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양지마을 사건, 송현원 사건, 에바다 사건 등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는 우리를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시설수용자들이 시설에 입소하고 퇴소할 자유를 빼앗긴 채 오랜 기간 강제로 구금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강제구금은 강제노역과 임금착취로 이어졌을 뿐 아니라, 성폭행 등 각종 폭행의 기초가 되었으며, 통신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모든 자유를 억압하는 출발이 되었다.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은 재판절차를 통하여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부여받은 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그곳에 수용되고, 적어도 언제 교도소를 나가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을지를 알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범죄를 범하였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기 위하여 교도소에 구금된다. 그러나, 양지마을 등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은 단지 부랑아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이곳에 갇혀있지 않으면 이들이 굶어죽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이들은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었다. 이들은 자신을 변호할 기회도 없이, 법원의 재판을 받지도 아니하고, 더욱이 언제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없이 그곳에 갇혀서, 강제노역을 하였고, 각종 폭행을 감수해야 했다.
이제 곧 출범하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복지 수용시설에 대한 방문조사권, 관련기관에 대한 정책개선 또는 시정권고권 등을 가지고 있다. 한편 시설수용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하기에 따라서는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의 인권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하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러한 권한과 임무에 기초하여 사회복지 수용시설의 인권문제를 개선하는데 기여하기 위한 우리의 바람을 몇 가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사회복지시설 수용절차 개선
현행 사회복지 수용시설의 근거법령들을 보면, 대부분이 행정기관의 장에 의한 "강제입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강제입소 전에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 또는 "강제입소조치에 대한 불복절차"를 마련하고 있고 있지 않으며, "수용기간"도 제한하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현행 법령에 의한 시설수용제도는 생존권의 보장을 위하여 광범위하게 자유권의 제한을 인정하는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에 의문이 있고(자유권은 본질적·기본적 권리로서 생존권 보호의 필요성만으로 제한될 수 없다), 가사 생존권의 보장을 위하여 자유권의 제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생존권을 보호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절박한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을 것인데, 현재의 규정들은 그 요건이 너무 포괄적이며 광범위하여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밖에도 적법절차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반하여 위헌적 요소가 매우 크다고 판단된다. 특히, 법률의 포괄적·백지 위임에 의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자유권을 박탈하는 부랑인보호시설에 관한 규정은 위헌임이 명백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나라의 관련 법령을 다른 나라의 법령과 비교분석, 조사하여 수용절차에 있어서 위헌의 여지가 큰 관련 법령들을 개정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권고하여야 할 것이다.
수용시설 조사권, 정책권고권, 인권교육 권한 행사
그동안 사건화된 사회복지 수용시설의 사례를 보면, '자활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의사에 반하는 노동을 강요하거나, 서신교환, 전화통화 등 통신을 차단하고, 폭력, 성폭행, 독방에의 감금 등의 인권침해행위가 있었다. 그밖에도 외출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근로의 자유, 선거권 기타 정치적 기본권 등이 제한된 사례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용시설에 대한 방문조사권 등을 활용하여 사회복지 수용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수용자들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시설수용자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할 권리 보장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고, 이에 따라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국가는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을 당사자가 희망하는 경우 시설 등에 입소시키는 방법 등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복지시설에의 입소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지만 그들을 모두 수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많은 사회복지시설들은 아직도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용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복지시설에 입소하려고 하나 그럴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시설에 입소할 권리가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수용시설에서의 보호수준이 생물학적인 생존을 넘어 인간적으로 사회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나아가 사회복귀가 가능하도록 하는 재활서비스 및 훈련, 교육의 기회보장 등이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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