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시대의 시작 – 과정과 과제

이웃돕기모금활동의 정부주도 및 기금의 국가예산 투입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민간에 의한 자발적인 복지자원 개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이 1997년 3월 27일자로 제정되었고, 부칙에 따라 1998년 7월 1일 이후 공동모금회라는 조직이 탄생하였다.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에 기초하여 1972년 공동모금사업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가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제위기와 사업준비 부족 및 사회적 여건이 불충분함으로 인해 실패한 이후 사회복지 분야에서 공동모금제도의 도입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에 비록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할지라도 민간사회복지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무적인 일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웃돕기 성금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민간복지자원의 활성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공동모금법이 공동모금회를 민간조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내용에 있어서는 정부 주변조직 혹은 하부조직 같은 성격을 지니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번째로, 공동모금에 의한 배분대상의 포괄성 문제로서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은 공동모금회에 의해 모금된 재원의 사용을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한 사회복지사업과 복지시설의 운영비용으로만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번째로,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은 전국공동모금회와 지역공동모금회 모두는 모금활동과 배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는 조직의 기능중복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었다. 즉, 이는 전국공동모금회와 지역공동모금회, 특히 전국과 서울공동모금회 사이의 모금과 관련된 갈등 발생을 내포하고 있었다.

네번째로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은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의거해 모금액의 2%까지만 경비로 쓸 수 있었는데 이는 실제로 조직의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서, 정부가 민간복지자원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과연 갖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다섯번째로 한국공동모금회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문제인 세제혜택에서 개인의 경우 연간 소득액의 5% 범위 그리고 기업 및 사업 소득자, 부동산 소득자의 경우에는 연간 순이익금의 7% 범위를 적용하는 것 역시 공동모금을 통한 민간복지자원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었다.

공동모금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던 시점인 1998년 중반기에 또 다른 시각에서의 비판이 사회복지활동을 수행하는 종교단체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면서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의 폐지 혹은 연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종교단체들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복지단체들의 비판은 공동모금활동에 의해 개별모금활동이 타격받는 것과 위에서 언급된 배분대상의 제한성 문제 및 공동모금 활동에서의 정부에 의한 민간자율성 침해 문제 그리고 공동모금제도 시행과 관련된 시민들로부터의 의견수렴 활동의 부재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8년 7월 15일 국민회의 이성재 의원을 중심으로 여야 국회의원 21명은 '사회복지 공동모금법 폐지 법률안'을 상정하였다. 이 안이 상정되기 이전부터 공동모금회 법인들이 중앙과 각 지역에서 설립되기 시작했는데 각 공동모금회 조직들은 '사회복지 공동모금법 폐지 법률안'의 상정과 함께 미래의 불투명함 속에서 불안정한 활동의 시작을 가졌었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이 갖는 문제점의 점증적 개선을 생각하며 공동모금회제도의 지속적 실행을 위해 노력하던 인사들과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의 폐지 혹은 연기를 제기하였던 종교계 인사들이 국민회의 이성재 의원의 중재하에 회동을 가지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러한 회동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던 사항의 하나는 지역 공동모금회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만큼 성숙되어 있지 못하고 지역 자치단체장들의 영향력 아래 있어 공동모금회 제도정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논의는 지역 자율적인 지역중심의 공동모금회 활동에서 중앙중심의 공동모금회 활동으로 전환시켜 놓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공동모금회 활동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공동모금제도 원래의 취지대로 지역중심으로 재전환시키자는 대안을 형성케 하였다. 이러한 대안은 지역중심의 공동모금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었지만 공동모금 제도의 시작과 정착을 위한 조직적 기반과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었던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논의가 비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민회의 이성재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원 22명은 1998년 11월 28일 '사회복지 공동모금법 개정법률안'을 제출하게 되었고 1999년 3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법'이라는 법률명을 갖는 대체입법이 통과되었다. 대체입법의 통과와 함께 공동모금회 제도는 비록 제한점과 아쉬운 점들이 있기는 하였으나 제도안정화와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가기 시작하였다고 평가해 볼 수 있다. 대체입법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전국공동모금회 중심시스템으로의 전환, 정부 특히 보건복지부로부터의 통제축소, 공동모금회 경비 사용한도의 확대, 배분적용범위의 확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즉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사회복지법인으로 설립하고 특별시, 광역시, 도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회를 두도록 한 것(제14조), 배분의 적용범위를 사회복지사업 및 기타 사회복지활동까지로 확대한 것(제2조), 경비의 한도를 2%에서 10%까지로 확대하여 규정한 것(제25조), 보건복지부에 대한 승인사항들을 보고사항으로 전환시킨 것 등이 대체입법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변화들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얼마되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은 우리나라 공동모금회는 활동의 정착과 안정화를 위해 많은 과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큰 과제는 공동모금제도가 갖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즉 ,복지발전을 위한 민간참여의 잠재성이 높은 사회에서 공동모금제도는 정부의 사회복지에 대한 노력을 보완하면서 사회복지에 대한 민간의 참여폭을 확대시키는 정부의 복지파트너로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제도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러한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공동모금회는 우리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외국에서의 시행착오들에 대한 학습을 통해 그 가능성을 실제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차적 과제의 수행을 위해서 공동모금회는 먼저 공동모금회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방향(mission)을 정확히 설정하고 운영의 원칙을 결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배분에 있어 공동모금회의 운영원칙에 대한 검토와 대책마련은 상당히 시급한 과제이다. 얼마 전 공동모금회 배분에 대한 중앙일보의 문제제기는 그 보도의 사실성 여부를 떠나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배분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공동모금회를 운영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공동모금회 특히 전국공동모금회가 갖는 장점의 하나는 투명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제 투명성의 정착과 더불어 공동모금회는 책임성의 과제를 가지고 있다. 모금된 기금의 책임있는 활용을 중심으로 하는 책임성의 강화는 공동모금회의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공동모금회 조직운영에서 다양한 시각을 포괄하는 것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회와 마찬가지로 공동모금회도 발전을 위해서는 개혁적인 시각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이들의 노력을 지지하고 비판하는 다양한 집단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공동모금회가 안정적으로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발전을 위한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시각을 갖는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수행과 더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구성원들 특히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직원의 전문성이 없이 위원회의 전문성에 의존하는 것은 공동모금회 활동의 정착과 발전에 커다란 제한을 가져올 수 있다.

공동모금회제도 정착과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공동모금회의 민간 모금에서의 대표성 확보와 지역중심의 공동모금회로의 전환과제이다. 공동모금회는 한국의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민간부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러한 성격을 갖는 공동모금회에 요구되는 것은 민간복지자원의 개발을 위한 대표적인 조직으로 국민의 지속적 지지를 받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특별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공동모금회를 정권의 변화에 상관없이 민간 사회복지 자원 개발과 분배를 위한 대표적인 조직으로 존재케 하는 것이다. 즉 일부 정치단체에 대한 치우침이 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해 공동모금회의 대표성과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공동모금회의 활동은 지역을 중심으로 그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동모금회 활동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지역중심의 공동모금회가 가능할 수 있는 여건들이 충분치 않아 대체입법을 통해 전국공동모금회 중심시스템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지역사회 중심으로 나누는 삶의 양식을 증진시키면서 지역사회 문제를 공동모금과 함께 지역주민들이 주체적으로 해결케 하기 위해, 그리고 이를 통한 지역사회 통합이라는 목적의 달성을 위해 공동모금회의 운영 방식을 지역 중심으로 재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동모금회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민간복지자원을 개발하고 기금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정부의 복지기능을 보다 탄력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민간 사회복지 영역의 중심조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능성과 당위성의 실현을 위해 공동모금회는 위에서 제기된 과업들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공동모금회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공동모금회 활동에 대한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건설적인 비판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강철희 /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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