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11-10   2591

출산율 저하의 사회복지적 함의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인구를 변동시키는 요인은 출생과 사망 그리고 국제이동이다. 출생 요인은 인구를 증가시키는 반면, 사망 요인은 인구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사망률로 측정되는 사망수준은 보건의료수준, 국민소득, 영양상태, 생활습관 등에 의해 좌우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사회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요인들이 꾸준히 개선되어 결과적으로 사망률이 계속 감소하여 왔다.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므로 사망률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간 모두는 언젠가는 사망에 이른다. 결국 사망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한 적어도 인구의 규모에 급격한 변동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반면, 사망과 달리 출생은 피임방법의 개발 및 보급 그리고 인공유산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의 선택에 의해 인위적인 변동이 가능하다. 즉, 여성은 자신의 가족관과 자녀관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혼인과 자녀출산(시기, 수, 간격)을 스스로 결정한다. 결국, 한 국가의 인구는 출생(규모)에 의해 주로 결정되며, 출생규모는 개인의 의식이나 가치관 등에 따라 결정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출산율 감소 이른바 저출산현상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론적으로 인구규모를 동일한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 모두가 두 명의 자녀를 출산하여 부부 2명을 대체할 경우에만 가능하다(실제 그 자녀들이 성인 즉, 재생산기에 도달하기 전에 사망할 가능성을 감안하여 2.1명을 출산하여야만 한다). 여성 1명이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평생(가임기간)동안 낳을 자녀수는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로 표시된다.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될 경우 이를 인구대치수준(population replacement level)의 출산율이라 부른다. 저출산이란 한 국가의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치수준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저출산, 80년대 중반부터 시작

실제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현상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합계출산율은 1960년에 6.0명이었고, 70년대 중엽에만 해도 3.5명으로 높았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은 계속 감소하여 1984년에는 인구대치수준인 2.1명에 이르렀으며, 그 후 1993년에 1.8명, 1996년에 1.7명, 1999년에 1.4명 그리고 2001년에는 1.3명 수준으로 계속 감소해 왔다. 2001년 합계출산율 1.3명은 인구대치수준보다 0.8명이 적은 것으로, 가임기간동안 전체 여성이 평균 0.8명을 적게 출산함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한 해 출생아수도 1970년 약 100만명에서 1999년 약 60만명 그리고 2001년에는 그 보다 더 적은 55만명 수준으로 급속히 감소하였다.

저출산의 지속은 유소년인구를 감소시키며, 이들이 생산가능연령으로 진입할 때에는 노동력 부족으로까지 이어진다. 반면, 노인인구는 평균수명 증가로 인해 그 규모가 증가하여 총인구 중 노인인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이른바 인구고령화 현상이 촉진된다. 노인은 일반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특성으로 인해 생산력이 매우 낮아 의료보호, 연금 등 사회보장에 대한 부담을 급속히 증가시키는 반면, 이를 부담할 노동력은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수혜자와 부담자간의 세대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의 경제성장을 둔화 또는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국민연금이 빠른 시일 내에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도 노인인구의 상대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연유된다. 이러한 이유로 서구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치가들 사이에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하여 사회경제가 전반적으로 활기가 없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서구문명과 문화가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낮은 출산율 수준을 적정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 우선적으로 출산율 저하를 가져온 원인의 규명이 중요하다. 여성의 교육과 경제활동 참가증대는 혼인연령을 증가시켜 가임기간의 실제적인 단축을 가져온다. 여성은 경제활동참가로 경제적 독립성이 증가하며, 이에 따라 결혼생활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부각되어 결국 결혼 및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전통적으로 결혼은 자녀양육과 가사에 대한 부담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취업여성은 결혼 및 출산 양육시 비자발적으로 취업을 중단하거나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일단 취업을 중단하면 자녀 양육 후 재취업이 어려우며, 재취업시에도 동일한 수준의 직업을 가지는 것이 아주 어렵다. 고학력 여성일수록 행정, 경영, 전문가 등 상위직종에 종사할 수 있고 이 경우 남녀간 임금격차가 현격히 줄어들므로 자녀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한 기회비용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미혼여성은 결혼을 기피하여 만혼과 독신이 증가하게 되며, 결혼을 한 경우에도 출산을 기피하거나 자녀수를 줄이게 된다. 다른 원인으로 자녀 양육과 교육 비용의 상승을 들 수 있다. 이는 자녀가 더 이상 노후보장을 위한 투자로 인식되지 않고 단지 부부 특히, 여성의 시간과 소득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여성은 자녀의 수를 제한하여 적은 수의 자녀에 대해 양육과 교육비용을 집중화하며, 한편으로는 사회적 위험성(social risk)에 대한 노출을 상대적으로 줄이려 한다.

출산율 회복 위해 사회환경 개선 시급

출산율을 회복시키거나 적어도 현재 감소 속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혼, 가족 등에 관한 가치관의 변화가 요구된다. 학교와 사회에서 결혼의 신성, 가족의 필요성 및 역할 등에 관한 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무엇보다도 사회환경의 개선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는 한편으로 가족복지, 여성복지, 아동복지 등 복지적 접근과 다른 한편으로는 남녀평등 구현이 중요하다.

여성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결혼 및 출산 양육과 사회경제활동의 병행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1991년부터 실시된 영유아보육정책을 계기로 가정 내 여성의 역할로 인식되었던 자녀양육이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인식되기 시작하여, 보육료 지원 및 소득공제, 직장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제도 도입 및 강화 등이 다양한 보육지원책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보육료 지원은 가정에서 실제 지불하여야 할 양육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육아휴직제도는 아동의 일정한 연령에만 한정되어 실제 육아에 소요되는 노력(기간과 비용)에 비해 무척 낮은 수준이며, 그 것도 실제 많은 여성이 종사하는 중소 및 영세사업체에서는 거의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직장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녀질병간호 휴직제도, 가족친화적 고용정책 필요

따라서 출산 및 양육에 따른 지원책들을 현실화하며, 이를 위해 프랑스 등에서와 같이 육아휴직기간 중 건강보험, 연금 등의 보험료의 지불유예 또는 면제 등의 도입을 검토한다. 더 나아가서는 자녀질병간호를 위한 휴직제도를 추가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부모와 자녀의 복지욕구에 부응하는 사회환경의 조성에도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취업과 자녀양육이 병행 가능하도록 가족친화적 고용정책을 강화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모) 업무배치의 유동성, 근로시간 단축 및 승진권리의 보장(불이익 철폐), 재취업훈련프로그램 실시, 집-직장-탁아소-시장 등을 편리하게 연결시키는 공공교통수단 개발, 직장보육시설 확충 및 관련 서비스 확대, 보육시설의 아동보호시간 연장 등이 포함된다. 이외 임신 및 출생아의 의료보장 및 보건지도, 자녀를 가진 부모에 대한 교육 및 주택관련 보조, 아동수당 지불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자녀양육 및 가사에 대한 남녀간 공평분담이 학교교육 및 사회교육 그리고 제도에서 강조되어야 한다. 결혼 또는 출산에 기인한 고용차별(해직, 승진기회차별 등)의 관행이 실질적으로 철폐되어야 한다.

고연령고용정책 제도화되어야

증가하는 노인의 의료보호 및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양로시설의 요양시설화, 치매 중풍 등 중증노인을 위한 전문요양병원 확충, 노인주간보호시설 등 재가복지시설 확충, 노인재활치료서비스에 대한 의료보험 급여 확대, 노인장기요양보호서비스 강화, 노인의 사회활동참여 촉진 등이 중요하다. 노인의 사회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재원의 확충을 위해 가정건강보험, 장기보호보험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시대에 노인의 노동력 활용은 노동력 부족에 대한 대안으로서 뿐만 아니라 노인의 소득보장 등 복지에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대부분 농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무급가족종사자이다. 현재 노인을 규정하는 65세 이상 연령기준은 평균수명 상승으로 인해 건강한 노인인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또한 고학력자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의미가 없다. 따라서, 고연령고용정책을 제도화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정년연령을 상향조정하며, 궁극적으로 정년선택제를 채택하여야 할 것이다. 노인의 근로형태로는 건강, 이동성을 감안하여 다양한 형태(예를 들어, 시간제 근무, 근로시간 단축, 재택근무제)를 도입한다. 노인의 직종으로는 신체적, 정서적 특성에 부합하는 분야를 개발한다.

이와 같은 저출산 사전방지 내지 사후대응을 위한 사회복지적 접근은 인구관련 정책의 효과가 그 특성상 상당한 시기가 지난 후에 나타나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복지적 노력은 인구정책을 비롯한 여성정책, 가족정책, 교육정책 등과 통합된 형태로 추구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이삼식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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