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7-06   537

보건복지부의 중산 서민층 생활안정대책 추진에 대한 비판

보건복지부 대책의 개요

지난 5월 30일 정부는 경제사회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서민 중산층 생활안정대책을 확정하고 그 내용을 발표하였다(보건복지부, {저소득층 보호 내실화 및 복지사각지대 해소}, 2003. 5). 이 대책은 재정경제부(생활안정대책 추진, 물가안정대책, 서민금융 내실화), 교육부(서민충산층 교육비 지원), 노동부(청년 취약계층 고용안정대책), 산업자원부(서민 충산층 청업 및 경제활동 활성화 대책), 건설교통부(서민주거안정대책) 등 각 부처별로 수립되어 있으며, 복지부는 ‘저소득층 보호 내실화 및 복지사각지대 해소’라는 제하에 ①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사회안전망 내실화, ② 저소득층의 빈곤화 예방 및 자립 지원, ③ 고령화 등 사회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복지서비스 확충, ④ 노숙자 등 취약계층 보호대책의 네 가지 부류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네 가지 부류의 대책 속에는 기초보장 대상자의 적극적인 발굴과 기초보장 선정기준의 합리화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 비정규직 및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사업장가입자 전환 단계적 추진, 근로소득공제제도 시범사업 실시와 사회적 일자리 확충을 통한 자활사업 활성화, 장애인 자립 자활 지원, 의료급여 대상자의 단계적 확대, 요양보호 노인에 대한 국가보호 확대, 보육부담 완화 추진, 노숙자 보호 및 사회복귀 지원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보건복지분야 주요 성과와 과제를 제시하였는데 이에는 ① 효과적인 사스 방역, ② 적극적 탈빈곤정책 등 참여복지 실현, ③ 건강보험 재정통합 추진, ④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⑤ 공공보건의료 확충, ⑥ 건강가정육성기본법 제정 추진, ⑦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 추진 등이 포함되어 있다(보건복지부, {참여정부 출범 100일 보건복지분야 주요 성과와 과제}, 2003. 6).

복지부 대책에 대한 평가

복지부가 내놓은 중산 서민층 생활안정대책에 포함된 여러 계획들 중 기초보장의 사각지대 해소라든가 영세규모사업장 근로자의 사업장가입자 전환 추진, 자활사업 활성화, 보육부담완화 등 다수의 계획들은 그간 논의도 많이 있었고 또 그 동안 추진해오던 것들이므로 이들 계획들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큰 이의를 달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더라도 이러한 대책들이 전체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그 지향점은 불분명한 것 같다.

사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생산적 복지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표방하면서 참여복지를 내세웠지만 그 내용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불분명하며 생산적 복지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계승한다는 것인지 명확치가 않다.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제대로 된 청사진조차 내놓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복지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도 경제위기 이후 복지개혁을 추진해오던 관성에 의해 그 연장선상에서 제시된 것일 뿐 그간의 복지개혁이 남긴 성과와 한계에 대한 행정부 자체의 냉철한 평가에 기초한 방향제시나 목표설정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 자체의 평가대로 경제위기 이후 추진된 복지개혁에 의해 사회안전망의 기본 틀은 어느 정도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 틀은 단순히 복지예산의 증가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과거 개발독재의 폐해로 인해 나타난 빈부격차의 해소와 지식기반경제에 대한 적응력 제고를 위한 인적자본 투자 중심의 복지대책이라는 나름의 원칙 제시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러한 원칙 하에 추진된 복지개혁은 전자와 관련해서는 사회보험제도의 확충과 공공부조의 근대화 등 주로 소득보장 중심으로 추진되었으며, 후자와 관련해서는 사회복지서비스라든지 자활사업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개혁이 시도되었다. 하지만, 소득보장 중심의 제도개혁은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소득파악미비, 관리운영체계의 미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에 부딪혔고, 서비스 부문의 개혁은 그 시도 자체가 정권 후반기에 주로 이루어진데다 사회 전반의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으로 인해 그 효과가 크게 부각되지는 못하였다.

참여정부가 생산적 복지에서 구축된 복지의 기본 틀을 계승한다면 그것은 생산적 복지의 성과와 한계에서 출발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참여복지가 복지전달에의 참여를 의미하든 사각지대 탈피를 통한 복지수혜에의 참여를 의미하든 혹은 이 둘 모두를 의미하든(참여복지는 아마 이 둘 모두를 의미할 것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 참여정부는 생산적 복지에 의해 제시된 원칙의 틀 내에서 그 우선 순위를 과감히 변화시키는 작업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물론, 이에는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의 배경으로 제시한 빈부격차의 지속과 고령화 및 여성 사회참여 확대는 각기 노동시장구조의 이원화(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와 가족구조 및 기능의 변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경향이 표현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우리에게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지구화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기존의 전통적인 사회보장의 적실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빈곤은 새로운 양상을 띠면서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소득보장,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개혁은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할 것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향후 복지개혁에는 사회복지서비스 부문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될 것임을 의미한다. 사회복지서비스 부문의 중요성은 가족구조나 기능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가족구조와 가족기능의 변화는 단순히 가족이라는 제도적 틀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 자체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는 복지대책의 우선 순위를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즉, 지난 정부가 소득보장 중심의 개혁과 서비스 부문의 개혁을 경제위기 극복의 시급성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시차를 두고 추진하였다면 현 정부는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비추어 사회복지서비스의 개혁 내지 내실화에 보다 확실한 중점을 두고 여타 보건복지대책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가족구조 및 기능의 변화로 표현되는 삶의 방식의 변화는 매우 심대한 경향적 전환을 내포한 것이며 이로 인해 전통적인 사회보장의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은 사회복지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직들 간의 협조와 연계를 통해 시도되어야 하며, 이러한 서비스 부문의 개혁은 다시 소득보장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 압력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육서비스의 확충과 보육부담완화,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 추진 등은 그 자체로 올바른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나가야 하겠지만 현 정부의 보건복지대책에서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다 명확히 정립한 상태에서 이들 대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사회복지서비스 부문 개혁의 위상이 보다 명확히 정해진 후에는 가입자에게만 계속 비용부담을 지우는 식의 사회보험을 현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에게도 계속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지적한 것들을 전제로 다음의 몇 가지를 더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복지부는 생활안정대책 중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을 ‘노인요양보험 등 노인요양보호의 제도화 추진’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는 조세방식으로 할 수도 있고 보험방식으로 할 수도 있는 것으로 특정 방식을 미리 표현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보건복지분야 성과와 과제를 발표한 문건에서는 ‘건강가정육성기본법 제정 추진’을 명시해 놓고 있는데 이 시도는 사실 관련 당사자들 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 출범 100일 과제에 명시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인 것 같다.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문제가 장관의 돌출발언으로 나온 것처럼 이 역시 관련 부문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문건에 명시됨으로써 정책추진과정의 문제점을 또 다시 드러내고 있다. 현재 여성부에서도 건강가정육성기본법과 유사한 형태의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보육업무 문제나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문제 등과 함께 가족구조 및 기능의 변화라는 흐름에 의해 추동되는 측면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족구조 및 기능의 변화는 단순히 제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변화로 인해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를 사회복지계만 대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에도 문제가 없지 않지만 변화하는 가족의 구조와 기능을 두고서 이를 다시 이른 바 ‘건강가정’으로 ‘육성’하겠다는 발상도 무리한 것이다. 삶의 방식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망의 구축을 위해서는 가족의 변화라는 흐름이 갖는 깊은 의미를 제대로 짚어내고 이를 토대로 관련 전문직의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 개혁을 중심으로 복지정책 전반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남찬섭 /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csnam@st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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