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1-15   371

인권운동으로의 재정립 필요

2002년, 새로운 운동의 전기로

작년 한 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회보장예산확보운동,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연대활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벌였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욹어먹기식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내외부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운동단체로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사안에 대해 논평이나 성명서 내는 것에 한정한 대변인식 활동에 젖어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한 비판을 적극 수용할 뿐 아니라, 새로운 자세로 운동에 임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만으로 운동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다.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사회복지위원회가 2002년을 운동의 새로운 전기로 삼을 수 있으려면 두 가지 전제가 만족되어야 한다.

복지운동은 인권운동

첫째는 인권운동으로의 자기정립이다. 사회복지위원회 활동 7년 동안 제도를 바꿔내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복지 분야의 새로운 운동 영역을 개척하고 분야별 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사회복지위원회 활동이 다소 공허하다고 비판받는 것은 사람이 아닌 제도를 중심으로 활동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복지가 권리이듯이 사회복지운동은 인권운동이다. 사회복지의 확대와 제도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국민과 그 수급자들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지를 고려하고 인권의 확대를 위한 계기를 찾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사회권이 무엇이고 사회권 운동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추상적 고민에서 벗어나 사회권 운동의 현장을 만들어 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의 공동 의제 만들기

두번째 전제는 시민사회 내부의 공동 의제 설정이다. 몇 해 동안 보건복지 분야에서 가능한 개혁의 과제들은 거의 모든 것이 거론되었다. 심지어는 각 과제에 필요한 단계적 예산안까지 마련하였다. 아쉬운 점은 그런 밑그림이 개별영역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고, 사회 전반의 큰 그림 그리기, 각 그림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이어 붙이려는 노력이 부족하였다는 점이다. 보건복지 분야의 각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각 단체와 노동조합,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보건복지 영역의 사회적 공통 과제에 동의하고, 함께 힘을 모아 나가려는 노력이 어느 해 부터인가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영역별 충돌이 생기는가 하면, 단체간 감정적 대립 상황에 놓이기까지 하였다. 올 해 두 가지의 큰 선거를 맞아 특히 시민사회단체의 공동 의제 설정 필요성이 더욱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 시기에 맞춘 한시적인 목표설정보다는 시민사회단체가 중장기적으로 안고 가야 할 사회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과연 2002년에 효과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가는 또다른 문제이다. 큰 두 가지의 선거와 월드컵 등 외풍이 어느 해보다 많은 해이고,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자족적인 활동에 그칠 우려도 매우 높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사회권 운동을 담는 넓은 그릇으로 탈바꿈하는 쉽지 않은 과정에 이 글을 읽는 독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많은 조언과 도움을 기대해 본다.

우선 2002년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반드시 해 나가야 할 일로 확정된 내용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앞서 고백한 고민을 담기 위한 사업계획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후보 평가와 공약만들기

바야흐로 선거의 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초부터 국민경선 방식을 놓고 떠들썩하다. 6월 13일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월드컵에 아시안게임까지. 올 한 해 사회복지계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이러한 외족 조건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 어찌 대처해야하는지 아직은 답을 찾는 중이다. 선거시기에 오히려 보건복지 분야의 여러 정책들이 사회적으로 논의될 것이고 지역에서도 지자체 수준의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생과 밀접한 복지 이슈들이 훨씬 비중 있게 다뤄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성일 뿐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가 사회적 계기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대한 해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에 있어 후보자들이 "복지 마인드"를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복지공약을 내세우는지는 선택의 중요한 잦대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안고 온 여러 정책적 이슈들을 후보자들이 공약에 포함시키도록 압력을 가하도록 해야 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각 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후보자들의 복지정책에 대해 평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자체 수준에서 공약화 할 복지의제를 선정하고, 이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복지운동단체들과 함께 공약에 반영하도록 정책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이다.

전반적인 소득보장체계의 점검

2001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합리적인 최저생계비의 결정을 위해 노력하여 왔다. 물론 성과는 크지 않았고, 그러한 노력은 올 한 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불합리한 부양의무 규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말 그대로 "기초"와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모든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소득보장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과 노인, 편부·모가정 등의 개별적인 수당제도와 소득보장 체계를 요구하고 이와 관련된 법제의 개편을 추진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는 각 분야에서 활동을 벌여 온 단체들과의 효과적인 연대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사회보험의 개혁, 여전히 주요 운동과제

선거의 해 벽두에 선거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된 건강보험 재정통합이 1년 반 유예되는 결정이 국회에서 내려졌다. 이와 함께 담배값을 150원 올려 노인의 진료비로 사용하기로 하고, 수가와 보험료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라는 통합된 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 통과되었다. 작년 한 해 재정악화를 이유로 오랜 동안 애써 얻어 온 건강보험의 개혁 담론과 정책이 힘을 잃게 되었고, 저소득층의 의료급여마저도 후퇴하는 결과를 낳았다. 냉혹하게 평가하면 시민사회단체들의 건강보험 개혁 활동은 처절하게 패배했다. 의약분업 실현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 행사하였지만 그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혁이 후퇴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그러나 이 뜨거운 감자를 던져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수용하는가 여부와 무관하게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것이 여전한 운동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정규노동자와 임시일용직,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보험 제도의 개혁은 2002년의 중점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 역시 마찬가지이다. 점차로 적립된 기금이 불어나고, 주식 등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가입자들의 권한이 확대되어야 하고, 이의 합리적인 방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대화와 교육의 장을 활짝 열 계획

지난 2년 동안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활동가 교육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역 및 각 분야의 활동가들과 대화의 장을 만들지 못했다. 변화가 빠른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교육과 공동의제설정을 위한 워크샵 등 교육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물론 일반 시민들과의 대화의 장도 필요하다. 그 매개고리가 바로 이 복지동향이 될 것이다. 내용이 다소 어렵고, 딱딱하다는 계속된 독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재정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책을 만드는 데 열과 성을 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올 해에는 독자들이 보다 쉽게 책을 읽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매체가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시민운동은 시민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그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에 운동에 공감하는 보다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기대한다.

문혜진(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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