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맞이하여
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불어닥친 대량실업의 한파는 한국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실업자를 지원할 사회안전망 체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실업복지 예산도 부족한 상태에서 맞이한 대량실업사태는 정부정책의 최우선 극복과제로 되었다.
정부는 각 부처에서 실업대책을 수립하고 모든 예산을 끌어들여 사업을 집행하였다. 정부의 실업대책은 성과도 있었지만 행정력과 경험부족, 전달체계를 비롯한 인프라의 한계도 동시에 노정했다.
이에 실업의 한파를 함께 극복해보자고 온 국민이 작은 정성을 모아 실업기금을 마련하였으며 각 시민단체, 종교단체, 노동단체 등이 언론, 학계와 공동으로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실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민간지원을 모색하는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는 98년 6월 민과 관이 함께 사업을 수행하는 집행단위를 꾸리고 가을부터 각 단체의 제안사업과 직접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이른바 민간실업대책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에 이른다.
3년여의 활동과정에서 전국 각계 단체들의 관심과 제안에 힘입어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는 민간실업대책을 위한 최대의 기구로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98년 겨울 엄동설한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실직자 노숙자들을 위한 '겨울나기 생계비지원사업'은 전국적인 민간단체들의 호응과 협력으로 많은 성과를 거뒀다. 99년 직접사업으로 실업자들에 대한 종합적 지원을 목적으로 전국에 4개의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취업알선과 각종 복지지원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였으며 전국의 100여개의 센터를 통해 저소득 실직가정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생계비지원사업을 시행하였다. 또 한 축으로는 각 단체들의 공모를 통한 제안사업을 시행하였다. 2000년에는 실업자종합지원센터 사업과 범국민 결연운동사업을 통합하여 실업극복지원센터 사업을 시행하였으며 일자리창출과 구호사업을 위한 제안사업을 시행하였다.
드러난 어려움
지난 1월∼6월까지 실업극복국민운동의 사업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민간단체가 사업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듯이 아직 민간단체의 자생성은 취약하며 사업들의 자활은 아직 어려운 상태이다. 그간의 사업수행과정에서 역량을 쌓은 많은 실무자들이 사업수행을 안정적으로 하기에는 그 물적 토대가 너무나 취약하다. 또한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의 위상에 걸맞는 사업체계를 갖추지 못함으로 인해 발전전망에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실업극복운동은 그 자체로 상당한 전문성과 사명감, 그리고 종사자의 헌신성을 요구하는 사업이다. 한국사회에서 실업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전문적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못한 조건에서 기금만 가지고 사업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산하 혹은 외곽에서 수없이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무수한 위원회와 같은 운명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실업극복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실업문제가 이제 구조적인 문제로 되었고, 실업의 해결은 정부의 역할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공동의 인식이라면 이제 사업집행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되고 있다.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 사업방향과 내용
○ 사회적 연대의식 고취를 위한 각종 켐페인 전개
그동안 실업단체와 자활관련 단체들 중심으로 진행하여 온 사회적 일자리 창출운동은 최근 들어 장애우, 노인, 모자가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련단체들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또 그 사업영역과 아이템도 조금씩 확장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국민적 공감대나 정부의 정책의지는 부족하기만 하고, 이같은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도 매우 취약한 현실이다. 빈곤한 실업자들이 사용할 창업자금은 대부분 까다로운 보증조건과 이자에 대한 부담, 창업과정과 사업진행 과정에서의 지도와 이후 경영 지원체계의 부재로 사업실패에 따른 부채부담 등으로 그 이용도가 매우 저조한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그동안 민간에서 진행하여 온 사회적 일자리 창출운동은 이제 시민사회의 공감형성과 정부의 정책의지를 견인하여야 하는 과제, 그리고 사회적 기업을 재정, 컨설팅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실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야 하는 과제 앞에 직면하여 있다.
이를 위하여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와 각 지역의 실업관련단체협의체가 공동으로 (가칭)사회연대금고 설립을 위한 켐페인을 공동으로 벌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방송사와 신문사 등 언론사와 향후 사회연대금고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 등과 공동으로 켐페인을 진행하면서 장기실업자들의 문제와 이들을 위하여 필요한 사회적 일자리창출운동의 의미와 모범적인 기업 사례홍보, 그리고 자활연대금고 형성의 필요성을 홍보하여 공감대를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 사업
40∼50대 저학력, 저기능 실업자들, 그리고 여성 실업자들의 경우는 기존 노동시장 정책 속에서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은 국내외 경기를 전망할 때 오히려 확대, 심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실업예산은 대폭 삭감이 예상되고 이들 계층에게 가장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던 공공근로 예산은 축소,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 실업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40∼50대의 장기실업 문제가 부분적인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구조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할 때, 공공근로의 일정비율을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실업계층으로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여 왔다. 그러나 내년 정책 역시 기존의 틀을 벗어날 전망이 없어 보인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자활사업에서 차상위 계층의 참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예산 문제로 이들 계층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현재 실업과 자활정책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난 3년 동안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와 민간이 공동으로 진행하여 온 사회적 일자리창출 운동의 가시적인 성과를 조직적 성과로 남겨야 할 때이다.
40∼50대의 실업이 장기화되는 추세는 앞으로 고령화사회의 진전과 함께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구조의 개편과 함께 진행되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예상할 때 이들 계층의 실업문제 해결에는 기존 1차 노동시장정책을 넘어서는 새로운 2차 노동시장의 개발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제도화 운동은 현재 저소득 장기실업자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이들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부재한 사회안전망의 단기적인 대체효과를 넘어서 향후 예상되는 고령화 사회의 고용정책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 실업자 종합지원센터의 설립
현재 실업의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실업, 고용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실업빈곤계층은 고용안정센터나 지자체 인력은행의 문턱이 높다고 느낀다. 또한 숫적으로도 절대 부족한 상황이고 그 역할도 아직은 미미한 형편이다. 반면에 현재 전국에 있는 실업민간단체들 50여개 센터에서 건설, 가사관리, 청소, 제조업, 간병 등 40∼50대 실업자들을 위한 무료취업알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 따라서 일일 평균 많게는 30명에서 10명 정도에 이르기까지 알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센터들이 지니는 장점은 오랜 동안 지역에서 실업자들과의 다양한 사안을 중심으로 관계형성을 유지하여 왔고 단순히 일자리만이 아니라 자녀교육과 가정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촉을 통하여 신뢰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이 자조모임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적인 취업알선센터나 유료 용역회사들과의 차별성을 갖는다. 그러나 민간센터들의 경우 앞서 지적한 대로 취업알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관계로 전담하는 인력 부족한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하여 적극적인 구인처 개발과 후속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지역에서 실업관련 민간단체들이 취업알선 사업을 진행하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취업알선에 활동을 집중하여 운영하였던 단체들은 소수이고 이로 인하여 운영에 일정한 한계를 노정하여 왔다. 그러나 서울 북부실업자사업단의 경우 실업극복운동에 제안한 사업으로 두 사람의 인력이 무료취업알선에 집중하면서 지난 9월 현재 하루 평균 15여명의 새로운 취업알선과 한달 평균 연인원 1022명이 일을 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이들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알선의 경우 민간실업단체들의 취업알선사업이 가지는 강점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근거이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들 계층의 80%이상이 기존 용역시장이 아니라 공공성이 있는 기관에서의 취업알선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취업알선에 대한 지원은 그 지원이 끊길 경우 사업이 단절될 한계를 우려하는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일정한 지원을 받아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의 지속성을 갖추도록 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지방자치단장들의 고용, 복지업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이들이 중앙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은 민간에서 일정한 성과를 가지고 교섭할 경우 지원을 얻어 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지속성을 확보하는 한 경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2003년부터 일용노동자 고용보험확대에따라 노동부 차원에서 센터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업수행을 위하여 노동부 차원의 인프라만으로 해결이 어려울 경우 민간센터들을 고용촉진기관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때 이와 연관지어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현재 고용촉진기본법 21조에 고용촉진기관 설치를 공공단체, 비영리민간법인에게 위탁할 수 있다는 규정이나 시행령 19조에 규정은 이같은 사업을 가능케 하는 법적 근거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자구적 노력을 통하여 그 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판단되는 센터들을 선정하여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책연구원 설치
정책없이 집행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의견수렴과 철저한 준비를 해서 정책을 집행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실업문제가 구조적인 것으로 된 이상 냄비끓듯하는 정책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원장1명 연구위원3명 연구원 약간 명 등으로 구성하고 유관 대학연구기관, 국책연구기관 등과 제휴하여 상시적 정책을 수립한다.
연구과제
– 실업실태조사
– 실업자심층추적 상담연구
– 사회적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정책 개발
– 비영리민간단체의 회계, 조직관리
– 사회적 기업성장을 위한 전문 컨설팅 기능개발
– 실업일꾼양성을 위한 전문교육프로그램 개발
마무리
한국의 실업정책은 지금 중요한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임기응변식 대응에서 보다 근본적 대응으로, 구호사업 중심에서 보다 다양한 서비스제공으로, 관의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를 고려한 민간중심으로, 일반실업자 전체의 획일적 지원이 아니라 일대일의 지원, 계층별, 특성별 전문적 서비스지원을 목표로 기존의 실업정책을 전환시켜 나가야할 과제가 놓여있다.
이러한 정책전환의 과제는 결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업으로 우리 앞에 놓여있고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야 할 목표이다.
실업정책의 질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 있어 중요한 핵심은 깊이있는 정책개발과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민간인프라의 구축, 그리고 이를 위한 강력한 정부의 의지이다. 특히 민간인프라가 제대로 구축이 되어야 보다 질높은 서비스를 실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는 기존 활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실업극복사업을 한차원 더 발전시켜야 할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온 국민들이 실업극복의 한마음으로 성금을 모으고 한국의 대표적인 민간단체들이 힘을 보탠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는 이러한 과제를 책임있고 성실하게 수행해나가야 한다.
특히 그동안의 사업을 정리하면서 확인되는 것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업자들과 같이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의 아픔과 요구를 이해하는 것이 모든 사업의 처음이자 끝이다. 실업자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이 모든 사업들이 아무런 생명력을 가질 수가 없다. 실업극복위원회는 이러한 사람들과 민간조직들에 거대한 우산이 되고 자양분을 공급하는 깊은 우물이 되어야한다.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의 힘있는 사업추진은 한국의 실업문제해결과 계층 간 갈등해소를 통한 사회통합에 거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온 국민과 관련 기관, 정부는 최대한의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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