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전달체계의 변화와 개편 논의

사회복지전달체계는 사회복지서비스의 효율적인 제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토대이다. 이러한 사회복지전달체계는 1990년대에 들어와서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으며 이와 관련된 논의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활발해졌다.

그러한 변화로서는 먼저 전국 대부분의 읍·면·동사무소에 사회복지 전문요원이 배치된 것과 지역사회복지관과 같은 이용시설의 급증을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1998년부터는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읍·면·동사무소를 주민자치(복지)센터로 전환하려고 시도했다. 또 보건복지부에 의한 보건복지사무소의 시범실시, 그리고 이 시범사업의 종료에 따른 새로운 전달체계의 모색 등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거듭되어 왔다.

먼저 1987년 이후 사회복지사업의 전문성 제고의 일환으로 사회복지 전문요원이 읍·면·동사무소에 배치된 이후 현재 약 4,200여명(1999년 12월 말까지의 증원배치분 포함)이 생활보호 및 복지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전문' 요원임에도 불구하고 동사무소라는 일반행정기구 속에서 근무하게 된 까닭에, 사회복지 이외의 일반 행정업무를 수시로 떠맡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문제를 드러내게 되었다. 즉, 공공복지행정체계는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에 상응하는 효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1995년부터 보건소에 사회복지 전문요원을 투입한 보건복지사무소를 5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보건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의 성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복지사무 집중화를 통해 업무효율이 향상되었다. 이것은 가장 큰 성과로서 보건복지사무소에 사회복지 전문요원들을 집중 투입하여 대부분의 복지업무를 통합 수행하게 되면서, 책임성·신속성·공정성·일관성·포괄성 등 공공복지전달체계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기준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조직통합으로 인한 방문보건서비스 제공이 활성화된 점이다. 시범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보건·복지 담당인력간 이해가 높아지고, 보건·복지 연계서비스 및 상호의뢰를 통한 서비스제공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등 양 부문 사업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각 지역에서는 방문보건 담당부서와 복지사업부서간의 공식적인 프로그램 개발이나 사업추진이 어려웠으나, 대상자 의뢰 및 정보제공, 후원 및 자원봉사자 활용 등의 업무에서 상호 도움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사무소는 이러한 성과 외에 문제점도 노출시켰다. 먼저 시·군·구청(일반 복지관련업무)과 보건복지사무소(공공부조 관련업무) 간 복지사무가 이원화되고 지역주민의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복지업무 전반을 기획하는 기능과 집행의 일관성이 결여되는 등 복지업무의 총괄·조정이 미흡한 실정이다.

둘째는 담당전문인력의 업무부담이 과중했고 시범사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다. 사회복지 전문요원의 경우 이전에 배치되지 않았던 지역까지 포괄하게 되었고,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와 등록장애인수가 증가하는 등 복지수요 증대로 업무가 폭증하였다. 또한 방문간호요원의 경우에도 인력확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방문간호사업에 대한 강조는 부담이 되었다.

셋째로 시범사업의 주목적으로 제시되었던 보건·복지 연계서비스 제공의 실시 효과는 가시화될 만큼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는 보건복지사무소 확대 실시를 결정하기 어렵게 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이처럼 시범 보건복지사무소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객관적 여건의 미성숙과 정부의 준비소흘로 인해 실패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사회복지 내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정립을 위한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둘째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1998년 7월에 정부가 연말부터 단계적으로 읍·면·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여 장기적으로 주민자치조직의 활동 중심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라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정립을 위한 논의가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주민자치센터는 기존의 제증명서 발급 등 민원사무 이외에 사회복지, 문화활동, 여가활동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전환은 일선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없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었다.

그러나 1999년 3월에 당정협의를 통해 이러한 계획은 보류되었고 그에 따라 행정자치부는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즉,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전환은 추진하되 초기의 계획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그래서 인원감축은 시도하지 않으며 일부 기능만을 본청으로 이관하고 그에 따라 남게 되는 공간을 활용하여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볼 때 행자부가 추진하고 있는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전환은 당초에 사회복지계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주민복지를 위한 효과를 전혀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런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주된 원인은 위에서 지적했듯이 당정협의에서 이루어진 기능전환 보류결정이라고 할 수 있으나, 사회복지계 전체가 이것을 활용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셋째로,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전환은 비록 제대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사회복지계에 새로운 전달체계를 모색하게 하는 계기로서 작용하였다. 즉, 기존의 읍·면·동사무소가 기능전환될 경우에 이를 활용하여 보건과 복지서비스를 연계하여 제공하는 주민복지센터 방안이 모색되었던 것이다. 이 주민복지센터는 현재의 읍·면·동사무소 건물을 활용하고, 특히 농어촌의 경우 보건지소·보건진료소와 연계하여 보건의료서비스를 강화하며, 센터내에 방문사업을 전담하는 방문보건복지팀(사회복지전문요원 1명, 방문간호요원 1명으로 구성)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요 기능으로서 기존 보건소가 주민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보건의료서비스 기능을 주민과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제공하고, 동사무소 단위에서 수행하던 복지행정업무와 복지서비스 나아가 사회보험, 고용 및 문화·정보관련업무를 보다 전문적이고 통합적으로 수행하도록 한다.

구체적으로는 보건복지사무소 및 보건지소 등과 연계된 방문보건복지사업을 중심으로 하여, 보건교육, 예방접종, 모자보건, 정신질환자 및 장애인 보건복지사업, 공공부조 대상자 발굴, 민간복지자원의 발굴·동원, 민간복지기관과의 연계 기능 등으로 확대해 가도록 한다. 대민진료기능은 농어촌지역에서는 필수적으로 수행하고, 도시지역에서는 필요시 담당하도록 한다(한편 보건복지사무소의 보건부문은 보건교육, 예방접종 등 기존 대민 보건서비스 업무를 인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여 계속 유지하도록 한다). 이러한 방안은 시범적으로 실시된 보건복지사무소를 확대하기 어려운 현재의 여건을 고려할 때 보건복지부에서 시범적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진다.

이 외에 사회복지전달체계에서 나타난 주목되는 변화는 지역사회복지관이나 재가복지센터와 같은 이용시설의 급증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사회복지관을 보면, 1990년에 61개소, 1992년에 160개소, 1994년에 250개소, 1996년에 312개소, 1997년 말 329개소로 증가하였다. 또한 노인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관 등 단종복지관이 설치되고 가정봉사원 파견센터나 주간 및 보호시설이 설치되기 시작함으로써 (이들과 사회복지관을 합칠 경우 그 수는 약 500개에 이름)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처럼 사회복지관과 같은 이용시설이 급증하면서 지역주민에게 밀착된 다양한 서비스제공이 가능하게 된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관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지역분포에 대한 고려가 다소 부족하여 지리적으로 인접한 곳에 사회복지관이 들어서게 됨에 따라 경쟁과 낭비가 빚어지고 있다. 즉, 사회복지관이 급증하면서 각 복지관간에 연계와 협조 및 조정체계가 미흡하여 전체적인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로서 사회복지관들이 대부분 미용·요리·컴퓨터 등의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사회복지관의 고유기능이라 할 수 있는 주민조직화를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주민조직화의 미비는 사회복지관의 폐쇄적 운영과 맞물려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끝으로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에 대한 평가가 정부주도하에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사회복지시설은 운영비의 상당부문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는 점에서 공적자금 사용의 타당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회 전체의 합리화·투명화 노력에 따라 전근대적인 주먹구구식의 비공개적 시설운영을 지양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투명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1998년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을 통해 3년마다 1회 이상 종사자의 전문성, 시설환경, 서비스의 만족도 등에 대해 평가하도록 법제화됨으로써 평가제도 도입은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1999년도부터 평가제도가 실시되었는데, 이것은 평가대상 시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복지시설이 일정 수준 이상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이용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사회복지시설이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평가에 대해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행정기관의 지도감독이 비전문가에 의하여 회계감사 중심으로 진행된 까닭에 업무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으나 이번 평가는 다양한 지표를 통해 자기점검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다만 문제는 앞으로 이 평가제도가 재정지원과 연계될 경우에 상당히 복잡한 반응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 자료

변재관·강혜규, 1999, "지역복지전달체계의 현황과 개선방안,"《21C 한국 사회복지행정의 과제》, 한국사회복지 행정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 자료집.

변재관, 1999, "사회복지시설평가의 원칙과 방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월간 복지동향》제14호.

심재호, 1999, "민간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재편 : 참여와 계획화, 그리고 네트워킹," 한국사회복지학회 99추계 학술대회자료집.

심재호 /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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