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4-01   188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70호

편집인의 글 : 복지 강화를 위한 대안적 분권

 

이주하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

 

4월은 야구팬들에겐 반가운 시즌이며, 올 해의 큰 뉴스는 신세계그룹의 야구단 인수와 함께 역대 KBO리그 최고 연봉으로 추신수 선수를 영입한 것이다. 추신수 선수가 국내 어느 팀으로 복귀하던 소득세 비율은 차이가 없지만,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텍사스 레인저스에서는 연방(정부)소득세만 내면 되지 주(정부)소득세는 0%인 반면, LA 다저스나 뉴욕 양키즈라면 추가적으로 각각 13.3%와 8.82%의 주소득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일환으로 최근 들어서야 자치경찰제의 도입을 준비 중인 한국과 달리, 주별 법률 자체가 다른 미국은 미드의 유행에 일조한 ‘CSI’ 시리즈(라스베가스, 마이애미, 뉴욕)처럼 분권화된 지역경찰제가 근간이며, 미드의 원조인 ‘X 파일’의 FBI가 중앙정부 차원의 경찰에 해당한다. 연방국가가 아닌 동아시아 발전주의 국가의 경우에도 분권은 서로 상이한 역사적 유산 속에서 진행되어 왔다. 일례로 막부시대 이래 봉건영주격인 다이묘의 영향력이 강했던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중앙집권적 근대국가 수립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비해 지방분권적 전통이 강한 편이다. 

 

자치분권은 과거 한국의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침해된 민주주의 가치를 복원하고 주민자치를 실현해주는 촉매제이자, 지방소멸 시대에 균형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분권은 집권에 비해 좋은 것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방자치제 부활이 민주주의와 (오우츠의 분권이론에서 강조된) 효율성의 유의미한 개선을 자동적으로 보장하진 않았다. 더욱이 복지분권의 경우 보다 세심한 고찰이 필수적인데, 1980년대 이후 서구 복지국가에서 분권화는 중앙정부의 책임을 덜어내고 복지축소가 가져오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blame avoidance)으로 사용되곤 하였다. 이러한 분권화 전략은 복지선진국에 비해 국가복지가 상대적으로 덜 발전한 한국의 경우 한층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지난 참여정부의 복지분권도 그 본래의 의도와 무관하게 지자체의 복지에 대한 자치권한은 늘지 않고 재정부담만 가중되는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결국 분권 그 자체 보다는 역사적·제도적 조건과 정치체제의 특성을 바탕으로 복지강화를 위한 분권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참여연대 전(前) 사회복지위원장인 윤홍식 교수는 복지국가의 확대와 분권을 통한 지방정부 역량 강화라는 이중과제를 강조하면서, 한국의 역사적 유산에 기초한 이념적/대안적 분권 모형을 제시하였다. 즉 시민의 관점에서 사회적 위험의 성격(보편적 & 선별적)과 복지급여 제공주체의 성격(전국적 & 지역적)이라는 2가지 차원을 구분한 후, 복지사무에서의 기획과 관리감독의 주체 및 재정부담의 주체를 입체적으로 조망하였다. 복지분권에서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자체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지자체가 어떤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고 대응하는지의 문제이며, 강한 중앙정부와 역량 있는 지방정부가 상호보완적으로 복지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김승연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검토되는 자치분권위원회, 행정안전부 및 더불어민주당의 재정분권안은 지방재정 확충(3.4조원)에만 급급하여 복지사업을 재정 빅딜에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영유아보육, 가정양육수당, 아동수당을 전액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은 보장성 약화와 지역격차 심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보편적 성격의 현금성 복지급여는 지방비 부담의무를 배제하고 전액 국고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이배 전문위원은 지방정부의 열악한 세입구조와 낮은 재정자립도 속에서 잘못된 재정운영방식 때문에 복지확대가 오히려 지방재정 위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중앙-광역-기초의 역할 정립을 전제로 복지사무 분담체계를 개편해야하며, 지방정부가 기획과 실행을 담당하는 것이 타당한 사업은 포괄보조방식을 통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신진영 사무처장은 어떤 방식의 분권이 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지방정부는 재량 없이 재정분담만 요구받는 과도한 국고보조사업으로 인해 자체사업 비율을 줄여나가게 되고 반 복지적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결국 국가사무의 전액경비 보상의 원칙을 통해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를 해결하여야 하며, 지방정부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지역정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사실 분권과 복지국가의 관계는 결코 단선적이지 않고 일반화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과 독일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상이한 분권시스템을 채택한 이들 국가는 강력한 중앙정부와 높은 수준의 지방분권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단방국가인 스웨덴은 복지분권에 있어서도 ‘우등생’인데, 자율성을 가진 지방정부가 공공부문 지출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동시에, 중앙정부의 통제와 감독 역시 결코 약하지 않다. 복지를 강화하는 분권화에 있어서 역설적으로 중앙정부의 역량과 책임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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