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5 2005-02-10   1099

‘경제특구법 중 외국인 설립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를 허용하는 개정 법률’의 문제점 -건강보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하여-

1. 머리말

정부가 제출한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개정법률안(이하 ‘경제특구법’이라 함)이 2004. 12. 29.자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12.31.자로 본 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드디어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에 내국인 비급여 진료 허용」이 제도화되었다. 그간의 경제특구법 개정법률에 대한 찬반양론은 대체로 의료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글에서 기왕의 논쟁을 답습하기 보다는 이 법률이 ‘1국 양제’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 외국의료기관에게는 당연요양기관에서 제외한 비급여 서비스를 허용하고, 내국 의료기관에게는 이를 금지하는 2원적인 제도 운용이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을 이 글에서는 편의상 ‘1국 양제’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를 현실화함으로써 뒤에서 살펴 보는 바와 같은 불안정한 건강보험에 미칠 악 영향에 대하여 검토하여 보고 현 정부의 이와 같은 법 개정이 결국 전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한 매우 무책임한 실험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전 국민의 건강권을 훼손하면서까지 의료공급제도의 ‘1국 양제’를 법제화하면서 얻고자 하는 이익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하여 정부는 책임있는 답변을 하여야 할 것이다.

2. 개정 ‘경제특구법’ 제23조의 취지

법안 제23조 제1항은 외국인은 의료법 제30조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경제자유구역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7항에서는 종전의 외국인전용의료기관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여 의료업을 행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고 있다.

개정 전 법률에서는 국내의 의료법 체계와 완전히 분리된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이라는 도구 개념을 설정하고, 이에 대하여는 내국인 진료를 불허함으로써 경제특구에서 외국인을 위한 전용 의료기관이라는 한도 내에서 의료기관 개설을 하여 주고, 외국인 전용기관이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당연요양기관의 예외 규정을 둬서 동 기관은 건강보험 수가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고 의료법 제37조에 규정한 의료보수 신고만을 적용받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 진료 수요만으로는 대규모 외국의료기관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이 어렵게 되자 정부는 외국 의료기관에 대하여 내국인 진료를 허용함으로써 외국의료기관이 경제특구 내에 대규모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경제적 동기를 유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외국인전용의료기관이라는 도구개념을 포기하고 외국인에게 경제특구 내에서 현행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개설 관련 규정의 특례를 보장함과 아울러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기관에서도 제외하고, 내국인 진료를 무제한 허용하는 취지로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정 법률에 따라 경제특구 내에서는 건강보험법상 당연요양기관으로서 건강보험환자에게 건강보험수가로만 의료서비스를 하여야 하는 내국인 개설 의료기관과 당연요양기관에서 제외되고, 건강보험 수가 적용도 없이 수가를 임의로 책정할 수 있는 외국인 개설 의료기관이 양립하게 됨으로써 의료서비스 제도와 관련하여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1國 兩制”가 법률에 의하여 실정법상의 제도로 구축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건강보험환자 진료 허용이라는 제한 적인 허용이 아닌, 전면적인 비급여 진료 허용은 내국 의료기관에 대한 심각한 역차별을 의미하는 것이며, 비록 특정 지역에 국한한 것으로서 국내 의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나, 이와 같은 제도적인 역차별의 문제는 경제특구법에 대한 의료계의 당연요양기관제 폐지를 조건으로 한 조건부 찬성 입장에서 알 수 있듯이, 결과적으로 내국의료기관과 관련한 건강보험의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예민한 사안으로서 의료계와 정부, 국민들 3자간의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3. 개정법률 시행이 건강보험에 미칠 영향

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둘러싼 갈등

전 국민 의료보장의 축인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을 유지하는 프레임은 1) 의료소비자 측면에서의 전국민의 강제가입제도와 함께 2) 의료공급 측면에 있어서 의료기관에 대한 요양기관당연지정제(강제지정제)와 보험수가제(임의적 의료보수 금지)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하여 의료계에서는 그간 수차례의 폐·파업을 통하여 요양기관당연지정제는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뿐아니라 의료소비자의 진료선택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이라면서 요양기관당연지정제를 폐지하여 줄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여 오다가 급기야 집단적으로 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는 바 이에 대하여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범 정부적인 차원에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인 당연요양기관제를 유지하기 위한 헌법재판 변론이 전개되었고, 이에 따라 2002. 10. 31.자로 헌법재판소에서 99헌바76, 2000헌마505호(병합) 사건에 대하여 7:2의 합헌 결정이 선고되었다.

동 결정의 요지를 살펴 보면, 본 법안에 의하여 외국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당연요양기관에서 제외하고, 수가 체계에서 제외한 상태에서 내국인까지 진료를 허용하는 개정법률 시행으로 인하여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쉽게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 헌재 99헌바76, 2000헌마505호(병합) 사건 결정이유의 검토

위 헌재 결정례에서의 당연요양기관제 합헌 결정의 요지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1) 국가가 의료보장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질병ㆍ부상에 대하여 적정한 요양급여를 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요양급여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정수의 의료기관과 약국을 확보해야 한다. 이 사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목적은 법률에 의하여 모든 의료기관을 국민건강보험체계에 강제로 편입시킴으로써 요양급여에 필요한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이를 통하여 피보험자인 전 국민의 의료보험수급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서 강제로 지정하는 ‘강제지정제’는 의료인이라는 직업의 선택을 금지하거나 직업에의 접근 자체를 봉쇄하는 규정이 아니라 의료인이라는 직업을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방법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직업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개인의 자유가 공익실현을 위해서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되며 개인의 기본권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필요한 만큼만 제한되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헌법 제37조 제2항)을 준수해야 한다.

(3) 강제지정제는 사회보험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현 의료보험체계의 기능을 확보하고 피보험자인 전 국민에게 원활한 보험급여를 보장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며, 모든 의료기관을 보험급여의 의무가 있는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위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정성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4) 이 사건의 경우, 입법자가 강제지정제를 채택한 것은 첫째, 의료보험의 시행은 인간의 존엄성실현과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을 위하여 헌법상 부여된 국가의 사회보장의무의 일환으로서 이를 위한 모든 현실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미루어질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는 규범적 인식, 둘째, 우리의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이 약 10여%에 불과하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을 의료보험체계에 강제로 동원하는 것이 의료보험의 시행을 위해서는 불가피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가는 이미 1977년 계약지정제를 일시적으로 도입한 바 있는데, 그 당시 지역적ㆍ진료부문별 의료공백이 크게 발생하였으며 지정수가제 등을 이유로 다수의 의료인이 요양기관으로의 지정을 거부하는 등 부정적인 경험을 하였는바, 이러한 ‘현실화 된’ 우려가 강제지정제로 전환하는 직접적인 계기로서,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당시의 상황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판단이 제도 유지의 근거로 각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 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계약지정제를 취하는 경우 의료보장이란 공익을 실현할 수 없다는 현실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강제지정제를 택한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5) 그렇다면 ‘국가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면서 일정 비율의 의료인에게 강제지정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강제지정제가 실현하려는 의료보장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일정 비율의 의료기관에게 일반의(一般醫)로서 진료할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한다면, 의료공급시장의 자유경쟁에서 살아 남기 힘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에 편입되기를 원할 것이고, 보다 양질의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은 요양기관으로서의 지정에서 벗어나 일반의로서 활동하게 되리라는 점이 쉽게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진료는 결국 2류 진료로 전락하고, 그 결과 다수의 국민이 고액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일반진료를 선호하게 되고, 이는 중산층 이상의 건강보험의 탈퇴요구와 맞물려 자칫 의료보험체계 전반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강제지정제의 예외를 허용한다면, 의료보장체계의 원활한 기능확보가 보장될 수 없다는 판단이 가능하고, 입법자의 이러한 예측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강제지정제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6)살피건대, 요양급여비용의 산정제도가 의료행위의 질과 설비투자의 정도를 상당한 부분 반영하고 있고 의료보험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행위를 비급여대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바, 현재의 의료보험수가제도에 미흡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 하에서도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통하여 개인의 직업관을 실현하고 인격을 발현할 수 있는 여지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포괄적인 제한에도 불구하고 강제지정제의 범주 내에서 가능하면 직업행사의 자유를 고려하고 존중하는 여러 규정을 갖추고 있으므로, 강제지정제는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국가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는 한, 진료과목별 수가의 불균형 및 동일 진료과목 내 행위별 수가간의 불균형을 시정해야 하고, 의학의 새로운 발전과 기술개발에 부응하는 진료수가의 조정을 통하여 시설규모나 설비투자의 차이, 의료의 질적 수준의 다양함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해야 하며, 의료인에게 의료기술발전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신 의료기술의 신속한 반영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강제지정제가 의료인의 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라는 점을 깊게 인식하여 장기적 안목에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거나 보험급여율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민간의료기관이 의료보험체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7) 이 사건 강제지정제가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지에 관하여 본다면, 국민은 진료를 받고자 하는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보험에 의하여 보장되는 급여부분 외에 의료소비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자신의 부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위 비급여대상의 의료행위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서 법이 정한 기준의 보험급여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은 의료보험의 기능확보라는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행해지는 것으로서,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8) 이 사건 강제지정제가 평등원칙에 위반되는가에 관하여 본다면,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을 시설ㆍ장비ㆍ인력ㆍ기술 등의 차이와 관계없이 요양기관으로서 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요양급여의 비용산정과 비급여의 가능성 등을 통하여 의료기관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를 반영함으로써, 모든 의료기관의 일률적인 강제지정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위 사건과 관련하여 당연요양기관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정부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필자 역시 위 헌법재판 사건의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소송대리인으로서 변론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당연요양기관제가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의 요지는 공공의료시설이 충분하게 확보되지 않고, 건강보험의 급여 수준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전 국민의 의료보장을 하기 위하여 공공의료시설이 충분하게 확보될 때까지 및 건강보험이 충분한 급여를 함으로써 국민의 의료권을 보장할 만큼 충분하게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때까지 당연요양기관제를 통하여 부득이하게 의료인들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의료기관 상호간의 실질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당연지정제를 통하여 단일 수가체계를 유지하는 점에 대하여도 건강보험급여체계에서의 비급여제도 및 비용산정 방식에의 반영을 통하여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평등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다수의 헌법재판관이 판단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헌재 결정은 우리나라 내의 단일 당연요양기관제 및 단일 보험수가제를 통한 모든 의료기관에 대한 모든 국민에의 보험진료 강제 및 보험수가 적용을 전제로 한 것인 바, 만일 개정법률이 시행되는 상황과 같이 내국인에게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비요양기관의 존재 및 건강보험 적용 배제에 따른 의료기관이 책정한 의료보수의 징수가 가능한 법·제도가 있었을 경우 위와 같은 헌재의 합헌 결정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며, 향후 이와 유사한 헌법 재판이 진행될 경우 전제 사실의 변경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헌재 결정례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 개정 법률의 당연요양기관제 및 기타 건강보험에 미칠 영향

첫째, 개정법률대로 경제특구내에서 외국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 내국인 진료를 하도록 할 경우 대한민국 내에는 비록 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낮기는 하겠지만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고가진료 시장(비보험,비급여)과 국민 대다수의 보험급여 시장으로 의료서비스 시장이 2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벌그룹 계열 및 몇몇 국공립대학병원 등 외국의 의료 서비스 수준에 근접한 의료기관들과 의료기술상 고가진료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일부 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하여 또 다시 당연요양기관제 폐지 내지는 적용 제외의 요구가 발생할 것이고, 최소한 경제특구 내에 외국의료기관과 동일하게 비요양기관인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가하여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특구법 개정 당시에도 조직적,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한편으로는 경제특구법 개정과 맞물려서 아마도 복지부 담당 부서에서는 내국의료기관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고려하여 ‘당연요양기관제 폐지’를 검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2004. 12. 15.자 보건복지부 연금보험국에서는 “신뢰받는 건강보험제도- 2005년도 주요업무계획”중 제7호 항목으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및 계약제 도입방안”을 장관에게 보고하기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법률 개정 전에 지적되었던 우려는 제도적인 현실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경제특구 내의 외국의료기관의 의료보수 수준은 결국 건강보험 내의 보험수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행 의료급여비용을 산정하는 기준에 있어서 외국의료기관이 의료보수 체계는 기술적으로 사실상 차이가 없는 내국의료기관의 수가 산정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한 수가의 대폭적인 인상 압력과 이에 따른 보험료 증가 및 의료비 증가와 관련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초래될 것이며, 이에 따른 국민의 고통과 부담의 증가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까지 연결될 것이다.

셋째, 만일 충분한 고가 의료시장이 형성될 경제적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경제특구 내에는 다수의 외국의료기관이 진출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현 정부가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던 논거 중의 하나인 ‘의료허브로의 육성’ 주장이 여기에 기대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것이 정부가 기대하는 중국 등 주변국 환자들의 유치와 같은 소기의 목적보다는 내국인에 대한 외국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를 통한 고가의료시장을 형성함으로써 내국 의료기관에 대한 심각한 역차별 결과만을 초래할 것으로 충분하게 예상할 수 있다.

넷째, 의료시장 개방을 앞둔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당연요양기관제는 자본력을 갖춘 외국의료기관의 국내 진출을 사실상 어렵게 하여 내국 의료기관을 상대적으로 보호하는 측면도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경제특구에 예외적인 법제가 시행될 경우 외국의료기관의 비급여 시장 개방 요구는 실정법상의 근거 하에 그 설득력을 더하게 될 것이며, 결국 전면적인 비급여 시장개방이라는 악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섯째, 비급여 고가진료시장이 일정 부분 형성될 경우 건강보험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으로 말미암아 강제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에 대한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탈퇴압력이 강화될 것이며, 한편으로는 민간의료보험이 이를 대체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인 바 사회연대성이 핵심인 건강보험의 건강성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여섯째, 이러한 제반 양상들은 ‘경제특구’가 대한민국의 헌법 및 법률의 적용이 배제되는 치외법권 지역이 아닌 한, 근본적으로 국내의료기관에 대하여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며, 이렇게 될 경우 정부는 경제특구법상의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를 폐지하거나 아니면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당연요양기관제를 폐지하고 요양기관 계약제를 채택하여야 하는 선택의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특히 필자는 정부가 법률개정 작업을 하면서 당연요양기관제를 지켜 내기 위하여 범 정부적 차원에서 대응하였던 2002년도와 현 상황을 비교할 때 건강보험에 있어서의 당연요양기관제를 폐지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당연요양기관제의 폐지에 귀결되는 이와 같은 경제특구법 개정을 하였다는 것을 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

일곱째,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보험인 건강보험하의 당연요양기관제와 보험수가제를 전제로 한 전국민 의료보장은 붕괴되어 비급여 고가진료와 보험환자를 중심으로 한 저가진료 시장으로 시장이 양분됨으로써 의료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며 결국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은 그 근간에 있어서 붕괴되거나 심각한 붕괴의 위기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점을 종합하여 볼 때, 개정법률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내국의료기관들에 대하여는 건강보험의 당연요양기관으로 묶어 놓은 상태에서 보험수가만으로 의료보수를 받게 하고 외국인에게는 국내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개설 자격에 대한 특례까지 보장하면서 당연요양기관에서 제외하여 주고 자신들이 책정한 임의적인 의료보수를 받도록 하면서 내국인 진료를 하게 하는 특혜를 주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특혜가 내국의료기관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되지 않으려면, 해당 외국의료기관과 내국의 유수의 의료기관간의 의료보수상의 차이를 두어야 할 객관적인 사유(가령, 국내의료기관은 낮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므로 건강보험상의 보험수가를 받아야 하고, 외국의료기관은 매우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므로 보험수가가 아닌 자신들이 책정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점 등)를 정부는 국민들에게 충분하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나, 이에 대하여는 현 정부는 그 누구도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적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조차 검증되지 않는 ‘의료허브’라는 기치 아래 현 정부의 동북아 중심의 경제 정책의 상징인 ‘송도 신도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부수적인 도구로서 개정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여 그 시행을 앞 두고 있다. 그러나, 경제특구법상의 개정법률이 을 통하여 현 정부는 전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실험을 한 것이며, 앞으로 수년 내에 정부의 이와 같은 심각한 정책적 과오는 국민들과 의료계, 나아가 정부 스스로도 치유하기 어려운 건강보험을 둘러 싼 심각한 갈등을 야기할 것이며, 이에 대하여 현 정부는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책임질 수 없는 무모한 실험인 개정법률은 즉각 폐지되거나 적어도 그 시행을 유보하여야 할 것이다.

이찬진 / 변호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인권 · 법제담당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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