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4-15   1097

[동향3] 한국의 대학개혁과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 모색

한국의 대학 개혁과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 모색

 

김정인 ㅣ 춘천교육대학교, 참여연대 부운영위원장

 

2012년, 대학 공공성의 위기

 

이명박 정부 집권 5년차인 2012년 한국의 대학 개혁을 놓고 정부의 선진화 논리와 교수와 학생 단체들이 주장하는 공공성 논리가 전에 없는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정부는 근본적으로 대학의 학문과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은 대학 선진화 정책을 내세우며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대학 교육의 공공성에 위기를 초래했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2012년 7월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국공립대 통폐합과 부실 사립대 퇴출 등을 명목으로 시장 영역이 대학을 식민화할 수 있는 길을 확실히 보장해 주었다. 우선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는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삼일회계법인, 현대자동차, 삼성경제연구소,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시장 영역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나아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에 무관심한 이들 시장주의자들은 취업률과 충원률 중심의 기업 경영 평가식 지표로 대학을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대학의 고등교육 공공성 확보와는 거리가 먼 기업용 잣대를 대학에 들이대면서 대학은 이들이 제시한 기업 논리를 좇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둘째, 이명박 정부는 한국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학의 입장을 옹호하는 차원을 넘어 비리 사학 재단을 비호하는데 앞장섰다. 사학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출범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본래의 임무를 망각하고 사학비리를 공공연히 옹호하고 사학비리집단에 면죄부를 발급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사분위는 사학비리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의 정상화를 심의하는 정부기구인데 이 정상화라는 것이 과거 사학비리로 쫓겨났던 비리주범들에게 다시 학교를 되돌려주어 학교를 사학비리의 온상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임시이사 체제 하에서 지난날의 사학비리 오명을 벗고 안정을 되찾아 건실하게 운영되면서 발전을 거듭하던 사학들이 다시금 분규에 휘말리는 퇴행적인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렇게 사학비리를 옹호하는 사분위와 사학비리를 수수방관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 이면에는 사학을 공공재화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학 설립자나 운영자의 사유재산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깔려 있다.

 

셋째, 국립대 선진화를 명목으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함으로써 국립대의 자율성과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재정적 인센티브를 이유로 국립대를 압박하고 식민화하는 데 앞장섰던 교육과학기술부의 결정적 카드가 바로 총장 직선제의 폐지였다. 1980년대 대학민주화운동의 최대의 성과물로서 20년 이상 운영되어 정착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탄생한 총장 간선제는 국가와 시장 영역의 간섭과 통제에 훨씬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의 관료주의적 통제로부터 그나마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했던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과정에서도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대학에 예산과 인사에 있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며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돈으로 매수하는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대학 개혁과 고등교육의 공공성 제고 방안

 

한국에서의 대학 개혁은 세계에서 GDP 대비 가장 비싼 등록금,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의 교수1인당 학생비율(31명),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의 국공립대비율(20%),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의 고등교육 투자 비율(GDP대비 0.6%)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고등교육은 국민 개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기에, 반드시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대학등록금은 국민 누구나 큰 부담 없이 고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야 하며, 고등교육은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등교육기관의 성취도가 단순히 취업률・재학생충원률 등 시장적 잣대로 측정되어서도 안 된다. 경쟁중심의 대학정책, 시장중심의 교육비 부담 정책 및 사학중심의 공급정책을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맞게 고등교육이 개편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보편교육으로서의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재정 지원의 확대가 시급하다. 사회와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는 공적인 영역인 대학교육을 국가가 투자의 80%를 사학재단에게 맡기는 것은 사실상 국가가 책임의 회피를 넘어 방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OECD국가의 평균 고등교육투자비율(GDP대비 1.2%)로 정부가 대학교육지원을 늘려야 한다. 재정 지원은 보편적 반값등록금을 실현하여 학생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반값등록금이라는 공적 자원을 지원받는 사립대학들이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개혁 조치들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한편, 대학 개혁 안과 관련한 제안으로는 첫째,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안이 있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안은 국공립대학을 기존 거점대학 중심으로 학구(學區)별로 통합하여 네크워크를 형성하고, 학구 별로 학생을 모집하여 공동 학점을 부여하고 공동 학위를 수여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교수의 경우는 소속 대학과 네트워크 내 대학에서 순환 근무를 하며 정기교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내 교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숙사 등 시설의 절대적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안은 학구 내 국공립대학(정부지원을 받는 사립대학 포함) 대학을 교육 중점 대학, 연구 중심 대학, 평생교육․사회교육․직업교육 등을 위한 대학 등으로 3등분하며, 연구 중심 대학의 경우는 학구별로 특성화를 유도하여 집중 육성하는 등 학구 내에서의 역할 분담과 학구별 경쟁을 유도하여 궁극적으로는 대학 서열 체제를 완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권역 내에서 거점 대학 등이 특성화․전문화에 필요한 전문 교수 인력과 시설 등을 갖추면서 네트워크화를 하려면 현재 양적으로 전체 대학의 20%(학생수의 25%) 정도에 그치는 국공립대로는 기대효과를 실현하기 어렵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논의에서도 최근에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정부 지원형 사립대학을 네트워크화 논의에 포함시키고 있다.

 

둘째, 대학의 80%가 사립대학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 대학 개혁의 핵심이라 보고 이를 반값 등록금 실현을 결합시킨, 반값등록금 실현을 전제로 한 정부지원형 사립대학 확대 방안이 있다. 이는 곧 국공립 및 정부지원형 사립대학의 비율이 전체 대학의 50%를 차지하도록 개혁하자는 주장이다. 그래야 국공립대 통합 네크워크안도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지원형 사립대학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①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의 학생수를 학생 총정원의 30% 수준으로 끌어 올리되, 지방 사립대학의 경우는 선별적으로 국ㆍ공립화한다. ② 비리․부패 사학은 퇴출시키고 자발적인 전환 의사가 있는 사학을 국ㆍ공립대학이나 평생교육기관으로 전환한다. ③ 반값 등록금 정책과 연계하여 반값등록금 비용 및 경상비의 2분의 1을 지원하고 학교법인 이사의 최소 3분의 1에서 최대 과반수까지를 개방이사(공익이사)로 선임한다. ④ 자발적인 구조 조정 의사가 있는 지방 사립대학부터 재정지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설립ㆍ운영은 민간(학교법인)이 하는 구조로 전환한다 등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런데, 국가 예산이 투여되는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으로 존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 운영과 회계에 있어서 공공성이 제대로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기된 것이 대학운영위원회라는 기구이다. 대학운영위원회는 사립대학 이사회 추천 위원, 정부추천 위원, 교수회 대표, 교직원 대표, 학생과 학부모 추천 위원, 지방자치단체 추천 위원 등 30-50인으로 구성되어 학교 재정의 예산․결산, 총장의 임명, 총장 추천의 교직원 임명의 승인 등 대학 운영 전반에 관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 경우, 사립대학 재단법인 이사회는 법인의 출연에 의하여 소유하고 있는 대학시설과 기타 여러 수익사업이나 건축물, 부동산의 소유와 관리 등이 주된 업무이어야 하고, 대학운영의 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사립대학 재단법인도 대학운영의 주요한 이해관계자이므로 이사회가 추천하는 자가 대학운영위원회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반값등록금과 연계된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의 확대 과정은 부실한 사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이루어질 때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라는 의미를 더욱 제고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이 제안된 바 있다. ① 매년 사립대학을 대상을 경영진단 지표를 적용․평가하고, 경영 진단 지표가 일정기준 이하라고 판단되는 사립대학 등에 대하여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② 부실경영 대학으로 퇴출이 불가피한 사립대학은 1차적으로는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와 협약을 체결하여 국공립대학화 하거나 정부지원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하도록 한다. ③ 경쟁력이 전혀 없어 존속이 어려운 부실한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구조조정을 거치도록 한다. ④ 제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사립대학의 폐쇄와 기존 시설을 해당 행정구역내의 국공립대학에서 인수하도록 하도록 한다. ⑤ 비리대학은 비리와 관계된 사립대학 재단법인 이사들의 이사 취임을 영구 또는 장기간 제한하고 정부재정의 추가적인 지원을 전제로 정부지원형 사립대학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도록 한다.

 

이처럼 대학 개혁을 통한 고등교육 공공성 제고 방안은 국공립대학 통합 네트워크 방안이든 반값등록금 실현을 전제로 한 정부의존형 사립대학의 확대 방안이든 모두 사립대학 위주의 대학 교육이라는 구조적 특질을 깨뜨리는 방향을 추구할 수밖에 없으므로 실현 과정에서 사학을 중심으로 구축된 대학권력과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의 탐색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대학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는 점이다.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와 관련된 방안으로는 첫째, 대학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할 것을 표방했다. 고등교육 재정 지원 수준을 OECD 평균 인 GDP 대비 1%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확보된 재원으로 지방대학을 특성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한 대학을 집중 육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지방대학 특성화와 관련해서는 국공립대 네트워크 안의 세부적 내용을 상당히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라는 거시적 틀을 빼고 지역거점대학 육성사업, 지방대학·학부·학과 특성화사업, 지역산학협력사업, 지방대 장학 지원 사업, 지역대학 출신 채용할당제 도입 등을 차용했다. 한편, 평가방식에서는 지방대학에 불리한 일률적인 평가보다는 대학 특성에 맞는 평가가 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을 개선할 것임을 밝혔다.

 

이처럼, 고등교육 재정 확대를 표방하고 그 늘어난 재정을 지방 대학 발전 사업에 쓰는 방안과 반값등록금 대신 국가장학금을 확대하는 방안만을 내놓았지만, 사립대학을 포함한 대학의 구조 개혁을 통한 고등교육 공공성 확보 방안은 부재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사립대학 구조 조정과 개혁의 의지가 부재하다는 것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대학 개혁이 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사실상은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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