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4-15   3050

[심층분석5] 장애인 주거권 현황과 과제

장애인주거권 현황과 과제

 

박숙경 ㅣ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정주불안 때문에 이사하기가 힘들어요, 영구임대가 아니면, 집 옮기는 것이 겁이 나요, 장애인이니까. 집을 잘 안 주고, 집이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도 해요. 월세가 밀릴까 봐도 걱정하고요……(자립생활자 인터뷰)”(서종균. 2009)

 

들어가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거보장이 필요하다. 장애유무를 떠나 주거가 삶의 기본 조건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국가를 천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집이 없어 거리를 헤매거나 적절하지 못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이렇듯 주거가 없거나 부적절한 주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주거취약계층이라고 한다. 인간다운 삶의 조건 중 가장 기본적인 주거보장이 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복지국가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 주거취약계층 네 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이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주거취약계층실태조사결과 주거취약계층의 25%이상이 장애인 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장애인 출현율의 약 5배에 해당한다. 주거취약계층 안에서도 장애인의 주거권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주거와 관련된 논의와 정책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주거관련 논의 수준은 ‘장애인주거를 굳이 별도로 다뤄야 할지? 장애인 주거특성이 어떠한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 글은 이런 배경에서 장애인 주거권 현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왜 장애인주거권 보장이 필요한지? 실태는 어떠하며 문제점과 개선과제가 무엇이지를 살피기 위해 작성되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장애인 주거권 제기 배경과 동향, 장애인 주거 특성, 장애인주거정책 현황과 문제점, 개선과제 순으로 살펴 볼 것이다.

 

장애인주거권 제기 배경과 동향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주거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욕구와 필요성은 있었지만 ‘장애인 주거권’이란 용어가 사용되고, 장애인의 주거현실이 폭로되며 인간다운 삶의 권리로써 집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노금호, 2010). 1980년대 후반 영구임대아파트 등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장애인 우선 분양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지만 이는 ‘장애인 주거권’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장애인 주거권은 2000년대 이후 시설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운동을 통해 부상했다. 이전에도 주거권운동과 장애인자립생활운동과정에서 장애인주거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 아무래도 장애인주거권이 부상하게 된 데는 탈시설화운동의 영향이 크다. 왜 그럴까?

 

대답은 간단하다. 복지를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바라보는 잔여적 복지제도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주거는 다른 영역에 비해 더욱 개인의 책임으로 여겨지던 영역이다. 실제로 개인 뿐 아니라 그룹홈 조차 주거를 갖춘 경우에만 지원을 해주는 것이 우리나라 정책 현실이다. 결국 스스로 주거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시설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설에서의 인권문제가 폭로되고 탈시설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다. 탈시설화는 서구 복지국가들에서는 이미 수 십 년 전에 제기되어 실시된 정책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자랑하며 복지국가를 천명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원칙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요구인 것이다. 그런데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시행하려면 주거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로 간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국 개인책임으로 미뤄왔던 주거에 대한 국가책임을 더 이상은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2009년 장애인주거실태조사 실시, 2012년 8월 23일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2012.2.22)』(이하 ‘주거약자지원법’)이 시행되는 등 장애인주거권 보장을 위한 기틀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

 

장애인주거권 실태와 특성

 

2009년 장애인주거실태조사 실시 등 장애인주거관련 정책적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장애인주거권에 대한 논의 수준은 여전히 초보적 상황이다. 주거권 보장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장벽은 비용문제와 주거권을 개인책임으로 바라보는 낙후된 인식이지만 장애인주거권 보장을 가로 막는 데는 또 하나의 장벽이 존재한다. ‘다양한 주거취약계층 안에서 장애인 주거를 굳이 따로 강조할 필요가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얼핏 들으면 원칙적으로 맞는 주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주장이 ‘장애인을 포함한 주거취약계층 전체의 주거권 보장’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한 주거취약계층 전체의 주거권 유보’로 귀결되는 교묘한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평성을 들어 덩어리를 키우고는 단시간에 전체 주거취약계층 문제 해결이 어려우니 참고 기다리라며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사람을 돌려보내는 형국이다.

 

이러한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주거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다른 하나는 주거취약계층 안에서 장애인실태가 어떤지? 에 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 주거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이유와 지원이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과연 장애인주거실태와 특성은 어떠할까? 장애인주거를 굳이 따로 주목할 이유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서술한 대로 장애인주거실태가 파악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주거영역이 포함되고, 2009년 국토해양부에서 장애인주거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2012년 8월 시행에 들어간 주거약자지원법률에 의해 주거약자주거실태조사 시행에 관한 근거조항이 마련되었다.

 

조사 결과 장애인의 주거환경은 전반적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크게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사들을 통해 드러난 장애인주거의 특성은 낮은 주거안정성, 열악한 주거환경, 적절한 주택 접근의 어려움, 높은 주거비 부담, 정책 및 서비스 접근의 어려움으로 요약된다. 이상 다섯 가지 장애인주거특성을 살펴보자.

 

첫째,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주거안정성이 낮다. 2009년 장애인주거실태조사(강미나외, 2010) 결과 장애인가구는 무주택기간이 길지만 청약저축과 청약예금 또는 청약부금 보유가구는 일반가구의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주거안정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 공공분양 및 임대주택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둘째,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주거환경이 열악하며 장애로 인한 편의시설 설치 등을 필요로 하지만 지원이 적어 접근의 어려움을 겪는다. 2009년 장애인주거실태조사결과 장애인가구는 일반가구에 비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이 높았으며 상대적으로 노후한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장애인 가구가 24.2%로 일반가구 19.2%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일반가구에 비해 2000년 이후 지어진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낮은데 반해 1970년대 이전에 지어진 주택의 비율은 높게 나타났다.

 

셋째, 주거구입과 임대 시 입주거부, 필요한 편의시설 설치를 거부당하는 등 장애로 인한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2009년 장애인주거실태조사 결과 세를 살고 있는 장애인가구의 13.6%가 주택임차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2011년 자립생활지원체계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박경수외, 2011)결과 전월세를 계약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중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한 경험’이 69.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넷째, 장애인은 소득이 적은 상황에서 장애로 인한 추가 지출을 부담하기 때문에 비장애인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높다. 2009년 장애인주거실태조사 결과 장애인가구 월평균 소득은  전국 월평균 가구소득 절반 수준(장애인 182만원, 전체 337만원)이고 실업률은 2배 이상 높고(장애인 8.3%, 전체 3.3%), 장애인가구 기초생활수급가정 연평균증가율(2001~2009)은 1.5배 이상(장애인세대 6.9%, 일반세대 4.29%)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출금 상환 및 임대료 부담이 생필품을 줄일 정도라고 답변한 비중이 3배 이상(장애인가구 21.1%, 일반가구  7.4%)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정보접근의 어려움을 겪는데 이는 주거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발달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이들의 장애특성을 이해하는 지원이 결여된 상황에서 주거정책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신청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청각장애인 역시 정보접근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체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물리적 접근의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2009년 장애인주거실태조사결과 주거지원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가구의 경우 취약가정비중도 높아 다중적 어려움을 겪는다. 노령기 장애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노인가구비중도 높고(41.4%), 결혼이 어렵고 이혼율이 높아 1인 가구 비중도 높고(14.3%),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가구 비중(19.9%) 역시 높다.

 

장애인주거권 현황과 문제점

 

이처럼 장애인 주거상황은 모든 면에서 비장애인에 비해 어렵고 장애를 고려한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장애인주거정책은 사실상 부재하거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주거정책은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주거정책안에서 저소득주거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다뤄지고 있다. 장애인주거를 담당하는 부서는커녕 전담 인력조차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경우는『농어촌장애인주택개조지원사업』(2009년 기준 19억원 지원)이 유일하게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주거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좀 더 좀 더 구체적으로 장애인주거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장애를 고려한 주거정책 결여

우리나라 주거복지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기준에 따른 배분원칙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어서 중증장애인등 주거복지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인구특성과 특별한 욕구를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장애인가구는 일반가구보다 비용지출이 많은 반면 취업이 어렵고 물리적 접근의 어려움을 겪으며 차별적 인식의 장벽에 따른 분리와 배제를 경험한다. 이를 단순히 개별적 어려움의 더하기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같은 노숙인 안에서 장애인은 더욱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른 예로 다세대주택을 매입하여 임대하는 정책의 경우 임대사업자 대부분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 설치를 하지 않은 상태로 건물을 짓게 된다. 이렇게 지어진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하여 임대할 경우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주거정책안에서 장애인에 대한 별도의 고려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태조사단계에서부터 장애인의 주거욕구를 파악하고,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한 전달체계 구축, 장애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지만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주택 공급 부족과 진입 장벽

장애인주거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의 욕구와 실태에 맞는 공공주택공급 부족이다. 수요대비 공공임대주택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유사한 경제수준에 있는 특별공급대상자보다 취약한 상황에 있는 장애인이 공공임대주택을 분양받거나 임대받기는 매우 어렵다. 2003년 이후 공급된 9만 6천호의 공공분양주택 중 장애인에게 공급된 물량은 319호로 전체 공급량의 0.3%에 불과하다(강미나 외, 2010)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장애인가구에게 공급된 물량은 2003년 이후 국민임대주택 2,402호로 전체 공급량의 1~3%수준이다. 다가구매입 및 기존주택 전세임대의 경우 장애인이 우선공급대상 2순위자로 되어있으나 공급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2순위에게 공급된 예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저소득층 집단거주로 인한 낙인과 슬럼화가 문제로 제기되는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관리하는 14만호의 재고 중 장애인가구 공급물량은 3만 7천호로 약 26%이상에 육박한다.

 

이외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전세주택 지원사업의 경우 최장 10년 정도 지원이 가능한데 장애인의 경우 주거 환경 상향 이동이 사실상 쉽지 않아 이 기간 동안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전세주택지원사업의 경우 최초 1회 지원이 가능하여 전세계약(2년)내 계약이 해지된 경우 재임대가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셋째, 장애인주거생활지원 서비스 부재

정상가족 중심의 주거정책에서 장애인 등 소수자가 고려되지 못한 데 따른 주거권 차별 이 발생한다. 현 주거정책과 행정전달체계는 이러한 사회적 소수자 인구특성 및 가구구성의 변화를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어 취업과 결혼을 통한 보편적 방식의 독립이 쉽지 않은 성인장애인의 상태를 고려한 주거지원 정책이 필요하지만 문제인식조차 되고 있지 못하다. 장애차별로 인한 정주불안이 심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주거지원서비스 역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적장애 와 자폐 등 발달장애와 정신장애인의 경우 주택 매매와 임대, 관리 등 전반적인 주거생활지원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넷째, 주택개조 등 적절한 주택에 대한 물리적 접근의 어려움

장애인 가구의 주택개조는 실질적으로 대부분 당사자 개인에게 떠맡겨져 있다. 그나마 보금자리주택에 입주하는 경우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의시설 설치와 접근이 가능하지만 기존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주택개조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경우가 아니면 쉽지 않다. 현재 지원되는 주택개조 사업은 주택개조를 희망하는 전체 장애인을 포괄하고 있지 못하며, 지원을 받는 다 하더라도 1회에 한해 4~5백만원의 지원액만으로 필요한 설비를 갖추기도 어렵다.  그나마 수요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서 받기도 어렵다. 자기 집이 없는 가난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다. 자기 집이 없는 가난한 이들은 이사를 하면 원상복구를 해야 하고, 새 집에서 또 설치를 해야 한다. 뜯어낸 자재들 가운데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지원은 1회 이상 받기 어렵다. 집주인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공공임대주택에서도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이다.

 

다섯째, 임대료 등 주거비지원정책의 문제점

국민임대주택은 시세의 30% 수준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지만 여전히 수요자의 부담능력을 고려하기보다는 주택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임대료가 결정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입주비 부담능력이 되지 않아서 입주를 포기하는 저소득층은 더 늘어났다

 

또한 현재 주거비 지원정책은 기초수급권자 만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주거를 개선하는 것과 실질적인 관계가 미흡하여 장애특성을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 지원 수준 역시 정해진 최저생계비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지 실제 적정한 수준의 주거생활을 보장하고 그 비용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상태로 등장했고, 아직도 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2012년도 4인 가구 주거급여 한도액은 264,908원). 장애인을 위한 주택금융정책미비와 정보접근의 어려움도 문제다. 현재 저소득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장애인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없다. 따라서 장애인가구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나 국토해양부의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서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자금을 마련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여섯째, 장애차별과 분리에 대응하지 못하는 주거정책

사회통합과 완전한 사회참여는 장애인정책이 추구해야할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장애로 인한 어려움은 단순히 소득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생활전반에서 이뤄지는 차별과 분리와 배제의 문제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장애인주거정책이 사회통합과 같은 철학적 가치를 표명할 필요가 있으나 현재 주거정책은 장애로 인한 차별을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

 

일곱째, 장애인 참여 배제와 이의제기 절차 미비

주거지원계획 수립과정에 장애인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 주거관련 정책 및 서비스 관련 이의제기 절차 역시 부족하고 주거정책을 평가할 모니터링체계도 구축되어 있지 않다. 참여는 모든 정책에서 고려되어야 하나 특히 사회적 배제가 심각한 장애인의 경우 더욱 고려될 필요가 있다.

 

장애인주거권 개선 방향과 과제

 

이 같은 장애인주거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음의 정책기본방향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첫째, 장애인의 주거욕구에 기반 한 주거 정책개발과 실시가 가능하도록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주거복지와 사회복지 서비스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 주거복지정책을 현재의 소득수준에 따른 빈곤층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수요자의 필요에 따라 지원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애인주거상황이 공공의 책임으로 효과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주거지원국가계획』수립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토해양부, 한국토지주택공사, 지자체에 장애인주거를 담당하는 전담부서 및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 전담부서 강화와 인력배치는 주거약자지원법률 시행과 연계하여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비스 수요자인 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거정책을 사회복지서비스와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단기과제의 하나가 수요지향적인 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위한 주택정보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미 시행중인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토대로 하여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연계하여 통합적인 정보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전달체계 상의 효율성을 높이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장애인의 욕구를 고려한 주거정책을 수립 시행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주거실태조사도 보완되어야 하며, 주거취약계층 실태조사 실시를 통해 사각지대의 비등록 장애인의 현황을 파악하여 이들을 위한 정책수립 및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둘째, 장애인에게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공공주택정책을 통한 주택공급을 확대하여 장애인의 주거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장애인할당제 도입과 공공임대입주자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의 100분의 5를 장애인주택으로 할당하여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이하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장애인할당제 실시에 따른 사회적 저항이 있을 경우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공임대입주자격 기준을 장애인의 경우 완화시키는 방안을 통해 장애인의 공공임대주택 입주율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공영주택 입주자격은 원칙적으로 소득분위 25%(월평균 수입 20만엔) 이하의 세대를 대상으로 하지만 고령자나 장애인, 자녀가 있는 가구 등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의 판단에 의해 소득분위 40%(월평균 수입 26.8만엔)까지로 수입 기준을 완화하여 적용한다(강미나외, 2010;124). 공공분양 또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과 함께 다가구매입 및 기존주택 전세임대사업의 우선공급대상을 현행 2순위에서 1순위로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임대료와 전세금 지원 사업을 확대하여 민간주택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민간주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의 자립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이외 장애인가구 특성을 고려한 1주택 2인 이상 세대주를 인정하는 등 장애인특성을 반영한 지원조건 및 대상자 선정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주거생활지원서비스 도입과 실시가 필요하다. 주거생활지원서비스는 장애유형과 가구특성을 고려하여 특히 취약한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 1인 가구, 장애인으로만 이뤄진 가구, 노령장애인가구, 탈시설장애인에 대한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적장애 등 정보접근과 주거 관리가 어려운 정신적 장애인을 위한 정보 제공, 주택 구입·임대 및 관리 전반을 지원하는 주거생활지원서비스 제공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한 성공적인 자립생활을 돕기 위해 성인기 이전에 주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비성년 장애인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장애인주거지원법률을 제정하여 장애인주거지원센터 설치·운영을 지원하도록 의무화하거나, 현행 주거약자지원법률에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주거지원센터가 지자체별로 설치되어 장애인주거생활지원 서비스가 실시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지원을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장애로 인한 주거접근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인의 주거상황과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현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고와 지방비 외 건설 수익금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하거나 국민주택기금의 일부를 사용하여 장애로 인한 주택개조 및 원상복귀 지원을 국가의 기본적 책무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재 시행중인 농촌주택개조사업을 도시지역으로 확대하고,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지원 장애인주택개조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며, 장애인주거최저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장애로 인한 추가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거비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장애인주거수당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지급하는 주거비는 빈곤에 따른 기초주거비로 기능하도록 하고 장애인의 경우 장애로 인한 추가부담을 공공이 보전하는 차원에서 보편적 장애인주거수당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의 임대료채무보증제도 도입 등을 통해 융자제도 진입장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임대료채무보증제도는 보증인이 없기 때문에 민간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과 장애인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다. (재)고령자주택재단에서 고령자와 장애인 세대의 임대료 채무 보증을 실시하고 있으며, 임대료 채무가 발생할 경우 원상회복이나 소송에 필요한 비용도 보증의 대상이 된다. 이런 보증 제도를 통해 집주인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게 하여 장애인이 민간임대주택으로 원활하게 입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가능할 것이다.

 

여섯째, 장애인 주거정책은 기본적으로 사회통합과 장애인의 보편적 삶을 보장해야 한다. 예컨대 낙인과 집단거주를 수반하는 시설보호, 영구임대아파트와 같은 후진적인 주거지원 정책을 지양하고 폐기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주거안정성이 중요하지만 영구임대아파트와 같이 집단거주방식을 통한 슬럼화와 낙인화의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주거정책에서 이러한 원칙이 구현될 수 있도록 주거약자지원법률에 근거조항을 신설하고, 장애로 인한 주거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장애인 주거차별에 대한 대응과 권리구제를 지원하기 위한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이상의 모든 정책수립과 모니터링 과정에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 주거 관련 정책심의기구에 장애인참여를 보장하고 장애인주거정책 및 서비스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구축이 필요하다. 현행 공급자 주도적인 제공 방식에 장애인 이용자의 목소리를 집어넣는 것은 중요한 변화를 만들 것이다(서종균. 2009)

 

나가며

 

장애인 주거권 보장은 장애인 주거의 열악함이 장애인 개인의 책임이 아닌 장애인이 적절한 주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장애특성을 고려한 주거지원을 하고 있지 못한 사회적 배제의 결과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은 제 19조에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할 의무’를 28조 2항에서는 ‘당사국은 적정한 수준의 의식주를 유지하고 생활조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하며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없이 권리의 실현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 주거를 주거권차원에서 바라보고 제기한 지 채 10년이 되지 못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갈 길이 멀지만 장애인이 빈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인간으로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주거 정책과 서비스 제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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