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12-01   238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66호

편집인의 글

 

김아래미 복지동향 편집위원,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비스마르크가 세계 최초로 노령폐질연금을 도입했던 1889년의 평균 기대수명은 49세이었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70세이었다. 사회주의 세력의 약화와 노동자 포섭을 위해 연금제도를 도입했을 뿐 연금을 줄 생각은 없었던 셈이다. 노후 소득보장을 하고자 했다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49세 이전이어야 했다. 그때는 제도 설계 역량도 낮았고, 의도도 불순했다고 치자. 그러면 130여 년 동안 지속되고 발전해온 사회복지제도의 현재 연령기준은 적절할까? 안타깝게도 사회복지제도와 연령의 불일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불일치는 사회안전망을 불완전하게 만들고 국민의 인간다운 삶 영위를 방해하고 있다.

사회복지제도에서 연령은 어떠한 대상에게 배분할지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이며,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첫째, 연령은 사회복지제도가 필요한 대상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사회복지제도는 그 제도가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연령을 모두 포괄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소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최근 청년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청년정책이 늘고 있는데 청년은 도대체 누구인가? 서울시 청년수당에서 청년은 19~29세이고, 2020년 2월 제정된 『청년기본법』에서 청년은 19~34세이며, 청년전용창업자금에서의 청년은 39세까지이다. 각 정책의 목적에 맞게 대상이 설정되어 있는가? 혼란스럽지 않은가?

둘째, 연령은 생애주기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2조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생애동안 삶의 질을 유지ㆍ증진할 수 있도록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 생애주기를 욕구별로 구분하여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유아, 아동, 청소년, 청년, 중년, 노인으로 구분되어 왔는데, 이는 시대에 부합하는가? 기대수명이 100세까지 증가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연령집단 구분은 더 세분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2015년 UN이 제시한 새로운 연령기준에 의하면, 18~65세가 청년이고, 66~79세가 중년, 80~99세가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인데 대한민국에서 노인은 여전히 65세 이상부터이어야 하는가? 인간의 생애주기 변화에 따라 연령별 욕구도 재진단해봐야 하지 않을까?

셋째, 연령은 사회복지제도의 욕구와 자원의 불일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편법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사회복지제도는 그 제도를 필요로 하는 모두에게 이용 기회를 제공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재정조달의 어려움, 전달체계의 미흡 등으로 자원이 불충분한 경우가 있다. 이때 연령기준을 제한함으로써 욕구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예로, 아동수당에서의 아동은 『아동복지법』에 의한 18세 미만의 아동이 대상이 되어야 하나 『아동수당법』에서의 아동은 7세 미만이다. 또한 사회복지제도가 충분한 자원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만 사용될 때, 즉 생색내기용 제도인 경우에도 연령기준을 제한한다. 어떠한 이유이든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연령은 전달체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생애주기별로 세분화되어 있는데, 각 영역별로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하여 대상 연령집단의 범위를 최대화하고 있고, 이는 대상중복의 문제, 자원 낭비 등 다양한 정책의 비효율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대상중복이 일으키는 혼란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영역이 축소될까봐 이를 해결하지 않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또한 연령집단별로 전달체계가 다르게 운영됨에 따라 서비스 배제, 서비스 전달체계의 분절성 문제도 나타나고 있으나, 영역별 집단이기주의가 작동하면서 이용자 중심의 통합적 전달체계 논의도 부진하다.

이와 같이 사회복지제도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연령은 다양한 논쟁점들을 안고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다양한 논쟁점들 중에서 전 세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인연령 상향 이슈, 아동청소년연령에 대한 법ㆍ제도의 불일치라는 오랜 이슈, 홈리스로 인정받고 있지 않았던 홈리스청소년 이슈,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고령장애인의 장애인활동지원 이슈를 짚어보았다.

먼저,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저출산ㆍ고령화 시대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노인연령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노인연령 상향과 사회보장제도의 관계 및 대안을 제시하였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용어와 정의가 32개 법률과 35개 조항에서 얼마나 상이하며, 이러한 차이가 야기하는 혼란을 지적하였다. 또한 아동청소년 관련 용어와 정의의 법적 일관성과 부처 통합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마한얼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가출청소년으로 불리는 홈리스청소년들이 어떻게 홈리스제도에서 배제되어 왔는지를 지적하고, 홈리스청소년 인정과 동시에 아동청소년의 주거권 보장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마지막으로 임소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은 연령이 65세에 도달하였다는 이유로 인간다운 생활의 영위를 위협받고 있는 고령장애인의 문제를 지적하고,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제도 선택권을 부여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뉴노멀사회가 도래하고 인간의 욕구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사회복지제도는 예전 초기의 방식과 논리에 머물러 있다. 연령의 측면에서 제도가 애초에 잘못 설계되었거나 현 시점에서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 제도가 미치지 않아도 바뀌지 않고 있다. 무책임하다. 제도이용자를 중심으로 제도를 과감히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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