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관 평가사업의 특성과 준비

사회복지실천 현장의 최근 쟁점 가운데 하나는 단연 평가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뢰를 받아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장애인시설, 부랑인시설, 정신요양시설, 아동시설, 여성시설, 노인시설에 대한 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장애인복지관과 정신요양시설은 실제평가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장애인복지관 평가모형 개발과정을 중심으로 특성을 논의하고, 나아가 평가받는 입장에서 어떠한 준비자세가 필요한지 부분적이나마 검토해 보고자 한다.

장애인복지관 평가모형은 이용자 중심과 서비스품질 중심의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그 특징을 요약할 수 있다. 이용자인 장애인중심의 접근은 1000점 만점에 200개로 구성된 지표 가운데 30개를 이용자만족도에 할애하고 300점을 배점하여 30%의 비중을 갖도록 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품질중심의 접근노력은 평가지표의 절반 이상을 질적 평가를 통해 측정하도록 한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평가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장애인의 욕구에 좀더 민감하도록 유도하고, 서비스질 향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나타나도록 의도하였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전문성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복지관 평가모형의 기본방향에서 엿보이는 특성 이외에도, 평가방법과 절차에서 나타나는 특징에도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평가모형개발과 실제평가과정에서 피평가자인 장애인복지관과 실무전문가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기평가제를 도입하여 피평가기관이 미리 공개된 평가지표와 지침에 따라 스스로 자체평가보고서를 작성하여 평가본부에 제출하고, 평가위원들은 제출된 평가보고서를 현장평가에서 확인하는 방법으로 평가가 진행되는 방식은 우리나라 사회복지분야의 평가에서 거의 획기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평가모형을 개발한 연구진 스스로도 이러한 방식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에 자신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평가결과를 필요로 하는 보건복지부를 설득하는 작업이 요구되었고, 금년에는 사회복지시설평가에 대한 총괄책임을 갖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평가팀의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무리없이 자기평가기법이 적용될 수 있었는데, 이는 사실상 여러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평가행위를 하나의 감사행위 또는 그 연장선상의 어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평가는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상호신뢰 및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권위적이고도 일방적인, 때로는 불쾌한 경우도 적지 않은 감사문화에 익숙한 상황에서 자기평가기법의 선택은 사회복지기관과 규제자의 관계에 있어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자기평가방식의 도입과 더불어 또 하나의 특징은 지표별 지침과 평가결과 산정방법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평가기준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지침은 존재하지도 않는, 그리고 평가결과 산정방식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장애인복지관 평가모형은 이와는 정반대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의 의의는 피평가기관 스스로 공개된 지표와 지침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고 부단히 노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전문성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평가사업이 단순히 평가결과에 따른 서열화 작업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의 향상 및 피평가기관의 발전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금년도의 장애인복지관 평가사업 이후 향후 평가사업의 방향을 모색한다면, 우선적으로 현재의 상대평가 방식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즉, 일정한 수준의 평가결과 수치를 제시해놓고 이러한 수준을 충족하는 모든 피평가기관은 적정한 것으로 인정하는 평가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평가인증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평가사업의 상설화라는 의미와 함께 평가경험을 축적하여 더 많은 정보를 제공케 함으로써 사회복지 현장에 더 많은 기여의 계기가 될 것이다. 평가사업의 목적이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문성제고 및 서비스질의 향상이라면 평가인증제의 도입은 이러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끝으로 피평가기관의 입장에서 평가를 위한 준비 노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일단 평가를 대비한 요령 혹은 비법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장애인복지관 평가모형처럼 200개 지표를 사용한 전방위적 평가방법 앞에서 몇 가지 측면을 인위적으로 강화한다고 평가결과가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평가자세에서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사회복지서비스는 전문적인 접근을 요구하기에 주로 전문가들에 의해 서비스가 기획되고 전달된다. 이러한 전문적 영역은 사실 평가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하지만 현장평가과정에서는 평가위원들이 인지하는 피평가기관의 전문성 수준에 따라 평가내용 및 절차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평가위원들이 전문성에 대한 공감을 강하게 갖는다면 아무래도 긍정적인 평가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피평가기관은 전문성이 높은 사회복지기관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재성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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