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6-07   2269

지하셋방의 현황과 문제점

햇볕이 거의 들지 않아 방안에서는 밤낮을 구별하기 힘들고 그래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곳, 단지 습기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물기'로 인해 한 여름에도 난방시설을 가동해야 하며, 조금만 비가 내려도 혹시 물이 들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큰비가 내렸다하면 여지없이 침수되는 곳. 결코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되기에 선진국에서라면 불법건축물로 강제 폐쇄되어 마땅한 공간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중요한 주거공간이 바로 지하셋방이다.

'지상의 방 한칸'을 마련하기 힘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하셋방은 길거리로 나 앉는 것을 막아주는 소중한 주거공간이 되고 있다.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다. 저소득층 밀집지역이나 인근에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에서는 지하방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하셋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정도이다. 지하셋방만이 아니라 새로 건설되는 다세대주택에서도 분양가가 싼 반지하층은 인기리에 분양되고 있다. 어느 새 지하거주는 주택가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 현상이며, 지하층은 엄연한 주거공간으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이다.

그런데 과연 지하셋방은 노인이나 아이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장기간 생활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괜찮은 주거공간인가? 그것은 결코 아니다. 지하셋방은 정상적인 주거공간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극히 열악한 주거환경을 갖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하셋방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고, 또 그것이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인지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 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지하셋방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기에 이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하주거의 제도적 도입

현재 우리나라의 지하주거공간은 지하방이 위치하고 있는 주택의 유형과 그 합법성의 여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창고나 차고 등의 용도로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에 마련된 지하실을 개조하여 만든 불법적인 지하주거공간이며, 다른 하나는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에 건설된 지하 혹은 반지하 주거공간이다. 전자가 대도시지역의 심각한 주택부족문제에 대한 민간부문의 일종의 자생적 대응형태로 등장한 지하셋방이라면, 후자는 제도적 뒷받침 하에 저소득층의 주택부족문제를 완화하고 지하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개발한 것이라 하겠다.

1970, 80년대 주택부족문제가 날로 악화되면서 단독주택의 일부를 임대하여 거주하는 '셋방살이'가 서민들의 일반적인 주거방식이 되었으며, 단독주택에 두 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이른바 '다세대거주 단독주택'은 보편적 주택형태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한 가구가 거주하도록 건축된 단독주택에 두 가구 이상이 거주하면서 주거공간의 규모가 협소하고 한 가족이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엌, 화장실 등 기본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으로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하였다. 그럼에도 셋방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나 지하실이나 지하주차장을 불법 개조하여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곳이 늘어났고, 이렇게 만들어진 지하주거공간은 습기는 물론이고, 채광이나 환기를 위한 창문조차 제 기능을 못하는 곳이 많아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하였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보장하기에 앞서 우선 급증하는 주택수요를 어떻게든 충족하기 위해 지하셋방은 일반주택에서 점점 확산되었으며, 정부는 사실상 이를 묵인하였다. 그런데 다세대거주 단독주택이 수행하던 소형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순기능과 지하주거를 비롯한 주거환경의 악화라는 역기능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고자 마련한 대응책이 바로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을 새로운 주택유형으로 도입한 것이었다. 즉 이미 여러 가구가 하나의 단독주택에 어떤 임대방식으로든지 서로 연관되어 있다면 이를 외면하고 1주택 1가구만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각종 건축법규나 규제가 오히려 불법 개조 및 증·개축을 유도하여 서민들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킨다고 보고, 제반 건축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건축할 수 있도록 만든 주택이 바로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이다.

특히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 내 지하거주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지하층에 대한 건축기준을 완화하였다. 그 결과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은 창고나 주차장으로 만들어진 단독주택 지하공간의 불법적 이용을 통해 이루어지던 지하주거를 양성화하는 동시에 지하주거 공간개발을 보편화시키면서 지하셋방의 급격한 확대를 가져왔다. 사실 지하층에 대한 기준을 완화한 것은 지하방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그 보다는 지하주거를 확산시키고 일반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 건설 붐이 조성되면서 무자격 주택건설업자들이 날림공사로 건설한 곳이 여기저기 나타났으며, 이런 주택은 지하층의 주거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주택의 안전조차 위협받기도 했다. 이후 지하층에 대한 규정을 일부 강화하기도 하였으나, 지하층 개발을 막지는 못하였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상당수의 다세대거주 단독주택에 지하셋방이 자리잡고 있으며, 불법 개조된 연립주택 지하실의 지하셋방도 여전히 주거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지하셋방의 실태

지하셋방의 주거환경은 어떠한가? 한국도시연구소의 지하셋방에 대한 시범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하셋방의 주거환경은 대부분 열악한 상태이며, 그 중 일부는 어떻게 사람이 살아가고 있을까 할 정도로,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상태의 심각한 수준이었다. 우선 시설면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건설된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의 지하셋방들은 별도의 화장실과 부엌을 갖고 있는데 비해 지하실을 불법 개조하여 만든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의 지하셋방들은 수도꼭지만 간신히 설치된 부엌과 개별 화장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계단 옆의 짜투리 공간이나 1층에 따로 만들어 놓은 화장실 1칸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등 시설이 극히 불량한 상태이다. 더구나 공동화장실이 지하에 있을 경우는 악취와 위생문제로 훨씬 더 불편을 겪기도 한다.

한편 일반 주택의 창문은 환기와 채광을 위해 만들지만, 지하셋방에서 창문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창문을 열면 밖에서 방안을 훤히 들여다보여 사생활이 노출되고, 범죄에 대해서도 무방비상태일 뿐만 아니라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은 채 온갖 먼지들이 다 들어오기 때문에 대부분 창문을 잠가 놓고 생활하고 있다.

지하셋방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습기, 환기, 악취, 일조, 대기 등 실내환경 수준이다. 지하셋방의 벽과 바닥은 습기로 인해 늘 축축한 상태이며, 비라도 내리면 방안 곳곳에 물기가 스며들어 난방시설을 가동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정도이다. 어떤 곳은 배관을 타고 빗물이 실내로 떨어져 적은 량의 비에도 실내가 잠기는 일을 거의 매년 당하고 있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습기는 거주자 특히 어린이와 노인들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습기로 인해 벽지와 장판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또 썩어가면서 쾌쾌한 냄새가 늘 방안에 차 있다. 심지어 올해 1월에 지하셋방에 이사오면서 도배를 새로 하였는데,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벽지 아래쪽에 곰팡이가 심하게 피고 또 일부는 썩어 그 부분만 도려낸 경우도 있다. 게다가 환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음식 냄새, 쓰레기 냄새, 그리고 화장실 냄새가 뒤섞여 처음 들어서는 사람은 제대로 숨을 쉴 수 없고, 20-30분 정도 방안에 앉아 있으면 머리가 멍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또한 지하층은 물론이고 반지하층도 일조시간이 채 1시간이 되지 않고 직사광선이 잘 들지 않기 때문에 낮에도 불을 켜 놓고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조량은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혀져 오랜 기간 지하에 거주할 경우 정신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실제 조사한 가구 중에서도 지하층에 거주하면서부터 두통이 생겼다는 경우와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지하셋방은 사람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기에 적합한 주거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그 정도는 어떤 형태의 주거빈곤 주택들보다 심각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지하주거의 규모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하 혹은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가? 그리고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 주거공간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으며, 정확히 말하면 대략적인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하셋방은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지역을 제외하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주거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동안 지하셋방을 비롯한 지하주거를 대상으로 한 조사나 연구가 이루어진 적이 없으며,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지하거주여부에 대한 조사항목이 없기 때문에 지하주거공간의 규모와 지하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를 모르고 있다.

다만 1988년 서울 전체 인구의 5% 즉 약 50만명 정도가 지하에 거주한다는 추정치가 있는데, 숫자의 정확성은 차치하더라도 1990년대 이전이 이미 지하거주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1994년 한 연구에 의하면 서울의 다세대주택 거주가구의 20.1%, 그리고 다가구주택 거주가구의 30.2%가 지하층에 거주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를 세대수에 적용하면 서울의 다세대 및 다가구주택의 지하층에 거주하는 세대수는 1994년에 이미 12만 8천 세대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1994년 이후에도 다가구주택의 건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음을 고려할 때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의 지하층 거주세대수는 20만 세대를 훨씬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다세대거주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의 지하거주세대를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규모의 지하주거가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하셋방의 문제를 방치할 것인가?

지하셋방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보다 앞에서 언급하였던 열악한 주거환경과 자연재해, 특히 물난리에 무방비 상태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한 예로 지난해 7월 15일 서울의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피해를 입은 9만 2천여 가구 중 80%에 이르는 7만여 가구가 바로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의 지하층에 거주하는 가구였다는 사실에서 지하주거가 물과 관련한 자연재해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지하주거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하층에 사는 것 자체가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규제할 수도 없으며, 또한 이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없기 때문에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피해 이후 서울시는 지하층에 사람이 살 수 없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한 적이 있다. 여기에 대해 지하층 주민은 강력하게 반발하였는데, 이들의 반대는 지하층 거주를 금지할 경우 지금 돈으로는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언제든 큰비가 내리면 침수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땅한 거처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라는 주장이다.

지하층의 문제는 주거환경, 즉 질 낮은 건축수준에 집중하지만, 그 근원은 바로 경제적 빈곤과 직결되어 있다. 만약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내지는 다른 대안적 주거대책이 있더라도 지하층에서 살겠는가 라는 물음에 누가 감히 살겠다고 하겠는가? 주거환경은 나쁘지만 경제적 빈곤이 지하층을 택하게 만들었고, 건축수준은 그런 경제적 수준에 맞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고 재해의 위험을 안고 있는 지하층 거주를 언제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결국 지하주거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책임을 져야한다. 우선 하루속히 지하주거공간이 안전하고 또한 적절한 생활환경을 가질 수 있도록 지하주거의 생활환경기준을 설정해야 하고, 또 지하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주거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을 위해서는 우선 지하주거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 및 지하층 주민에 대한 현황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강희달, 1988, "지하층 거주자의 실상", 월간「부동산」1988년 7월호

남원석, 2002, "지하셋방 거주와 건강", 도시와빈곤, 제55호

이호, 2002, "지하셋방의 실태와 거주민의 특성", 도시와빈곤, 제55호

홍인옥, 2002, "지하주거와 지하셋방", 도시와빈곤, 제55호

홍인옥(한국도시연구소 산업노동부 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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