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개업변호사로 지난 8년여의 기간 동안 지내오면서 이혼사건의 풍속도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과거 이혼사건에서 치열하게 다투던 부분은 바로 아이들에 대한 친권행사자 및 양육자 지정청구였고, 과연 법원으로부터 누가 친권행사자 또는 양육자로 지정받을 것인가는 양 당사자간에 사활을 걸 정도의 심각한 문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이와같은 재판상 이혼의 풍속도도 많이 뒤바뀌었고, 이제는 친권행사자 및 양육자 지정청구를 재판상 이혼소송을 제기할 때 함께 하는 예는 과거에 비하여 20,30%도 채 안되는 실정이다. 필자는 소송 실무처리를 할 때 친권행사자 및 양육자 지정청구를 해달라는 당사자를 만나면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불행한 와중에도 그래도 책임감있는 부모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IMF 구제금융 상황에서 이혼율은 급증하였고, 이에 비례하여 재판상 이혼사건도 폭증하였다. 그 당연한 결과물로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아동복지시설(고아원)에 시설보호되는 숫자 역시 증가되었다. 이와같은 극단적인 가족분리, 해체현상은 향후 우리들 모두가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사실상 가족으로부터 버려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3,40대의 젊은 가장이 장기실직할 경우 그 가족의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공부조 제도가 없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장기실직으로 인한 고통은 생존선 이하 상황에 처한 다수의 가정에서 부부간의 이혼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이들의 경우 나이어린 아이들을 대부분 여성이 부양하는데 가족분리로 인하여 거처마저 막연한 실정이 되기 십상이고, 그나마 운이 좋은 모자의 경우 친정 형제집에 방 한 간 정도를 무상으로 빌려서 생활하고, 그래도 부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힘에 부칠 경우는 사실상 아이들을 버리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현행 생활보호법에서는 부양의무자가 있고, 법령에서 정한 부양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생계보호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중 2촌 관계에 있는 형제지간의 경우는 '생계를 같이하고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준의 제한은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것으로 보여지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생계를 같이' 한다는 개념은 단지 주거의 개념이 아니라 소득과 소비를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경제적인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고시하고 있는 생활보호사업지침에서는 '생계를 같이하는 것'에 대한 개념 정의에 관하여 아무런 법령상의 위임을 받지 않고서 임의로 "주민등록을 동일 주소지에 두거나 사실상 동일한 곳에서 같이 살고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여 공간적인 개념으로 국한시키고 있다.
결국 주거공간마저 마련하지 못하여 형제의 집에서 방 한 간 무상으로 얻어서 더부살이하는 편부자, 편모자 가정의 경우는 대부분 이러한 위법한 지침에 의하여 생활보호대상에서 전면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그러니까 기존의 자기의 거처라도 있는 생존선 이하 가정의 경우는 현행법이나 향후 시행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공공부조를 받을 수 있는 데 반해, 이보다 사회적으로 더욱 열악한 지위에 처한 가족분리, 해체로 인하여 오갈 데 없는 편부, 편모자 가정은 법의 보호범위에서 밀려난 셈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편부, 편모자 가정이 보증금 2000만원 이하의 전세나 월세방에서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생계보호를 받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더욱 열악한 지위에 처한 가정은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공공부조의 기본이념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해체된 가정에 대한 정부당국의 이러한 보호배제정책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버려질 필요가 없는 시설보호대상 아동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부의 생활보호정책이 사회적인 비용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가족중심적인 복지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현정부의 정부정책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와같이 위법하게 규정되어 운용되고 있는 현행 생활보호사업지침상의 생계개념 규정은 법률에 정면으로 위반된 무효 규정으로서 시급히 폐지되어야 한다. 오히려 형제들의 집에 얹혀 지내는 대부분의 편모자 가정에는 전,월세금 등을 융자해 줌으로써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보호정책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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