 잘사는 것으로 알려진 자영업자의 소득이 봉급생활자보다 낮게 신고됨으로써 큰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소득은 국세청이 관할하므로 이 문제는 조세문제를 고찰해 봄으로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세의 1차적인 목적은 정부의 재정수요의 충당에 있다. 즉 정부 재정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조세의 임무이다. 그러나 조세는 2차적으로 소득 재분배, 특정산업 지원 등 정책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사회보험문제가 터지기 전만 하더라도 우리 나라의 조세는 정부의 재정 수요를 쉽게 조달하여 경제개발을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따라서 간접세의 비중이 높고, 소득세 비중이 낮아 소득 재분배 효과는 낮은 대신 자본축적에 적합한 조세구조로 되어 있다. 바꾸어 말하면 자본가 또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할 뿐 아니라 정부에서 손쉽게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체계로 운용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세제는 부의 축적과 상속이 용이하여 자본가 나아가서 재벌 그리고 재벌 2세, 3세를 양산하여 왔다.

소득파악의 노력

조세가 소득 재분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정확히 1999년 4월 도시자영업자의 국민연금 확대 실시로 촉발된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에 대한 요구를 할 때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하여 부가세 특례제도의 폐지,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부활, 과세인프라 구축 그리고 소득표준율의 폐지 등을 논의한 바 있다. 부가세 특례 제도의 폐지는 정규 영수증(대사기능이 있는)이라 할 수 있는 세금계산서 발행 제외의 특례를 받는 자영사업자를 대폭 축소함으로서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유인을 대폭 줄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고소득자인 금융소득자의 소득이 종합과세되지 않음으로서 낮은 세율의 세금을 내게 되고 따라서 소득재분배의 역진성이 심화된다는 이유로 부활되었다. 소득표준율제도는 정규영수증에 의한 장부 기장을 하지 않고 매출액의 일정비율로 소득 신고가 가능하게 하는 악습으로 기준경비율제도로 대체 되었다. 가장 주목해야할 제도는 역시 과세 인프라구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쉬운 예로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 신용카드복권제도, 신용카드 가맹점 확대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도입되자마자 2001년 5월에 2000년 분 자영업 소득신고자를 33.1%나 증가 시켰으며, 신용카드 매출액이 2001년에도 91.8% 성장한 것으로 보아 2002년 5월, 2001년 분 자영업 소득 신고자를 큰 폭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경우에도 과세인프라를 위하여 10만원 이상 지출의 경우 정규영수증(세금계산서, 계산서, 신용카드매출전표)만을 받도록 의무화되었다. 이상의 제도 개선들은 주로 2000년 하반기부터 2001년에 시행되었으므로, 소득파악효과가 2001년분의 소득신고가 있는 2002년 5월, 그리고 2002년 분의 신고가 있는 2003년 5월에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의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제2의 과세인프라 운동의 필요성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조세부문에서는 상당한 것일지라도 사회보험부분에서는 흡족할지 장담할 수 없다. 1999년 4월 이전 우리 나라의 자영업자의 소득신고수준은 실제소득의 50%대였으므로 그것이 70% 등으로 상승하더라도 사회보험의 입장에서는 소득파악이 미흡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2의 과세인프라 구축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우선 임대 사업자의 탈세는 건물임대차 보호법 제정을 계기로 상당히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일반영수증에 대한 과세인프라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근로소득 연말정산에 있어 공제혜택을 받지 못하여 가장 큰 불만이 되는 소득금액 3% 미만 의료비와 사교육비에 있어 영수증 실액공제를 도입하였으면 한다.즉 이 들 비용은 공제의 명분이 충분히 있으므로 영수증을 제출하면 일정금액을 소득 공제하여 주자는 것이다. 대신 이들 영수증을 전산 처리하여 인프라 자료로 활용하면 자영업자의 탈세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영수증은 고소득이면서 탈세가 자행되고 있는 의사, 한의사, 학원, 과외선생들에 대한 과세자료 노출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 만일 이 제도가 성공한다면 유사한 부분에 점차 확대 시행하여 과세인프라의 완성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일반 영수증의 과세인프라에 성공한다면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으로 소득파악의 성과를 얻기까지에는 5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맺으며

조세 개혁의 성과를 미처 받아 보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무분별한 감세 논쟁에 휩쓸려 가고 있다. 이것이 그간의 소득파악의 성과를 후퇴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의 입장은 그간의 소득파악의 성과를 평가하고 제2의 과세인프라 구축운동에 나설 때이다. 소득파악의 성패는 2002년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정부에게는 균형 있는 정책을 고안 집행할 것을, 정치권에는 더 이상 흔들지 말 것을, 그리고 시민에게는 항상 깨어 있을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최영태(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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