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1-15   1246

자활후견기관 평가와 자활사업의 과제

□ 자활사업 평가

성과 위주의 평가는 시기상조

자활후견기관 전문가평가작업이 전국 70개 자활후견기관을 대상으로 2001년 12월 20일-31일에 이루어졌다. 자활후견기관 평가를 앞두고 자활후견기관 활동가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불만이 제기되었다. 후견기관 활동을 시작한지 1년을 넘긴 20개 기관을 제외하고 이번에 평가 대상이 된 50개 기관은 문을 연지 이제 1년을 갓 넘긴 기관들이다. 예산 배정의 지연 등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주·객관적 상황을 고려하지도 않은 채 성급하게 평가를 실시한다는 사실에 대단한 불만들을 제기하였다. 이에 더하여 지난 여름에 실시된 복지부의 지도점검은 자활공동체를 얼마나 만들어냈는가에 집중되어, 성과 위주의 평가는 시기상조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자활사업의 긍정적 평가

그럼에도 평가작업은 자활사업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며, 자활후견기관 사업의 표준화 및 개선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활후견기관 평가 체계는 계획 영역, 집행과정 영역, 성과 영역의 3가지 평가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획영역은 사업계획 및 욕구 파악, 외부환경 및 자원연계의 두 항목에 대해 4가지 평가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집행과정 영역은 조직체계 및 재정운영의 두 항목에 3가지 평가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성과 영역은 투입성과, 산출성과(자활공동체와 자활근로, 기타 특화사업), 결과 성과의 세 항목에 대해 14가지 지표로 이루어져 있다.

자활사업은 궁극적으로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것

자활후견기관은 자활사업 중 주로 업그레이드형 자활근로와 자활공동체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자활사업의 핵심은 업그레이드형 자활근로를 자활공동체로 전환시켜 궁극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 자활후견기관이다. 2001년 12월 현재 자활후견기관은 200개소에 이르고 있다.

참여자의 특성, 사업의 목표와 특성에 따라 자활사업 구분되야

현재 업그레이드형 자활근로의 가장 큰 문제는 여러 유형의 사업 참여자들이 동일한 사업과 사업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근로능력과 근로의지가 다른 자활급여 수급자들에게 동일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자활사업의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사업 참여자를 구분하여 프로그램을 제공하자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업그레이드형 자활근로는 궁극적으로 자활공동체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조건부 수급자에서 벗어나서 자립하는 것이다. 문제는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사업 참여자의 특성, 사업의 특성 및 목표에 따라 자활공동체로의 발전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자활사업의 취지에 부합하고 있어 큰 문제는 되지 않으나 후자의 경우는 계속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후자의 경우는 무조건적 수급으로 인한 근로능력과 의지의 약화를 막고 근로능력이 미약한 수급자들이 공익적인 활동에 참여함으로서 사회성을 잃지 않고, 보람을 얻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활사업은 사업 참여자의 특성, 사업의 목표와 특성에 따라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시장형 사업과 공익형 사업

업그레이드형 자활근로 대상자의 구분 필요성에 공감하여 정부는 2002년도부터는 업그레이드 자활을 시장형과 공익형으로 구분할 예정이다. 즉 업그레이드형 자활근로사업은 이윤창출을 통한 경제적 자립을 지향하는 시장형 사업과 공익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형 사업으로 구분하고 지원내용을 특성화하는 것이다.

공익형 자활근로사업은 전국 표준화사업 시행 및 지방자치단체 사업위탁을 통해 사업의 안정적 추진기반을 확보할 것이다. 현재 복지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전국표준화사업은 무료간병도우미 사업, 음식물재활용 사업, 집수리도우미 사업, 청소 사업, 자원재활용 사업 등이다(보건복지부, 2002년 종합자활지원계획).

□ 자활사업의 과제

지역사회와의 공감대 중요

첫째, 자활사업의 성공 여부는 자활후견기관이 지역사회와의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하는 가에 달려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역내 시민사회단체, 사회복지기관, 기업체 등과 자활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며 연대사업을 잘 만들어 가는 자활후견기관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지만 그럼에도 자활공동체 형성 등 자활사업을 잘 이끌어 가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는 당연히 사업 실적은 물론이고 사업진행의 초기 형성조차 어려워 보였다. "지역사회 내에서 복지와 노동의 결합을 통한 자립의 모색"이라는 자활사업의 본래의 지향을 고려해보면 지역사회 내 실질적 뿌리가 없는 단체가 자활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지역사회를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

자활후견기관은 자활사업과 관련해서 지역사회를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먼저 지역사회는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사회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특히 저소득층의 저기술 노동인력을 얼마나 지역사회가 흡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자활사업 성공의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일자리 없는 지역사회에서는 일반인들의 보편적 삶의 양식이 확산되지 못하며, 주류 사회의 일상적 규범과 경제생활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최소한으로 제공하게 된다. 이에 지역사회내의 2세들에게는 긍정적 역량강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다음으로 자활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내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지역주민들을 빈곤에서 탈피한다는 차원을 넘어 정치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은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보장에 기여할 것이며, 지역주민들의 인권보장은 자활사업의 수행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내 복지인프라와 교육시스템 정비

자활사업의 지향은 사회적 차원에서도 모색되어야 한다. 즉 지역사회 내 복지인프라와 교육시스템 정비에 일조해야 한다. 자활후견기관은 일자리 마련과 함께 저임금 노동인력과 노동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사회 내 네트워크를 구비해야 한다. 이것은 지역사회의 지역복지 인프라 구축에 해당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지역사회내의 저기술 노동시장의 특성을 보면 과잉의 저기술 노동력으로 인한 임금의 지속적 감소와 저소득층의 지역적 밀집에 의한 부정적 학습효과로 인한 빈곤 세습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교육 훈련 체계는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영향 요인의 하나이다. 지역사회의 정상적 교육기관과 취업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 그리고 평생교육시스템은 지역사회의 고용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역사회는 복지인프라 창출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사회의 교육기관, 직업훈련기관, 평생교육기관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즉 자활후견기관은 지역사회교육운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활사업은 해당 지역사회의 문화적 전통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 닫힌 폐쇄적인 연복지 문화를 열린 공동체적 연복지 문화로 변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기반이 갖추어질 때 지역자활사업은 보다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과 제도의 조화로운 균형 모색

둘째, 운동과 제도와의 조화로운 균형점 찾기가 모색되어야 한다. 현재 자활후견기관을 운영하는 주체는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한 부류는 사회복지관으로 과거부터 제도화된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던 단체들이다. 또 다른 부류는 경제위기 이후 실업극복사업을 수행하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다. 이들은 그 동안 사회(복지)운동의 차원에서 민간위탁사업을 주로 수행해왔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단체들이 현재의 자활사업을 운동으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제도로 풀어야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자활후견기관사업이 본격화 된지 이제 겨우 1년이 된 현재 자활사업의 틀이 아직 미완성인 관계로 여러 가지 혼선이 일어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자활사업은 결코 운동만으로는 그리고 제도화만으로도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나아지겠지만 제도화된 프로그램 운영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관의 경험과 역동적 운동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경험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자활사업만의 독특한 사업방식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의 자활정책 방향성 정립 요구

셋째, 자활의 목표, 대상, 사업 아이템 등 정부의 자활정책의 방향성 정립이 요구된다. 자활사업 제자리 찾기의 상당수 책임은 정부기관에 있다. 이번 평가를 통해 확인되었지만 자활후견기관 활동가들의 불만 중 상당한 부분은 현재 자활사업 불만족의 상당수 책임을 자활후견기관의 몫으로 돌리는 분위기에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자활정책의 방향, 구체적인 자활의 목표와 대상 그리고 사업 아이템의 선정 등은 정부의 몫이다. 다행히 앞서 살펴 본 바대로 2002년 자활종합계획에서는 현재의 자활사업의 어려움을 상당수 해결하는 방향에서 계획이 잡혀 있어서 정부의 역할정립의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이인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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