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경축사와 ‘중산층 및 서민층 주거안정대책’에 관하여 (표빠짐)

대통령의 8.15 선언 후속조치로 건설교통부에서 발표한 ‘중산층 및 서민층 주거안정대책’은 서민ㆍ중산층의 주거안정과 주택경기 활성화를 주목표로 하고 있지만, 금년 2월에 발표된 ’99주택건설종합계획과 5월 31일에 발표된 서민주거안정대책의 연장선상에서 주로 금융지원의 확대를 중요한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 즉 금융지원의 액수와 대상의 확대, 금리 인하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통하여 주택공급의 확대와 주거비 부담의 완화를 도모하는 점증적인 방식을 보이고 있고, 결코 주택정책의 파라다임적 전환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정도이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중소형 분양주택의 공급확대, 근로자 주거안정 지원, 임대주택 건설 지원, 도시영세민 주거안정지원 등 4개 분야로 요약해볼 수 있다. 각 분야별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중소형 주택공급의 확대(표 1 참조)

현 정부의 공약사항으로, 2002년까지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하기 위해 중소형 분양주택을 매년 30-35만호 건설하고, 이를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매년 10조원 이상씩 조성하며, 소요 택지의 50%를 공공부문에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주택금융을 활성화하여 현재 주택가격의 30% 대에 머물고 있는 금융지원비율을 2002년까지 50-7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은 경기활성화를 이면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서민층의 주택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이나마 금리를 인하하고 지원대상과 호당 지원액수를 확대함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주택보급률과 같은 공급계획의 목표 자체는 결코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표 1> 내 집 마련을 위한 금융지원의 확대

■둘째, 근로자 주거안정 지원대책(표 2 참조)

근로자 주택지원 역시 수요자 지원과 공급자 지원으로 나뉘어지는데, 양자 공히 지원액 확대, 지원대상 확대, 금리인하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주택공급확대를 유도하고 있으며, 기존의 지원제도 자체를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정도는 아니다. 아울러 근로자 계층과 고용주에 대한 별도의 특혜적인 지원제도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는가 하는 그간의 비판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표 2> 근로자 주택지원 확대

■셋째, 공공임대주택 건설 지원 확대(표 3 참조)

2002년까지 4년간 매년 10만 호 수준(99년에는 12만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하여 임대주택의 비중을 10%선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새로운 목표 설정도 아니지만, 대부분 5년 정도의 임대기간 후 분양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어 10%의 목표 달성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결국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위해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정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총 2조 3,000억에 달하는 지원액 중 재정투자는 국민임대주택을 위한 851억 원에 불과하여 정부의 책임성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임대주택 확산을 위한 수단으로 민간임대사업자 육성을 보다 중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능하다. 임대사업자 등록기준이 주택 5호 이상 임대에서 2호 이상으로 완화되었고, 5년 임대 후 매각시 양도소득세 감면이라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표 3> 임대주택건설지원 확대

■넷째, 도시영세민 주거안정지원 (표 4 참조)

임대주택 공급과 더불어 주거비 보조제도는 저소득층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저소득세입자 전세자금지원제도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주거급여가 신설되기는 했지만 보편적인 주거비보조제도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자금지원의 호당 지원액수와 대상가구가 조금 확대되었지만, 월세 지원이 결여되어 있는 등 저소득층 주거욕구를 감당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상태이다.

<표 4> 도시영세민 주거안정 지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금번 대책은 기존의 99주택건설종합계획과 서민주거안정대책(5.31)의 연장선상에서 점증적인 금융지원 확대를 주요 수단으로 하고 있다. 비록 점증적인 조치일지라도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 환영하지 못할 것은 없지만, 21세기를 염두에 둔 파라다임적 전환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미해결 과제들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주택정책의 기본법으로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진 중인 ‘주거기본법’ 제정에 대한 언급이 없다. 즉 주택정책의 비젼과 목표 그리고 이를 위한 핵심정책에 대한 구상이 미흡한 것이다.

둘째, 주택정책의 변혁은 우선적으로 행, 재정의 개혁에서 출발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비젼이 없다. 현재 주택정책은 사회정책적 마인드가 약한 건설교통부를 주무부서로 하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고, 재정투자도 매년 축소되고 있는 실정(주택예산: 97년 7,348억원, 98년 6,260억원, 99년 5,189억원)이다.

셋째, 주택정책을 선도하는 지표로 가장 기초적인 주택보급률에 대한 의존도가 아직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주택보급률 지표는 지역별 차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고, 주거의 질적 측면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주거기준 설정 등 그 동안의 약속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넷째, 임대주택의 확산을 통해 소유보다는 거주 중심의 주거문화 형성을 소신있게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의 1가구 1주택 소유라는 정책목표에 집착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영구임대주택의 확대가 아닌 단기임대 후 분양하는 주택공급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고, 민간 임대주택의 확대를 크게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째, 근로자 주택에 대한 별도의 특혜적 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사회정책을 산업정책에 부수되는 것으로 상정했던 과거 개발시대의 유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절실한 욕구로 부상하고 있는 주거비 보조제도의 본격화를 외면하면서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양상이다. 결국 전국민을 대상으로 국가가 보장해야 할 적절한 주거수준과 적절한 주거비 부담에 대한 장기적인 비젼의 부재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적들이 모든 문제를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금번의 주거안정 대책은 우리나라 주택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에는 실패한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21세기를 맞는 국민적 비젼을 세우기 위해서는 주택정책을 사회정책적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논의의 틀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영환 / 성공회대학교 교수, 사회복지학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