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계에 새로운 학술단체가 창설되었다. 그간 '비판사회복지학회'라는 가칭으로 준비해왔던 새로운 학술단체가 지난 10월 27일 토요일 가톨릭대학교에서 창립 학술대회와 창립총회를 거쳐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라는 이름으로 정식으로 출범하였다.
새로운 학회의 창립은 사회복지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의 변화와 이에 대한 우리나라 사회복지학의 대응에 대한 자성에서 시작되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상징되는 현재의 세계사적 흐름은 2차 대전 이후 구축된 서구 복지국가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이제 막 유아기를 벗어난 상태나 마찬가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세계의 변화에 의해 커다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에 사회복지학의 도입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사회복지학자들이 이러한 국제적 국내적인 변화에 대응하여 과연 학문적, 실천적 영역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많은 의문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사회복지학은 학문적 자주성, 엄밀성, 실천성 등 모든 영역에서 사회복지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학술단체의 모색
이러한 현실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던 연구자들도 있었으나 그 노력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학술단체의 필요성에 공감한 사회복지학자들이 모여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를 창립하게 되었다.
창립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사회의 변화와 사회복지의 미래}라는 대주제아래 4개의 연구논문이 발표되었다. 1분과에서는 이영환교수(성공회대)의 사회로 "정치적 민주화의 진척과 한국의 사회보장(발표: 박병현 부산대 교수)"과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와 한국의 사회복지(발표: 김진구 협성대 교수)"의 2 논문이 발표되었으며, 2분과에서는 조흥식교수(서울대)의 사회로 "인구, 가족구조의 변화와 한국의 사회복지(발표: 김성천 중앙대 교수)"와 "사회복지실천의 탈계층화: 정체성의 확립인가, 정체성의 위기인가?(발표: 김인숙 가톨릭대 교수)"의 2 논문이 발표되었다.
"정치적 민주화는 복지발전의 필요조건"
4개의 발표 모두 현재 우리들이 처해있는 환경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복지학의 대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박병현 교수는 발표에서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민주화가 사회복지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민주화가 곧바로 사회복지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정치적 민주화는 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역할과 사회복지와 관련된 이익단체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진구 교수는 외환위기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방향을 '구조조정의 일상화와 유연적 노동시장의 구축'으로 정의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직업훈련과 노동시장정책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지만 점차 확산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빈곤문제와 실업의 증가에 대응하기에는 불충분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용형태에 조건지워지지 않고 일자리가 불안정한 모든 사람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고 하였다.
가구변화에 따른 정책변화 필요
김성천 교수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아동 인구의 감소와 성비불균형, 노인 인구의 증가를 들고 가족구조의 변화로는 가족 규모의 축소, 가족 주기의 변화, 가족 세대의 단순화와 단독가구, 1세대 가족, 재혼가족, 한부모 가족, 여성가구주의 증가, 맞벌이 가족의 증가 등 다양한 가족형태의 증가를 제시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복지정책들의 대안을 제시하였다.
김인숙 교수는 현 한국 사회복지 실천에 대해 사회복지실천의 중산층으로의 확대, 탈공공화 혹은 사적 실천화, 교육과 연구에서의 몰계층적, 몰성적 경향, 사회복지실천의 이론적 스펙트럼의 편협성을 '사회복지실천의 탈계층화'로 지적하면서 이러한 탈계층화 현상이 전문화 지향, 중립성의 신화와 결합되면서 사회복지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탈계층화와 관련하여 사회복지실천의 전문화의 방향과 내용이 개인 중심의 치료산업으로 기울어지는 것과 사회복지실천에서 개인 치료와 사회개혁을 구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전문직적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기 위한 노력의 방안을 세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사회복지실천은 제도적 미션을 가져야 한다. 둘째, 임상 실천과정을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문제화한다. 셋째, 사회복지실천의 역사적 과정에서 사회행동의 전통을 발굴하고 그것을 사회복지실천의 틀안에 끌어들여야 한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지정 토론자뿐만 아니라 일반 참여자들도 적극적인 참여로 예정된 시간을 넘기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술대회에 이은 창립총회에서는 창립선언문 낭독과 채택, 회칙 제정, 회장과 감사 선출 등이 있었다. 연구자들의 모임답게 어느 안건도 쉽게 통과되지 못했으며 창립선언문과 회칙의 문구 하나하나에까지 열띤 토론을 벌이면서 수정하였다. 가장 뜨거웠던 순서는 새 학술단체의 명칭을 정하는 것이었다. 논란 끝에 여러 대안을 놓고 토론과 투표 끝에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로 결정되었다.
5대 지향 : 자주성, 실천성, 개방성, 과학적 엄밀성, 사회적 연대성
학회의 창립선언문에 담겨있는 새 학술단체의 지향점은 한국 사회복지학의 자주성, 실천성, 개방성, 과학적 엄밀성, 사회적 연대성의 다섯 가지이다.
첫째는 학문적 자주성이다. 자주성은 한국 사회복지학이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에서 제기된 이론의 수입, 재생산에만 그쳤을 뿐, 한국의 복지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 한국의 사회복지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독자적인 이론을 구축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데서 출발한다. 한국의 복지를 설명하는 이론을 개발하고 한국의 사회, 문화구조에 적합한 사회복지제도의 구축에 우선적으로 우리의 연구 역량을 집결함으로써 한국 사회복지학의 자주성을 정립할 것이다.
둘째는 실천성이다. 강단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학술단체 활동을 통하여 한국의 사회복지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실천 지향적인 연구활동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세쩨는 개방성이다. 사회복지학은 사회학, 심리학 등 인접학문과의 교류 속에서 발전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사회복지학계는 여타 학문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복지학의 발전과 정체성을 확립하기보다는 오히려 배타성을 강조해 왔다. 이제 이러한 배타적인 태도를 버리고 다른 학문과의 적극적 교류를 통한 개방성을 확보할 것이다.
넷재는 과학적 엄밀성이다. 다른 학문에서는 사회복지연구자들이 과학적 연구방법보다는 가치를 앞세운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치는 사회과학의 기본전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가치 없는 객관적 학문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방법 역시 중요하다. 우리는 그 동안 소홀히 다루어져 온 학문적 접근의 엄밀성을 보다 강하게 추구할 것이다.
다섯째는 사회적 연대성의 강화이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복지문제는 이제 연구자만의 독점물이 아니라 전 국민의 문제로 전환되었다. 특히 사회복지 관련 단체 및 사회복지 문제를 쟁점화해 온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은 한국 사회복지의 발전에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사회복지단체와의 긴밀한 학문적 연대를 통해 한국 사회복지의 모순 해결과 사회복지 발전에 이바지 할 것이다.
창립학술대회와 창립총회에서 가장 손쉽게 이루어진 순서는 회장과 감사 선출이었다. 회장에는 그간 학회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가톨릭대학의 김종해교수가 선출되었으며, 감사에는 최균 교수(한림대)와 허준수 교수(숭실대)가 선출되었다. 그리고 운영위원으로는 연구위원장에 임종대교수(한신대), 편집위원장에 이영환교수(성공회대), 총무위원장에 문진영교수(서강대), 기획위원장에 김연명교수(중앙대), 연구위원장에 허선교수(순천향대)가 위촉되었다.
학회가입에 대한 문의: 회장; 032-340-3254 haedsw@www.cuk.ac.kr
총무위원장; 02-705-8960 jymoon@ccs.sogang.ac.kr
간사; 032-340-3254 wooahyoung@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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