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4-15   1439

[심층분석1] 장애인차별금지법 5년, 변화와 과제

장애인차별금지법 5년, 변화와 과제

 

유동철 l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한국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금지법령 중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차별금지법이다. 더불어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매우 모범적인 인권기구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장차법의 제정과 시행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소중한 역사적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기존의 장애 관련 법령들이 복지적 시혜조치라는 면에 중심이 두어져 있었다면 장차법은 권리에 기반을 둔 사회적 모델을 그 이론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면에서 한국의 장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뤄낼 수 있는 기초를 만든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시행 5주년이 되는 올 4월까지 그 동안 진행되었던 사실들을 돌이켜보면 성과와 함께 분명한 한계도 눈에 띈다. 여기서는 간단히 성과 측면에서의 변화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간단히 짚어보자.

 

장차법 시행이 남긴 변화와 과제

 

미진한 차별 예방, 적극적인 권리회복 노력

 

변화

장차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예방하는 것이다. 장차법이 시행되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2008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장애란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5.0%였으나, 2011년 같은 조사에서는 39.9%로 오히려 증가했다. 물론 2008년 조사에서는 응답 선택지 중 ‘보통이다(11.6%)’가 포함되어 있고, 2011년 조사에서는 빠져있어 단순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느끼는 차별 정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이러한 추이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어느 정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8년 조사에서는 ‘많다’고 응답한 장애인이 79.7%인 반면에 2011년 조사에서는 80.7%였다. 물론 이 조사문항의 응답 선택지에서도 2008년에 포함되었던 ‘보통이다(14.8%)’라는 선택지가 2011년에는 삭제되었다.

 

이러한 미미한 변화는 장차법에 대한 미미한 인지도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고 나면 가장 필요한 것이 새로운 법률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다. 사실 그 동안은 장차법의 홍보와 교육에 집중했던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건복지부, 장추련을 위시한 장애인단체들이 장차법의 홍보와 교육에 매우 열성적이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을 할 만하다. 공무원, 복지시설, 사업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많은 홍보와 교육이 있었으며, 동영상 자료, 리플렛, 만화, 해설서, 연구자료 등 많은 자료들도 생성되었다. 가이드라인과 해설서를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따로 만들 정도로 경쟁적으로 많은 일들을 만들어 왔다.

 

그렇지만 결과는 초라해 보인다. 2009년 2월 보건복지부가 연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에 의뢰한 조사에서 장차법에 대한 인식은 장애인 중 30.1%가 최소한 들어 본 것으로 나타났지만, 2011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에서는 29.1%로 나타나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표본이 틀리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큰 변화는 없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차법을 인지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장차법 시행 이후 장애인들은 차별로 인해 침해된 인권을 구제받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이런 행위 변화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진정건수가 대폭적으로 늘어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장차법 제정 후 1년 동안 장애차별 진정건수가 그 이전 7년 동안의 진정건수를 넘어설 정도였다. 이후에도 진정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9년에 710건, 2010년에 1,649건, 2011년 874건의 진정을 제기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장추련이 주도하고 있는 ‘집단진정’이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제

장차법에 대한 인지도와 차별예방효과는 큰 변화가 없다. 따라서 인지도를 대폭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장애인단체, 장애인복지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서 일하는 전문가들과 전국적인 협약을 맺고 사업체와 학교를 일괄적으로 홍보해 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몇 몇 단체나 일개 부처가 아니라 거국적인 홍보전략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범정부적 대처의 증대

 

변화

장차법 시행 이후 관계부처로 구성된 「정부합동대책반」을 통해 각 분야의 준비사항을 점검하고 향후 방향을 논의하는 등 일원적 관리체계가 가동되어 왔다. 「정부합동대책반」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여성부, 국토해양부, 국가보훈처, 금융위원회,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이상 15개 부처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장애인차별개선 모니터링」,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상충되는 법령 및 제도를 정비, 분야별 ‘차별예방 가이드라인’ 마련 등에서 협력해 왔다.

 

과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대부분의 정부부처의 업무영역에 걸쳐 일어나고 있으므로, 범정부적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합동대책반에는 부처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끌고갈 수 있는 핵심이 없다.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에서 이를 조정자의 역할을 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범정부대책이라기보다는 부처이기주의의 모습을 내비치기도 한다.

 

따라서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에서 이를 주재해 갈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특히, 장차법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권리구제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의사소통이 잘 안되고 서로 경쟁적으로 업무영역을 확보하려는 모습은 다소 안타깝게 보인다.

 

중복적인 모니터링

 

변화

장차법은 예산을 투입하는 법률이 아니라 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이다.  따라서 예산을 통해서는 장차법의 이행 정도를 알 수가 없으며,  장차법의 효과성을 알기 위해서는 별도의 모니터링 절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1차 체계마련 연구용역을 마치고 장추련과 함께 2차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국가인원위원회에서도 모니터링 지표를 만들고 모니터링단을 구성하거나 장애인단체를 활용하여 모니터링을 시작하였다.

 

과제

모니터링이 시작되었지만 법률적 근거도 없고, 무엇을 모니터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합의가 없으며, 모니터링의 주체도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보건복지부는 정책이행 성과와 차별인식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하여야 할 것이며, 권리구제기구에 대한 모니터링은 민간 장애인단체에서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미진한 장차법 상충 법령 정비

 

변화

2009년 3월 정부합동대책반은 장차법과 상충되는 법령을 정비할 필요성을 공유했다. 이미 민간영역에서는 장차법과 상충되는 수많은 법령들을 제시한 바 있었다. 2009년 3월 3일에는 시작장애인을 위한 파일 보급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도서관법과 저작권법이 개정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과제

장애인차별금지법과의 상충법률 조사에 의하면 상충규정이 가장 많이 나타난 분야는 정치․행정분야에 해당하는 ‘헌법/국회/선거․정당/행정일반/국가 공무원 분야’로서 전체 상충법령 건수의 27.9%를 차지함. 그 다음으로 ‘사회복지 분야’(10.9%), ‘교육․학술/문화․공보/과학․기술 분야’(10.1%), ‘법원/법무 분야’(8.5%) 순으로 나타났다. 상충규정은 20개의 주무부처에 두루 걸쳐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본격적인 검토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민주당 박은수의원의 개인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인상이다. 상충법률의 개정에 있어서 기준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맞도록 하는 것이다. 장차법의 인권 정신에 맞추어 상충법령들을 개정해 나가는 구체적 일정과 추진주체를 잡아가야 할 것이다.

 

사실 장차법21조3항을 의무조항에서 임의조항으로 바꾼 것을 보면 상충법률들을 보건복지부에서 어떻게 잘 정비해 나갈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관심의 부족

 

변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법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차별뿐만이 아니라 인권침해부분도 규정하고 있으며, 지적장애인과 관련되어서는 이러한 침해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장차법 제30조 가족, 복지시설 등에서의 차별금지와 제37조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는 침해부분이 강조되어 있는 조항이며 지적장애인과 직접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지적장애인의 차별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교육영역에서의 통합교육부분과, 재화와 용역의 이용에 있어서 차별금지 부분이 위원회의 진정사건으로 다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과제

그러나 장차법이 자기결정권의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지적장애인에 대한 다른 영역의 차별을 거의 거론하고 있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은 쉬운 동영상이나 만화 등의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자기결정권을 지지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지만 구체적인 보완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풍성하지만 2% 부족한 가이드라인

 

변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09년 정당한 편의제공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행안부에서는 웹접근성 지침을 만들었고, 노동부에서는 고용 영역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과제

그러나 아직 장차법의 내용을 매우 구체적인 생활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그간 장차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규정된 ‘정당한 편의’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해석상 혼란과 실효성 확보의 곤란이 지적되어 왔다. 부담주체별 구체적인 행위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허울뿐인 시정명령심의위원회

 

변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시정명령 여부를 심의하는 시정명령 심의위원회가 2008년 5월에 법무부 산하에 구성되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에 대한 위촉식이 있은 이후 위원회는 거의 활동이 없다.

 

시정명령은 장애계가 매우 지난한 논쟁 끝에 겨우 마련된 조항이다. 장애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권리구제수단이지만 거의 아무런 활동이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시정명령심의위원회에 장애인 당사자나 전문가 그룹을 강화하고 심의위원회를 심의위원들의 과반수 동의가 있으면 소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국가인권위원회

 

변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11년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차별 진정건수는 1,802건인데 이 중 장애차별로 인한 진정건수가 874건으로 전체의 48.5%를 차지하고 있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처리율은 약90%에 해당된다. 특히 장차법 시행 이후 장애인의 차별진정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조사관의 양적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원 중 21% 인원 축소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더 업무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과제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차별조사과 인원을 대폭 증원하여야 한다. 장애계에서는 최소 60-70명 정도의 인원이 보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가며

 

장차법이 시행되면 장애차별이 감소하고 통합적 사회가 성큼 앞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 경향은 요지부동인 상태에서 일부 장애인들만 적극적으로 권리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정부차원에서도 많은 형식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체감온도를 높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해오던 노력들에 박차를 가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기구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자신의 권리옹호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권은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어 가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인식의 변화에 따라 점차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간다. 여기에 인권의 진보성이 있다. 인권의 진보성을 인정하고 인권의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인권을 둘러싼 무수한 논란과 담론의 형성이 필요하다. 인권에 관한 지배적이고 독점적인 권한을 지닌 기구만으로는 이러한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민간단체들의 자발성과 진보성의 에너지를 흡수해야 하고 민간단체들은 책임있는 옹호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민간단체 중심의 P&A(Protection & Advocacy)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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