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02-10   796

사회적 일자리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1. 들어가며

현재 우리사회에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을 매개로 사회서비스부문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사회적 일자리란 정부가 재원을 부담하고 비영리민간단체가 주도하며 실직빈곤층이나 장기실업자에게 제공되는 사회서비스부문 일자리를 지칭한다. 그리고 최근 정책추진과정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발전시키기 위해 자체적인 수익창출구조를 갖춘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설립을 촉진하는 정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정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일자리를 자체적인 수익창출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전략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전화하는 방안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현재 사회적 일자리의 실태와 문제점을 정리하고, 사회적 기업의 제도화 및 지원방안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2. 개념정의의 문제

사회적 일자리와 관련해서 사용되고 있는 각종 개념은 명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경제(social economy), 사회적 일자리(social employment),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 사회적 일자리 사업단(social employment programe) 등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 사회경제는 수익이나 형평성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경제나 공공경제와 달리, 사회연대성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또 하나의 경제영역을 지칭한다(Jean-Louis Laville). 사회경제는 비영리적 성격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Non-Profit Sector와는 구분해야 한다.

– 사회적 일자리는 <비영리민간단체가 고용의 주체가 되어 사회적 유용성을 갖는 서비스를 공급하며, 수익의 공평배분 원칙을 고수하는> 일자리를 총칭한다(Carlo Borzaga). 이는 현재 프로그램으로 추진되는 사회적 일자리나 사회적 기업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광의의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사회적 기업은 <합법적인 기업형태와 경영모델을 갖추고 사회적 유용성을 가진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배분의 공평성을 유지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Social Enterprise London). 그리고 그 형태는 국가마다 다른 법적 근거에 의해 규정되며, 주로 노동자협동조합과 제3의 법인(영국의 지역공동체 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 사회적 일자리 사업단이란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정부나 기업 등의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지칭하며,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나 복지부의 자활근로사업 등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3. 사회적 일자리의 필요성

사회적 일자리와 사회적 기업을 필요로 하는 배경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최근 우리사회는 고용창출 없는 성장, 노동배제계층의 증가, 빈부격차의 심화, 인구ㆍ가족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서비스 수요증가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빈부격차 완화가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사회적 일자리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나타난 것이다.

사회적 일자리는 한편으로는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실직계층에게 근로기회를 제공하며, 사회서비스(특히 보건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빈곤층 및 취약계층에게 필수재적인 사회서비스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복합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물론 하나의 정책에 두 가지 이상의 정책목표를 담는 것과 관련해서 그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지출 증가가 필요한 상황에서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투입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반론 또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사회적 일자리가 기대했던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현황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크게 노동부에서 실시하는 사업과 보건복지부 자활사업에서 실시하는 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좁게는 주로 노동부가 시행하는 사업을 지칭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들 일자리는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로 참여자의 노동력을 일괄 구매하여 공익성이 높은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노동부 사업은 저소득층 실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임금을 지불하지만, 복지부 사업은 실직수급자와 차상위층을 대상으로 하고 수급자에게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급여를 제공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연간 창출되는 사회적 일자리의 규모는 2006년 현재 노동부 사업이 약 4천개, 복지부 자활사업이 약 13천개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일자리 사업이 실시되는 분야는 다양한 사회서비스분야 중 보건복지서비스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04년 현재 사회적 일자리의 80%이상이 보건복지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다. 주요 사업은 복지간병사업, 재활용사업, 급식사업, 학교청소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참여자는 여성이 전체 참여자의 84%를, 40대~50대가 약 55%를, 고졸자가 43%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참여자의 만족도를 살펴보면, 참여자간 의사소통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소득과 복리후생에 대해서는 낮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사업성과는 실직빈곤층의 빈곤탈출 및 빈곤완화 효과와 기술터득을 통한 취업능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5. 사회적 일자리의 문제점

하지만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 공공부문이 사업비와 인건비의 전부를 보조하는 현 일자리에서 자체적인 수익창출구조를 갖춘 일자리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전략과 전망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 단계에서는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사회보장 기능을 민간이 위탁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서비스부문 시장형성을 통한 고용창출이라는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 사회적 일자리가 사업추진 과정에서 기존의 시장과 충돌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임금근로자나 영세자영업자와의 경쟁이 발생하는 경우, 사회적 일자리 사업이 보다 우세한 지위를 점유하게 될 개연성이 있다. 그리고 이는 시장교란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 셋째, 사회적 일자리 사업 대부분이 공익성을 담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업자나 영리법인으로 등록하여 운영함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것은 사회적 기업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부문의 일자리가 극단적인 형태로 양분화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 밖에도 현재 사회적 일자리 프로그램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함에 있어 초기 사업자금의 부족과 창업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의 부족 문제를 지적할 수 있으며,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임금체계 또한 참여자의 자기개발노력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6. 사회적 기업 육성정책의 목적과 원칙

사회적 일자리를 매개로 사회적 기업 설립을 촉진하는 정책은 노동양극화 과정에서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실업자 및 실직빈곤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노동통합(Work Integration)을 실현하고, 소득양극화로 빈곤에 시달리는 계층에게 사회적 일자리 참여를 통해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고 사회서비스 공급을 통해 지출을 절감하게 하며, 시장을 통해 구입하기 힘들고, 국가도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지역차원의 사회연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에 입각하여 정책을 설계ㆍ추진해야 한다. 사회적 일자리는 공급주체 또는 이해관계 당사자의 협력이 관건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민ㆍ관 협력의 원칙과 목표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방적인 지원과 수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목표와 전략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차원에서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정책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비영리민간차원에서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해 <탈상품화된 일자리 창출방식과 서비스 공급방식>을 강화함으로써 사회경제부문을 육성하려는 목표를 가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러한 목표가 공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7.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과제와 전략

사회적 일자리를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 여섯 가지 과제를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 첫째, 사회적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부문의 일반적인 일자리의 성격을 명확하게 구분함으로써 모든 일자리가 사회적 일자리로 간주될 개연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 둘째, 사회서비스의 수요를 보다 정치하게 추정해야 한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은 잠재적인 서비스 수요를 파악함으로써 공급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셋째, 사회서비스 공급확대를 위해서는 장기실업자 및 실직빈곤층의 취약한 인적자본을 개발하는 훈련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은 사업에 대해서는 교육과 평가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기술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넷째, 사회서비스부문의 시장형성을 통한 추가적인 고용창출을 위해 사회서비스에 대한 구매를 촉진할 수 있는 각종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노인수발보장제도 등.

– 다섯째, 시장의 특성과 공급자의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업종별 사회적 기업 설립‧운영모형을 구축해야 한다.

– 여섯째, 사회적 일자리를 매개로 사회서비스부문의 고용창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단체와의 협력ㆍ지원체계를 개편ㆍ강화해야 한다. 불필요한 간섭을 최소화함으로써 비영리민간단체들이 자율적으로 사업성과를 나타낼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8. 사회적 기업의 제도화

한국사회는 어떠한 형태로 사회적 기업을 제도화할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해서는 크게 협동조합법을 제정하자는 주장과 사회적 기업법을 제정하자는 주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기업을 육성법을 제정하는 경우, 사회적 기업법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후자의 주장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판단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사회적 기업은 협동조합이 전환하는 형태가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시민단체가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협동조합법을 제정하더라도 시민단체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서 사회적 기업에 상법상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우리사회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큰 실익이 없다고 판단된다. 즉, 사회적 기업의 양적‧질적인 성장 없이 상법상의 새로운 법인격으로 법제화 하는 것은 실익이 없는 도약일 수 있다. 더욱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직의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점에서 우리사회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증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지원방식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적 기업 인증제도란 일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시민단체나 협동조합 등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함으로써 그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선별장치를 의미한다.

9. 맺으며

현재 우리사회는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복합적 효과를 추구하는 시너지 전략을 고수할 것인지, 사회적 일자리를 실직빈곤층을 위한 고용창출에 국한하는 최소주의전략으로 국한시킬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하지만 딜레마는 후자의 선택을 하는 경우, 기존 자활사업과 별다른 변별력을 갖기 힘들며, 사업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이 점에서 향후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은 사회서비스 시장형성을 촉진하고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서비스부문의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재원투입의 중단기 전략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분명 현 시점에서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에 대한 재원투입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재원투입에 앞서 이를 통해 거둘 수 있는 기대효과와 추진전략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서비스부문의 시장형성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도입과 사회적 기업 제도화는 이 추진전략의 핵심에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은 시민단체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필요로 한다. 분명 현 사회적 일자리 프로그램은 저임금의 단기일자리라는 한계를 안고 있으며, 이를 양질의 일자리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 일자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자원동원을 통해 실현될 것이다.

노대명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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