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12-10   1257

사회보험 분야: 건강보험, 연금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관련된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은 내용과 방향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회창 후보는 현행 제도적 틀에 대한 변화를 통해서 재정문제의 해결에 집중하고 있으며, 노무현 후보는 현행 제도적 틀을 유지하면서 내실화에 주력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권영길 후보는 구조 변화와 더불어 강력한 확대의지를 피력하면서, 전체적으로 탈시장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3 후보의 공약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구조변화, 현행 구조하에서 부분적 개선,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통한 탈시장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책기조에 대한 비교

이회창 후보는 현 제도에 국민적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고, 이는 재정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됨을 지적한다. 따라서 제도개혁의 핵심을 재정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지불제도 개선, 보충성 보험(민영의료보험)의 도입검토, 건강보험 재정통합의 유보, 기초연금제의 도입 등 상당한 정도의 제도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외환위기 이후 확대된 복지제도의 기본구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급속한 확대로 인하여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고, 이는 제도의 내용 확충과 운영의 내실화를 위한 부분적 변화를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영길 후보는 4대 보험의 통합, 사회보험의 조세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의 전면적 확대, 그리고 급여수준의 향상 등의 내용을 통하여 보다 강력한 국가중심의 사회복지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사안에 대한 각 후보들의 입장은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우선 저소득층 및 빈곤층에 대한 사회보험료의 보조에 대해서는 이회창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찬성, 노무현 후보는 사실상 반대를 하고 있다. 노 후보가 반대하는 이유는 빈곤층의 경우 사회보험이 아닌 공공부조를 통한 복지가 적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부과징수의 국세청 이관과 독립적인 재정추계기구의 신설에 대해서는 노무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찬성을, 이회창 후보는 유보적 입장의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회창 후보의 공약은 제도의 구조변화에 대해서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국세청 이관이나 독립적 재정추계기구와 같은 조직변화에 대해서 소극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의외이다. 노무현 후보의 공약은 표면적으로 현실 안주의 입장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으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부분적 개혁을 통한 보완을 의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영길 후보의 공약은 분명하게 이념적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지만, 신자유주의적·다원주의적인 복지제도 개혁의 시대적 흐름을 다소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있다. 또한 이회창 후보와 권영길 후보의 공약은 상호 대비되기는 하지만, 구조개혁에 있어서 전이비용(transitional cost)의 문제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동반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표 1>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정책기조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비교

건강보험

건강보험의 재정악화가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정책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건강보험에 대한 개혁안은 크게 지출억제책과 급여확대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러한 대안에 대하여 후보자들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급여지출 억제방안의 구체적인 대안 중 성분명 처방은 모두 다 찬성하고 있으며, 참조가격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또한 약가계약제는 권영길 후보가 반대하고 있으며, 총액예산제는 이회창 후보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회창 후보가 총액예산제에 대해서 제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여건의 미성숙과 제도변화에 따른 혼란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시범사업 실시 등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건강보험의 급여확충을 위한 고가장비의 급여포함, 본인부담 상한제에 대해서는 후보자 모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이회창 후보는 본인부담 상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소득등급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모든 후보들이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노무현, 권영길 후보는 조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이회창 후보는 유보적 입장이나 찬성의 경우에도 단서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논의를 신중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소극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표 2> 건강보험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비교

국민연금

건강보험 재정문제의 시급성으로 인하여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가 다소 소극적인 것 같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대한 공약은 부분적인 제도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개혁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핵심적인 사안이다.

우선 연금기금을 공공주택건설에 활용함으로써 투자의 다변화와 안정성을 제고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회창 후보는 조건부 찬성, 노무현 후보는 찬성, 그리고 권영길 후보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회창 후보는 기금운영에 있어서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수익성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적절한 금리수준이 설정되어야 하다는 점을 조건으로 하고 있으며, 권영길 후보는 공공주택에 대한 투자가 자칫 부동산 투기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기금의 관리운영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연금기금의 관리감독기구를 상설화하는 것에 대해서 노무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찬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회창 후보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 후보의 유보적 태도는 앞에서와 같이 조직적 변화를 수반하는 대안에 대해서 일관되게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표 3> 국민연금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비교

국민연금의 구조변화 즉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의 이원화 문제에 대해서 이회창 후보와 권영길 후보는 찬성을, 노무현 후보는 반대를 하고 있다. 또한 이회창 후보는 기초연금을 보험료와 국고지원의 혼합방식을, 권영길 후보는 조세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초연금의 도입은 최저수준 이상의 보장과 사각지대의 해소를 통한 전국민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도입을 위한 논의의 가치가 충분하다. 또한 이원화는 중·장기적으로 소득비례연금의 적용예외(contracting-out)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영화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이도 하다.

이런 점에서 현행 골격을 유지한다는 노무현 후보의 공약은 단지 기여-급여수준의 조정 뿐 아니라 사각지대의 해소를 통한 전국민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추가적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기초연금을 보험료 및 국고지원 혼합방식으로 고려한다는 점은 기초연금의 역할과 의의에 대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국가의 재정적 책임에 대한 회피 혹은 최소한 개입을 의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사회보험에 대한 후보자들의 공약은 지향점과 내용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후보들의 공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회창 후보는 제도변화를 통한 재정안정대책, 노무현 후보는 현행 골격의 유지와 신자유주의적 제도보완, 권영길 후보는 탈시장화를 지향하는 복지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세 후보 모두 공약에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대한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중요성과 비중으로 볼 때 결코 소홀하게 취급되어야 할 사안이 아니다. 또한 개별 제도에 대한 논의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제도간의 연계를 통한 종합적 접근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정홍원/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chunghw@kko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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