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11-01   403

[동향2] 백신 불평등의 최신 현황, 그리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동향2] 백신 불평등의 최신 현황, 그리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이동근 건강세상을위한약사회 사무국장

 

세계 역사 속에서 감염병은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다. 감염병이 한 국가의 종말을 만들기도 하고 르네상스와 같은 새로운 시대를 불러오기도 하였다. 이 중 가장 극단적인 결말을 보여준 사례는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지역으로 넘어오면서 전염병이 대확산된 사건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 따르면, 16~17세기 유럽인들이 남북아메리카를 식민화하던 시절에 그들이 옮긴 전염병으로 인해 원주민들이 굉장히 많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한두세기만에 전염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최대 95%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인들은 여러 이유로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던 천연두, 홍역 같은 질병이 원주민들에게는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반복된 위험을 가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저소득 국가들은 공급부족으로 대부분 백신 접종을 받지 못했지만, 유럽은 이미 국가별로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자유여행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감염병 위기 시기에 백신불평등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우리는 왜 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국제적 백신 불평등 문제

 

2020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10월 21일 기준으로 총 2억 4천만 명이 확진된 가운데, 여전히 매일 40만명 가량의 확진자와 6~8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 다행히 인류는 감염병을 대항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효과좋은 백신을 개발하였고, 또 지금도 수십 개의 백신을 개발 중이다. 개발된 백신은 국가별 구매를 통해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전 세계에 약 67억 회분의 백신이 접종되었다(10월 21일 기준). 

 

그런데 문제는 개발된 백신이 국가별로 매우 불공평하게 접근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소득 및 중상위소득 국가들은 접종을 원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이다. 일정수준 백신 접종률에 다다른 나라들은 방역지침을 완화하여 일상을 회복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영국은 7월 19일부터 모든 강제적 봉쇄 조치를 완화하여 소매점 이용은 물론이고, 결혼식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나 나이트클럽 등 유흥 시설의 영업제한 조지도 모두 해제하였다. 북유럽 국가들도 9월부터 대형행사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조치를 해제하였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은 백신접종 완료자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다중이용시설의 제한 조치를 완화하였다. 경제 지표도 다시 회복되는 추세다. 작년 연간 성장률 -10%를 기록했던 영국은 IMF에서 올해 성장률을 7%로 전망하였으며 작년 -6%를 기록했던 유로존 국가들도 올해는 4.6%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 호주, 유럽의 국가들은 2019년 경제규모를 어느정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백신을 구하기 힘든 나라들도 많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국가 대부분은 백신 접종률이 20%도 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을 완료한 국민은 단 1.4%에 불과하다. 해당 국가들은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의료진 조차도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10월 21일 브리핑에서 고소득 국가 의료 종사자 80%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지만, 아프리카는 10분의 1도 접종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백신 접종이 시작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수백만 명의 의료 종사자들이 여전히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것은 국제사회의 백신 공급을 통제하는 몇몇 국가와 회사들의 폐단적 단면”이라고 설명하였다. 의료진 조차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봉쇄조치 완화를 말하기 어렵다. 백신 접종이 지연되는 만큼. 경제 회복도 더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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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1] 국가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10월 22일 기준, 아워월드인데이터)

 

아프리카 지역의 코로나19 상황

 

우리는 보통 유럽발, 미국발 코로나19 뉴스가 국제 뉴스의 전부로 이해한다. 하지만, 백신 불평등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아프리카 지역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진 사례는 약 800만 건이며 매일 6천~4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하지만 WHO는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감염된 확진자는 보고되는 숫자보다 7배 정도 높은 59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반면에, 전세계의 17%에 달하는 아프리카인에게 접종된 백신은 전체 67억회 분 중 1억 8천만 회분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지역의 평균 백신 접종률은 5.3% 수준이다(10월 21일,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

 

더 큰 문제는 대유행으로 인한 빈곤과 기아의 증가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통제된 봉쇄조치, 여행 제한, 기타조치들은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그로인해 식량 및 기타 필수품의 접근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카메룬의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급여가 3분의 2로 삭감되었다고 하며, 봉쇄조치로 학교를 가지 못하는 많은 학생들은 무상급식을 제공받지 못해 채석장에서 일을 해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UN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로 2020년에만 기아 인구가 1억2천만 명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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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2] 기아를 겪는 인구의 증가(2021년 세계 식량 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

 

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들은 또한 백신을 구매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지출을 감행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를 위해 마련된 코백스(COVAX)라는 기구는 충분한 양의 백신을 국가들에게 보장해주지 못한다. 국가들은 어쩔 수 없이 백신 추가 구매를 나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소득 국가들은 일정 규모의 백신을 구매하기 위해서 국가 GDP의 약 5%에 달하는 금액을 지출해야 한다. 고소득 국가들은 평소 보건의료에 지출하던 금액의 1%만 더 지출하면 되지만,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50% 이상의 지출을 늘려야 백신 구매가 가능하다.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하려면, 사회복지나 보건·의료시스템에 투자되는 재정을 줄여야 할 것이다.

 

독점적 구조의 백신 구매시장

 

코로나19 백신은 10월 현재 총 14곳의 회사에서 개발에 성공하였다. 이 중 1억 회분 이상의 백신을 생산한 회사는 여섯 곳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그리고 중국회사 두 곳과 러시아 가말라야 연구소가 여기에 해당한다(9월 30일, 에어피니티 기준).

 

하지만 중국에서 개발된 백신에 대한 불신 문제, 인도 공장에서의 백신 수출 제한, 미국 공장의 생산 변동성 문제로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그로인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에서 개발된 백신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아졌고, 한국도 지난 8월 6000만회 분의 백신을 추가로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백신을 구매하려는 국가와 판매하는 회사 사이의 불평등한 구조가 발생한다. 각 국 정부는 감염병위기를 벗어나고자 백신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에, 백신을 생산하는 회사는 정부에게 불공정한 거래조건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격 및 계약조건의 불투명성은 물론이고,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면책권과 제3자로부터의 매매나 공여 금지 조건, 공급차질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도 요구한다. 미국 소비자단체인 퍼블릭시티즌에 따르면, 화이자는 계약 대금 미지급에 대한 중재결정을 자국 법원에서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주권면제 포기조건과,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이 일어난 경우 각국 정부가 알아서 대응하고 소송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요구하였다고 한다(이런 요구들은 협박이라고 부르는게 더 적절해 보인다). 모더나 같은 경우는 국가별 백신 판매금액을 달리 책정하였는데, 저소득 국가에 오히려 더 비싸게 판매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백신 개발회사들은 새로운 백신 개발을 가로막기 위해 특허를 강화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실제 모더나와 아르부투스 간의 특허분쟁 사례도 있었고, 독일의 바이오 회사인 큐어백이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특허문제로 회피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임상에서 실패했다는 주장도 있다.

 

독점적 판매 지위에 오른 소수의 기업들은 감염병 위기를 통해 엄청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백신으로만 화이자는 약 37조 원, 바이오엔테크는 약 19조 원, 모더나는 23.5조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참고로 전세계 매출액 1위 의약품, 휴미라를 판매하고 있는 애브비의 2020년 영업이익이 13조원이다.)

 

중저소득 국가들의 백신 지적재산권 일시 면제 요구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작년 10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코로나19 관련 백신, 치료제와 같은 의료제품의 지적재산권 일부를 면제해달라는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WTO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세계적 표준을 관리하기 위해 가입 국가들에게 트립스라는 협정을 준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지적재산권 준수 요구는 실제 의약품을 사용해야 하는 환자의 접근권과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으로 이러한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시 면제안은 지난 5월 미국 바이든 정부가 백신에 대한 지재권 면제에 동의하면서 전환점이 되었으며, 이후 여러 국가들이 이 제안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중국 브라질, 호주, 아르헨티나 등 111개 국가가 이 제안에 동참하고 있다. 반대로 EU,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 한국 등 몇몇 고소득 국가들이 이 제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쉽게도 이 제안은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협상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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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3]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를 요구하는 국제 활동가들이 영국 런던에서 12일(현지시간) 백신을 맞지 못해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들의 가상 장례식을 위해 관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백신 지재권 일시 면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 동기를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우려에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감염병 관련 의약품 개발은 지적재산권1)과 완전히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의약품에 지재권이 적용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신종 감염병을 대응하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 결핵치료제, 아프리카 지역 질병 치료제들의 연구는 지재권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책연구소 또는 공공자금의 지원을 통해 이뤄져 왔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도 결국 공공 연구소 및 비영리 자금을 통해 연구를 해왔던 작은 바이오기업들이 성공하였다. 옥스퍼드,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가말라야연구소, 중국 회사들 모두 수년간 수익을 창출하는 순수한 민간회사는 아니다. 오히려 현재 지적재산권은 후발기업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과정에서 엄청난 제약이 되고 있다. 백신을 새로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선점된 제조 기술들을 회피해야 하고, 특허 침해 소송을 받지 않기 위한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앞으로 다량의 새로운 백신 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도 그러하다.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기와 백신의 불평등한 접근은 국가간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에서 감염병 위기와 장기간의 봉쇄 조치로 발생한 경기 침체는 전체 사회 시스템까지 위협하고 있다. 남아공의 폭동사태, 남미 국가들의 반정부 시위들도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제사회는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 문제만큼, 백신 불평등 문제를 가난한 나라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외부 요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8월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 접종이 불평등하게 지연되는 문제로 인해 해당 국가들은 2025년까지 2,676조원 규모의 GDP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신 접종이 지연된 국가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다른 국가들도 피해를 받을 전망이다. 경제위기에 따른 내전과 난민 발생이 우려되며, 우리는 10년 전 시리아 내전과 같은 난민수용 여부로 사회적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1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선진국이다. 다른 국가들이 부러워할 만한 첨단기술과 경제적 부를 가진 국가임에도, 우리는 아직 모든 문제를 국가간 경쟁으로 치환해버린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공공-민간 협력으로 빠르게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하였지만, 우리는 진단키트 가격의 적절성을 따지기보다 민간기업들의 엄청난 매출성장에 박수치며 뿌듯해했고, 수백억 원의 세금을 들여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하였지만, 민간 회사인 셀트리온의 수출전략을 위해 정부는 해당 치료제 가격을 숨기기 급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 중인 백신도 정부와 비영리기구에서 수천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만약 백신이 개발되면, 우리는 백신 개발을 자국화했다며, 뿌듯해하고 그치면 되는 걸까?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위해 생산을 늘리고, 이윤을 최소화 한 가격으로 판매하겠다는 선언은 어려운 것일까? 선진국 막내 한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국제사회에 연대와 협력할 힘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의지가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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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에서 ‘모두를위한백신’사이트를 마련하였습니다. 백신 불평등 문제와 해결을 논의하기 위한 자료들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covid19toolforall.notion.site/)

 


1) 지적재산권이란 사회에 기여한 혁신(기술, 노하우의 공개)에 대한 보상으로 정해진 기간동안 제공되는 독점적 권리를 말하며, 개발사는 독점을 인정하는 기간동안의 판매이윤으로 보상을 획득하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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